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손무의 동상)
제2회 <손자병법> 그리고 병법의 매력
오 왕은 최근에 <손자병법>에 빠졌다. 오자서는 어느 날 오 왕이 이렇게 탄식하는 것을 들었다.
“세상에 이런 귀재가 있는가? 작전과 용병술은 모두 무장(武將)의 일이 아닌가? 손무는 군사와 무력에 관해 독특한 견해를 가진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또 주옥 같은 글로 병법을 이토록 화려하게 쓰다니. 그가 쓴 병법이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이것 좀 들어보오. ‘그러므로 빠를 때는 바람과 같고(故其疾如風), 고요할 때는 숲과 같으며(其徐如林), 공격할 때는 불과 같고(侵掠如火),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으며(不動如山), 숨을 때는 어둠과 같고(難知如陰), 움직일 때는 우레와 같아야 한다(動如雷震).’ 어느 문인이 이렇게 화려한 어휘를 쓸 수 있다는 말이오? 손무는 그야말로 문무를 다 갖춘 인재라 할 수 있지 않소?”
오자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도 손자병법을 읽을 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모공편(謀攻篇)>에 이렇게 썼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知彼知己者)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百戰不殆),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不知彼而知己)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一勝一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不知彼不知己) 싸울 때마다 패한다(每戰必殆)’고 말입니다. 저는 이 구절에 감탄했습니다. 병법의 깊은 이치를 간단한 언어로 보여주니 그 누가 탄복하지 않겠습니까? 4천자로 된 미묘한 문장을 저는 머리속에 다 넣었습니다. 또 아주 많이 배웠습니다.”
“그야말로 글의 풍격이 그 사람과 같소. 손 경을 보오. 외모도 잘 생겼지 않소. 이렇게 호방하고 우람지게 생긴 자네 오 경(伍卿)과는 전혀 다르지 않소! 손 경은 나의 계례 숙부와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소.”
혼자서 만 명을 막을 정도의 용맹함을 가진 오자서도 범상한 사람이 아닌지라 오 왕의 말에 저도 모르게 소리내서 웃었다.
오 왕이 말을 이었다.
“과인도 손자병법을 거의 외웠소. 자네 빨리 가서 손 경을 불러 오오. 진(晉)나라 일을 그와 논의하고 그의 의견을 들어야 하겠소.”
오자서는 원래 오 왕과 초(楚) 나라 토벌 건을 논의하려 했는데 오 왕은 오히려 천 리 밖에 있는 진나라에 관심이 있었다. 그에 실망한 오자서는 군대를 훈련시키는 손무를 찾아 궁을 나섰다.
손무가 입궐했다. 그는 오 왕이 자신과 무슨 일을 논의하고자 하는지 몰랐으나 오 왕이 먼저 물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저 인사만 하고 기다렸다. 과연 오 왕이 먼저 물었다.
“오늘 손 경을 부른 것은 진나라의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요. 진나라가 중원(中原)의 대국이기는 하지만 정권이 6경(六卿)의 수중에 장악되어 전망이 밝지 않소. 오늘 경에게 묻고 싶은 것은 진나라의 6대 가문 중 어느 가문이 향후 진나라의 정권을 차지할 것 같은가 하는 거요.”
손무는 오 왕의 묻는 말에 동문서답했다.
“제가 보기에 범(范)씨와 중행(中行)씨가 가장 먼저 망할 것입니다.”
오 왕은 뜻밖이라는 듯 손무의 말이 떨어지자 또 물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이오?”
“농경지 대소에 대한 그들의 규정과 백성들에 대한 그들의 자세를 통해 이렇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진나라 6경 중 이 두 가문의 전제(田制)가 가장 작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전조(田租)도 가장 많습니다. 아마도 백성들 소득의 2할 정도에 달할 것입니다. 백성들이 기아와 추위에 허덕이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입니다. 거기에 관리와 병사가 많고 장병들이 교만하고 사치스러우며 걸핏하면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러니 그들이 어찌 민심을 잃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럼 다른 네 가문은? 그 중 어느 가문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오?”
“지(智)의 봉지가 가장 많아서 보기에는 지씨 가문이 가장 강한 듯 보이지만 지씨는 한(韓)과 위(魏), 조(趙) 세 가문에 비해 더 일찍 무너질 것입니다. 지씨 가문의 전제가 범씨와 중행씨에 비해서 다소 크지만 전조가 엄청나서 역시 백성들 소득의 2할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지씨 가문의 폐단은 범씨, 중행씨와 유사하기에 지씨도 그들의 전철을 밟을 것입니다.”
오 왕이 끈질기게 물었다.
“그렇다면 남은 세 가문 중 어느 가문이 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오?”
손무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진나라의 조정 대권은 벌써 물 넘어 갔고 큰 가문들이 필연코 정권을 빼앗을 것입니다. 소신이 보기에 진나라의 정권을 찬탈한 가능성이 가장 큰 가문은 조씨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조씨는 한 때 도안가(圖岸賈)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할 번 했지만 조무(趙武)가 진나라의 군사권을 장악한 이래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조씨 가문의 전제가 가장 크고 조전도 가장 적습니다. 조씨는 백성들에게서 적당량만 취하고 병사들은 교만하지 않으며 백성들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후에 조씨 가문이 반드시 가장 강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백성을 아끼고 민심을 얻는 것이야 말로 나라를 다스리는 정도(正道)라는 것입니다.”
손무의 예상은 다 적중했다. 그 후 진나라의 6경 중 과연 범씨와 중해씨가 먼저 멸망했다. 지씨 가문은 강한 실력을 믿고 한씨와 위씨, 조씨 세 가문을 이간질한 후 하나씩 삼키려 했으나 세 가문이 연합해서 오히려 지씨를 멸했다. 그리고 한씨와 위씨, 조씨 세 가문은 먼저 지씨의 땅을 나눈 후 진나라 군주의 땅도 나누어 그로부터 중국은 한과 위, 조, 초(楚), 제(齊), 진(秦), 연(燕) 등 칠웅(七雄)이 서로 다투는 전국(戰國)시대에 들어섰다.
“경은 군대를 잘 다스릴 뿐만 아니라 나라도 잘 다스리는 구려. 사실 경의 병법 중의 많은 이론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서도 실천할 수 있소. 경은 ‘최상의 전략은 적의 모략을 깨뜨리는 것이며(上兵伐謀), 다음으로 외교관계를 끊어 적을 고립시키는 것이며(其次伐交) 그 다음으로는 적의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며(其次伐兵) 가장 최하의 방법은 적의 성을 치는 것이다(其下伐城)’라고 하고 또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百戰百勝)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고(非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키는 것이(不戰而屈人之兵) 최선 중의 최선이다 (善之善者也)’라고 말했는데 이런 이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도 모르면 안 되겠소.”
오 왕의 말을 들은 손무는 기분이 좋았다.
“대왕께서는 벌써 소신 병법의 진수를 다 깨달으셨습니다.”
오 왕은 깊은 생각에 빠져 말했다.
“과인의 형제와 과인의 자손들도 모두 경의 병법을 잘 배워야 하겠소. 우리 오나라가 단순하게 무력으로만 중원을 제패한다는 것은 아마도 힘들 것이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