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이는 취임 후 그의 첫 중동 방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문에서 이번 방문은 미국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바이든 대통령이 기고문에서 거창한 말로 중동 방문 목적을 '포장'하려 했지만 그 어떤 말로도 그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충돌로 세계 석유시장의 파동이 초래되지 않았다면 없었을 방문이라는 사실을 덮을 수 없다고 CNN은 실토했다.
치솟는 유가, 4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기 침체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여론조사업체인 시빅스(Civiqs)에 따르면 9일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롤 평균치는 사상 최저 수준인 30% 아래로 떨어졌다. '포린어페어즈' 매거진은 이러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관건은 사우디아라비아라며 사우디가 석유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과잉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산유국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의 석유 증산과 관계 정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와중에 중국을 운운한 데는 미 국내 정치가 왜곡돼 중국 반대가 가장 큰 '정치적 올바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쟁'을 운운하면 미국 정치인들의 주의력을 이전시킬 수 있고 사우디 방문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겨룸의 무대로 중동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바이든 정부 출범 1년여 기간의 행보를 보면 미국의 글로벌 전략 중점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크게 돌려졌고 중동의 위상은 추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이란 핵합의 협상 무산,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따른 안보 공백,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전통적 동맹국의 불만 고조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중동지역은 '일대일로' 건설의 요충지로서 대중국 협력은 끊임없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2000년부터 2021년 사이 대미국 교역액은 205억 달러에서 248억 달러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중국과의 교역액은 30억 달러에서 67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사우디의 '비전 2030'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사우디의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이는 제로섬 마인드를 가진 미 정치인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이르렀고 중동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이 충격을 받을가봐 더욱 걱정하게 만들었다. 특히 올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른바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 이니셔티브를 가동한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맞서 중국과 관련국들 간 협력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자명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나토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배경에 중동 역시 미국의 그룹 정치 레이더에 잡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새로운 지역연합, 나아가 '중동판 나토'를 구축해 중국에 대항하려는 기미가 뚜렷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해 석유를 증산하고 동맹관계를 완화하든 중동 국가들을 끌어들여 중국 반대 소그룹을 구축하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중동 방문 목표는 달성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식 패권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며 '필요하면 손잡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장식물이나 바둑돌 노릇을 하려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미국이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