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편작의 무덤)
제3회 정확한 진맥(診脈)
편작이 죽은 사람을 살렸다는 이야기가 위(魏)나라에 전해지자 위문왕(魏文王)은 아무런 병도 없으면서 편작을 불러 웃으며 물었다.
“선생이 선인인 장상군에게서 비방을 얻어 환자의 오장육부를 꿰뚫어 본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시오?”
편작도 웃으며 대답했다.
“포정해우(庖丁解牛)의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 포정은 예리한 두 눈을 연마해 소를 잡을 때 소의 모든 부위를 확실하게 보았기 때문에 소의 뼈를 다치지 않고 정확하게 칼을 사용해 고기만 발라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안력(眼力)을 키웠기에 질병을 진단할 때 환자의 기색을 보고 그의 맥박에 근거해 환자의 어디에 질병이 생겼는지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지 무슨 약을 먹고 사람의 내장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 있겠습니까?”
“선생의 말에 일리가 있소. 그렇다면 환공이 처음에는 피부에 병이 들고 후에는 살 속에 병이 뻗쳤으며 그 뒤에는 위장에 병이 들고 마지막에 골수에 병이 파고든 것을 어떻게 보아내셨소? 얼굴색만 보고 질병이 어디에 생겼는지를 알고 병증의 심각한 정도도 알 수 있다는 말이시오?”
“그렇습니다. 이는 의사라면 반드시 키워야 하는 능력입니다. 이런 재주가 없으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위문왕이 감탄했다.
“선생은 정말로 신의(神醫)구려. 하지만 선생은 늘 그대 삼형제 중 선생이 가장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던데 정말 그렇소?”
편작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의 큰 형은 언제나 환자의 병이 발작하기 전에 약을 써서 질병의 뿌리를 뽑기에 환자는 큰 형이 자신의 병을 치료했다는 것을 근본 믿지 않습니다. 둘째 형은 환자가 금방 병에 걸렸을 때 약을 써서 질병을 치료하기에 사람들은 둘째 형은 작은 병만 치료할 줄 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저는 언제나 환자의 병증이 아주 심각하고 환자가 아주 고통스러울 때 경맥(經脈)에 침을 놓거나 약효가 강한 약을 써서 환자의 병증을 완화시키거나 질병을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막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 것만 보기 때문에 저의 명성이 널리 전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병은 일찍 치료해야지 절대로 병증이 심각할 때까지 기다려서 치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겠소.”
“그렇습니다.”
이 때 한 시녀가 차를 가지고 왔다. 위문왕이 물었다.
“왜 너가 오느냐? 춘화(春花)는 어디 갔느냐?”
시녀가 머리를 숙이고 대답했다.
“춘화는 한열증(寒熱症)에 걸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합니다. 곧 죽을 것 같습니다.”
위문왕이 편작을 보고 말했다.
“춘화가 정말로 죽을 병에 걸렸는지 선생께서 한 번 진단해 주시겠소?”
편작이 시녀에게 말했다.
“춘화에게 안내하거라.”
편작이 와보니 춘화는 나이 지긋한 시녀인데 용모도 괜찮았고 다만 얼굴이 빨갛게 된 것이 확실히 한열증에 걸린 듯했다.
편작이 물었다.
“어디가 아프냐?”
춘화가 우울한 어조로 대답했다.
“허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며 입안이 바짝 말라 있습니다.”
편작이 진맥을 하니 춘화의 신맥(腎脈)에서 병 기운이 느껴졌다. 신장의 맥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지만 맥은 탄탄하고 힘이 있었다.
편작이 또 물었다.
“몇 달 동안 생리가 안 왔느냐?”
춘화가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3개월째 생리가 없습니다.”
“간맥(肝脈)이 활시위처럼 단단하고 길구나. 내한증(內寒症)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곧 좋아질거다.”
편작은 춘화를 위안하고 나서 뜸을 떴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춘화는 생리가 시작됐고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위문왕이 감탄했다.
“선생은 과연 신인이시네 그려!”
편작이 말했다.
“춘화는 나이도 적지 않아서 곧 꽃이 질 때가 되어 옵니다. 그녀에게 혼인을 지어 주지 않으면 병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편작은 속으로 “위왕이 참으로 몹쓸 짓을 하는구나. 자신은 처첩들을 많이 거느리면서 시녀들에게는 독수공방을 시키니 말이다. 밤낮으로 운우지정을 그리지만 양기를 받지 못하니 아프지 않을 수가 있냐”라고 생각했다.
편작의 말을 들은 위문왕은 그제서야 무언가를 깨닫고 한 부하를 향해 말했다.
“광인(匡人), 너의 아내가 금방 병사하지 않았느냐? 춘화를 너에게 주마.”
위문왕의 말에 광인은 급히 무릎을 꿇고 왕의 은혜에 사의를 표시했다.
편작은 또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