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창힐의 한자 창제)
제2회 상형한자의 창제
"세상 만물은 모두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을 중심으로 모두가 알아보는 그림을 그린다면 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창힐은 한자 창제의 길에 올라섰다.
홀로 움집에 남은 창힐은 늘 바위에 올라 앉아 낮에는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고 밤이 되면 밝은 달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태양도 달도 모두 둥근데 어떻게 이 둘을 분간하지? 맞다. 태양은 영원히 둥글지만 달은 차고 기우는 것을 무한 중복하니 태양은 둥글게 표기하고 달은 조각달로 표기하면 되겠다.”
자신의 생각에 만족하고 기뻐하던 창힐은 순간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이 세상에 둥근 모양의 물건이 어디 태양 하나뿐인가? 사람들이 보면 즉시 알아보도록 그림에 무언가를 더 추가해야겠군.”
“개가 태양을 삼킬 때 태양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는데 둥근 태양의 그림 속에 검은 점을 찍으면 태양의 특징이 두드러지고, 둥근 달에는 산과 나무의 그림자가 보이는데 조각달 그림에 가로 두 줄을 그으면 달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겠다.”
이렇게 태양과 달을 나타내는 두 글자 일(日)과 월(月)이 생겨났다.
이 방법에 근거해 창힐은 사람 인(人)과 말 마(馬), 물고기 어(魚), 뫼 산(山), 물 수(水), 불 화(火), 나무 목(木), 눈 목(目), 문 문(門), 칼 도(刀) 등 글자를 육속 만들었다. 후에 사람들은 사물의 특징에 근거해 그림으로 글자를 만들어낸 창힐의 방법을 상형(象形) 조자법(造字法)이라고 불렀다.
어느 여름날 이른 아침, 창힐의 모친이 창힐이 가장 좋아하는 팥죽을 가지고 왔다. 창힐은 모친과 나란히 앉아서 팥죽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또 새 글자를 만들었어요. 칼 도자입니다. 알아보시겠어요? 칼 같아요? 이 글자를 만드느라 사흘 밤을 지새웠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창힐은 작은 칼로 바닥에 칼 도자를 썼다. 밤잠도 자지 못하고 글자를 만드는 아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모친이 입을 열었다.
“아들아, 그럼. 당연히 알아보지. 이건 칼 도자구나. 네가 글자를 만드느라 고생도 많고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내가 이렇게 일찍 식사를 준비했다.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에 두 끼만 먹으면 버티지 못할 것이야. 그래서 몰래 너에게만 이 팥죽을 만들어 왔다.”
창힐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
“어머니, 저를 너무 아끼시네요. 그래요. 글자를 생각하느라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날이 밝기도 전에 배가 고파요. 이 며칠 동안 이 세상의 모든 글자를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예를 들어 이 칼날을 모방한다고 해도 칼 도(刀)잖아요. 어떻게 칼날을 보여주는 글자를 만들어야 할지 정말 생각이 나지 않아요.”
모친이 창힐이 손에 든 작은 칼을 가리키며 말했다.
“칼날은 칼의 이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
그 말에 창힐은 머리 속으로 섬광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무릎을 탁 쳤다. 새로운 조자법을 생각해낸 창힐이 기쁜 김에 팥죽을 엎질러 근처의 바위가 붉게 물들었다.
지금까지도 창힐이 글자를 만들던 근처의 바위는 모두 붉은 색인데 사람들은 그 바위가 바로 5천년전 창힐이 엎지른 팥죽에 물든 것이라고 전한다. 물론 이는 아름다운 전설에 불과하지만 창힐의 고향 사람들이 오늘날도 여전히 팥죽을 좋아하는 풍속은 사실이고 그들은 이 팥죽에 창힐에 대한 그리움만 담은 것이 아니라 창힐처럼 총명하고 창조력이 있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소망도 담고 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