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을 펴낸 주문왕
주문왕(周文王)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면서 팔괘연구에 몰두하여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8가지 기본 물질을 이끌어내고 그로부터 무한한 사물을 추단하여 중국 최초의 우주 탐구자가 되었다.
주문왕은 또 기계 계산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진법’을 발명했다고도 할 수 있다. 서구의 사학계에서 ‘이진법’을 발명했다고 인정하는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이 계산법을 발명하기 전에 주문왕의 팔괘에서 시사점을 받았다.
주문왕은 백성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한 동시에 무도한 주왕을 정벌하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상대의 세력을 약화시키면서 때를 기다렸다가 새로운 왕조의 시대를 열었다.
<주역>을 펴낸 주문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현명하고 어진 주군(周君)
기산(岐山) 기슭의 토지는 얼마나 비옥한지 그 땅에서 자란 씀바귀마저 맛이 달았다. 후직(后稷)의 자손이 부락의 사람들을 데리고 오늘날의 섬서(陝西)에 위치한 유지(幽地)로 이주한 후 단보(亶父)가 또 사람들을 거느리고 기산 기슭으로 이주해 정착했으며 단보의 손자 희창(姬昌)이 그 뒤를 이었다.
주인(周人)들의 두령인 희창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나무를 베고 길을 냈으며 부락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서융(西戎)의 침략을 막고 선린우호로 주변의 제후국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또 인재를 모으고 현명한 자들을 등용하면서 기산을 살기 좋은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었다.
그 때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산의생(散宜生), 남궁적(南宮適)을 비롯해 많은 현자들이 희창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 하루는 희창이 자신을 찾아온 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추진하는 유민(裕民) 정책은 백성들이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오. 편안하고 잘 살아야 백성들은 지배자를 원망하지 않게 되는 법이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산의생이 먼저 물었다.
“유민정책이라면 어떤 조치를 말하는가요?”
“우선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거운 세금을 안기지 않았소.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면 소출의 10%만 세금으로 내고, 상인들이 장사를 하면 일률로 세금을 받지 않았소. 이렇게 되면 백성들의 소득이 남아돌고 식량이 있기에 마음 놓고 농사를 짓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소출을 내게 되지 않겠소.”
이번에는 백이가 물었다.
“그럼 당신의 소득이 적어지는데 무엇으로 상왕(商王)에게 공물을 바친단 말입니까? 재물과 여색을 탐하는 주왕(紂王)이 당신의 공물이 적어지면 언젠가는 죄를 내릴 것입니다.”
그 말에 희창이 대답했다.
“나에게 방법이 있소. 한 가지는 최대한 검소하게 생활해서 먹고 입는 것을 백성들과 똑 같이 하고 나도 농사를 짓는 것이오. 이렇게 되면 비용도 줄이고 백성들도 좋아할 것이오. 두 번째 방법은 땅을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나누어 가운데 부분만 공전(公田)으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백성들의 사전(私田)으로 남기는 것이오. 이렇게 되면 백성들의 소득도 많아지고 내가 받는 부분도 다른 제후국들에 비해 적지 않게 되오.”
희창의 말에 모두들 그의 유민정책에 동조하면서 이런 정책이니 당연히 민심을 얻을 만 하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산의생이 또 물었다.
“주군의 형법도 민심을 얻는다고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죄를 지어도 그의 가족은 연루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그렇소. 한 사람이 죄를 지었다 해도 그 사람의 처자식과는 무관하다는 것인데, 이는 백성들이 가장 지지하는 정책이오.”
이번에는 숙제가 말했다.
“경로우대 정책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60세 이상의 노인은 스스로 농사를 짓지 않고 관아로부터 식량을 배분 받는다고 들었는데 이는 상왕이 가장 안심하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야망이 있는 사람은 식량을 노인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식량으로 군대를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희창이 탄식하며 답했다.
“야망이라니? 나는 다만 주 나라를 잘 관리하고 주 나라 사람들이 잘 살게 하고자 하는 마음뿐이오.”
이에 백이가 말을 이었다.
“서백(西伯)께서는 효자이자 충신이십니다. 우리 모두 서백께서 야망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찾아온 것입니다.”
현인으로 불리는 백이와 숙제는 모두 고죽군(孤竹君)의 아들이다. 고죽군이 보위를 숙제에게 넘겼으나 숙제는 형인 백이에게 보위를 양보했고 백이는 부친의 뜻이 숙제에게 넘기는 것이기에 자신이 보위를 받을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두 형제는 서로 보위를 양보하다가 궁극적으로 모두 보위를 버리고 희창을 찾아 주 나라에 온 것이었다.
백이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희창의 장남인 백읍고(伯邑考)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나무꾼이 기산에서 온 몸에 무지개 빛의 털이 덮이고 긴 꼬리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오동나무에 내려 즐겁게 노래하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백읍고의 말에 희창이 산의생에게 물었다.
“당신이 가장 박식한데 이 새가 무슨 새인지 알고 있소?”
산의생이 흥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 새는 봉황입니다. 봉황은 성인이 나타날 때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는 길조입니다! 아마도 좋은 일이 주군에게 있을 듯 합니다. ”
희창이 산의생의 말을 잘랐다.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나는 종래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소. 성인이라니? 나는 다만 주 나라 사람들을 잘 살게 하고픈 두령일 따름이오.”
백읍고가 또 말했다.
“나무꾼은 또 사슴 떼가 들판에서 백평(白苹)을 뜯으며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
산의생이 말을 이었다.
“그럼 맞습니다. 사슴이 우는 것은 주군께서 예로 현인들을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
그 말에 희창이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은 듣기 좋네 그려. 나는 확실히 갈증을 덜고자 하는 마음으로 현인들을 찾으니 말이오.”
그 말에 모두들 즐겁게 웃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