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주공단의 사당 일각)
제2회 근면한 교육자
애초에 주공 단은 호경에 남아 어린 성왕을 보좌하기 위해 자신의 제후국인 노 나라는 아들인 백금(伯禽)에게 다스리게 했다. 백금이 노 나라로 떠나기에 앞서 주공 단은 겸허하고 신중해야지 군주라고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나를 보거라. 나는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이며 성왕의 숙부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의 신분이 고귀하지 않느냐? 하지만 나는 평소에 한 번 머리를 씻는 중에 몇 번이나 젖은 머리칼을 움켜쥐고 현인을 만나고, 한 번 식사를 하는 중에 몇 번이나 입안에서 씹던 음식을 뱉고 현자와 고수를 만났다. 내가 이렇게 처신해도 천하의 현인과 고수를 잃을까 걱정한단다. 네가 노 나라에 간 후 군주의 신분으로 다른 사람들을 낮잡아 봐서는 절대 안 되느니라.”
주공 단의 이 말에서 기원한 “일목삼악발(一沐三握發), 일반삼토포(一飯三吐哺)”는 천고의 고전이 되고 천고의 미담으로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그로부터 천 년이 지난 후 조조(曹操)는 주공 단을 사모하며 예의로 현자를 대하고 목 마른 사람이 물을 구하듯 현자를 등용한 주공 단의 풍채를 기리며 “주공토포(周公吐哺), 천하귀심(天下歸心)”이라는 시를 썼다. 이로 인해 어질고 근면한 주공 단의 이야기는 더욱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올라 감탄을 자아냈으며 주공 단은 후세 사람들이 우러르는, 도달하기 어려운 높은 기준이 되었다.
주공 단은 동정 승리 후 위 나라 군주로 봉해진 어린 동생 강숙(康叔)을 위해 특별히 <강고(康誥)>와 <주고(酒誥)>, <재재(梓材)> 등 3편의 글을 써서 강숙이 지켜야 하는 법칙을 정해주면서 상 나라 유민(遺民)을 관리함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내용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주왕이 주색과 음란에 빠졌기에 상 나라 조정의 기강이 흔들리고 제후들의 마음이 떠났으며 노예가 도주하고 궁극적으로 상 나라가 멸망했다. 이제 위 나라에 가면 현인과 어르신들을 만나 상 나라가 흥성에서 멸망에 이른 원인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또 상 나라의 유민들을 아껴 민심을 얻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상 나라 유민들이 마음 놓고 생산에 나서서 위 나라의 안정을 이룰 수 있느니라.”
주 왕조가 동쪽으로 강토를 넓히면서 지배 중심도 반드시 동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주공은 상 나라의 많은 귀족들을 동쪽으로 보내서 낙읍(洛邑)을 조성하게 했다. 그 이유는 상 나라 귀족들이 고향을 떠나면 사회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도 감소되고 그들을 감독 관리하는 데도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주공은 성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 왕조의 중심, 즉 도읍이 동쪽으로 더 가야 전국의 정세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
“좋습니다. 이 일은 숙부께서 맡으시지요.”
주공 단은 몸소 새 도읍의 기획과 건설을 맡았다. 그리고 2년 여의 시간이 흘러 천신만고 끝에 성주성(成周城)이 건설되었고 낙수강 기슭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낙읍(洛邑)이라 불렀다. 낙읍의 벽돌과 기와 한 장, 나무와 풀 한 그루에도 모두 주공 단의 피와 땀이 깃들어 있었다.
주공 단은 이렇게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충심으로 성왕을 7년간 보좌했다. 하지만 성왕이 친정한 후 주공 단이 일찍 왕으로 자처하면서 제후들의 참배를 받았으며 제후들의 마음 속에는 주공 단만 있고 성왕은 없다고 소인들이 간언했다. 친정하게 된 성왕이지만 심리의 불균형을 느껴 소인배들의 말을 일부 믿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공 단은 누구인가? 성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환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공 단이 조정에 나가니 어두운 얼굴을 한 성왕이 자신의 주장(奏章)은 읽지도 않고 자신의 제언은 듣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주공 단은 성왕이 천자의 성망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겨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 밤도와 초(楚) 나라로 도주했다.
주공 단이 도주한 것을 안 성왕은 마음이 불편해서 밤새 과거사를 기록한 죽간(竹簡)을 읽다가 한 가지 작은 일에 놀랐다. 사관(史官)의 기록에 의하면 성왕이 어릴 때 큰 병에 걸렸는데 주공 단이 자신의 손톱을 잘라서 강물에 던지며 이렇게 기도했다.
“성왕은 아직 어려 세상사를 잘 모르니 만약 성왕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면 모두 저, 주공 단의 잘못입니다. 만약 생명을 대가로 해야 한다면 저를 찾아 오십시오. 제가 성왕 대신 죽겠습니다.”
그 기록을 읽는 성왕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성왕은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과 충성심으로 가득하고 이토록 애써 준 친 숙부를 의심한 자신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날이 밝자 성왕은 사람을 보내 주공 단을 다시 조정으로 모셔오게 하고 몸소 성밖에 나가 부친을 받들 듯 주공 단을 맞이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