얼마 전 일본 정부가 태평양에 100만 t이 넘는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오염수 속의 방사성 물질이 해양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일본 국민을 비롯해 대부분 사람들이 스가 요시히테 정부를 극력 반대해 나섰다. 

하지만 미국은 '색다른 화풍(畵風)'을 보였다. 반대하지 않았을 뿐더러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좋아요"를 웨치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결정 문제에서 공개 투명화 노력을 보여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미국과 일본이 "통일 전선" 유지를 위해 어떤 합의를 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친환경 동호인'을 자처하며 세계를 누비는 미국이 자국 얼굴에 먹칠하며 일본의 환경 파괴를 치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언론들이 자국 내 DDT 살충제 폐기물을 태평양에 방류한 적이 있으며 이를 수십 년간 은폐해왔다고 폭로해서야 많은 사람들은 미국은 자국이 떳떳하지 못하기에 일본과 한통속이 됐음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AP통신, CBS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해양과학자들은 미 남부 캘리포니아 인근 해역 해저에서 2만7000여 배럴의 DDT 함유 가능성이 있는 폐기물을 발견했다.

DDT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DDT는 1939년 독일 과학자에 의해 처음 합성됐다. 그후 1948년, 스위스 화학자 폴 헤르만 뮐러는 DDT의 살충 효능을 발견한 공로로 그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DDT는 생산이 간편하고 가격이 싸고 효과가 좋으며 저장하기 편해 출시 때부터 농업 살충 및 말라리아 전파 방지에 널리 사용되었다.

당시 모기, 파리, 이, 벼룩 등의 해충을 효과적으로 퇴치해 콜레라, 발진, 장티푸스 등의 유럽 내 대유행을 억제했고, 이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와 뇌염의 전파를 성공적으로 통제해 DDT는 페니실린, 원자탄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시기의 3대 발명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1962년 레이첼 카슨이라는 생물학자가 DDT는 쉽게 분해되지 않아 동물의 지방에 풍부하게 축적되며 먹이사슬이 겹치면서 생물에게 견딜 수 있는 농도로 높아지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각국은 DDT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DDT의 독성을 논쟁해 오다가 1996년부터 2000년 사이에 DDT의 유해성을 인정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 제품을 없앨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 DDT 생산회사들은 DDT를 만들 때 나오는 유독성 폐기물들을 몰래 바다에 방류해 버렸다.

1979년 캘리포니아주 소살리토 해양포유동물센터병원에 따르면 인근 해역의 성년 바다사자의 1/4이 암에 걸린 채 발견되었다. 오랜 조사 결과, 대부분 암에 걸린 바다사자의 지방에서 DDT가 검출됐다. 

미국 최대 DDT 업체인 몬테로스케미칼은 이들 바다사자가 피해를 본 곳에 위치해 있다. 1947년부터 1982년까지 이 회사가 DDT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산생된 유독성 폐기물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과거 운항 일지에서 남부 캘리포니아주 공장들이 이 바다를 아무렇게나 쏟아 부을 수 있는 오물장으로 여겼음이 확인됐을 뿐 실증되지 못했고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 사람도 없었다.

올 3월에 와서야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분교의 연구진이 해저 드론을 이용해 이 해역에서 2만7000여 개의 '통 모양의 물체'를 발견했고 그때에서야 과학 연구자들은 바로 그 운항 일지에 관한 소문을 떠올렸다.

이 통들의 존재는 운항일지에 언급된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항일지에 따르면 미국의 DDT 폐기물 태평양 방류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된 사건이다.

이런 철통들은 바닷물에 장기간 부식되어 밀봉작용을 잃은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운항일지에는 철통이 차지 않아 스스로 가라앉지 않을 경우 선원들이 스스로 철통을 쪼개 침몰시킨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실제로 찍어온 사진을 봐도 저장통에는 인위적으로 쪼개놓은 흔적이 역력했다.

연구진이 인근 침전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이곳의 DDT 농도는 미국 해양대기청이 정한 한계치를 훨씬 웃돌았으며 이 중 한 곳은 40배까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실사를 통해 연구진은 350t 내지 700t의 DDT가 바다에 쏟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사팀의 수석 과학자인 에릭 트리어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해양물리실험실 실장은 오염물질이 뒤덮인 해역이 너무 커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세기 미국의 국조 '흰머리수리'가 멸종될 뻔했을 당시 DDT가 원인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 거대한 DDT 폐수통 '무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동안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모두 이 해역의 DDT 폐수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앞서 미국은 이미 오염 물질을 바다에 방류하는 악행을 저질렀고 그런 사실을 수십 년 동안 은폐하며 전 세계를 속여왔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의 공개 투명화에 감사하는" 미국의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번역/편집: 한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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