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8 13:53:07 출처:cri
편집:李仙玉

[관중 편-4] 관중 그리고 포숙아


(사진설명: 관중문화원의 일각)

제4회 관중의 별세 그리고 포숙아

유목민족의 정권을 말하는 산융(山戎)은 서쪽으로 연(燕) 나라와 인접하고 동남쪽으로 제(齊) 나라, 노(魯) 나라와 이웃했다. 산융은 제 나라 환공이 패주가 된 것을 보고 연 나라가 제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자신이 그 포위 속에 들 것을 우려해 연 나라와 제 나라간의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먼저 손을 써서 연 나라를 침략했다.

연 나라 장공(庄公)이 제 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환공은 관중에게 해법을 물었다. 관중이 상황을 분석했다.

“남쪽의 초(楚)와 북쪽의 융, 서쪽의 적(狄)은 중원 제후국들의 후환이니 그들을 토벌하는 것은 맹주의 직책입니다. 연 나라가 침략을 당하고 그들이 구원을 요청하는데 우리가 어찌 수수방관할 수 있겠습니까?”

환공은 관중과 함께 군대를 거느리고 출정에 나섰다. 그들이 노 나라를 경유하는데 노 나라 장공이 몸소 제수(濟水) 강가에까지 나와 맞이했다.

“제 나라 군주께서 산융을 멸하시면 연 나라만 그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노 나라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과인도 출병하고자 합니다.”

장공의 말에 환공이 대답했다.

“북쪽은 길이 멀고 산세가 험준하니 군주까지 출병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인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 때 다시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연 나라를 강점한 지 2개월이 된 산융은 제 나라 군대의 출정소식을 듣고 철군했다. 관중이 입을 열었다.

“별로 큰 싸움을 하지 않은 산융의 실력은 여전합니다. 이 기회에 그들을 정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여전히 북쪽의 후환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장공은 크게 기뻐하면서 연 나라 군대가 앞장에 서겠다고 나섰다. 관중이 말했다.

“연 나라는 이미 산융과 힘들게 싸웠으니 뒤에서 성원만 하면 됩니다. ”

그리고 관중은 몸소 군대를 거느리고 산융 토벌에 나섰다. 이 싸움은 아주 힘들었다. 산골짜기에서 수원이 없어 어려움에 빠졌는데 관중이 개미굴을 찾아 샘을 발견했고, 보급이 단절되기도 했는데 마침 포숙아가 제때에 식량을 가져왔으며, 사막에 잘못 들어서기도 했는데 관중이 늙은 말을 앞세워 사막에서 벗어났다. 이런 온갖 어려움 끝에 제 나라 군대는 산융의 군대를 전멸하고 5백리 땅을 개척했다.

환공은 관중의 뜻에 따라 장공에게 말했다.

“이 5백리 땅은 연 나라에 넘기겠습니다. 지금 동쪽의 통로도 뚫렸으니 연 나라의 실력을 다시 찾고 또 해마다 주 천자에게 납공도 하면서 중원 북쪽의 제후국이 되십시오.”

이로써 주 천자는 다시 연 나라의 납공을 받고 연 나라는 전화위복이 되어 넓은 땅을 받고 북방의 대국이 되었다. 그 뒤에도 관중은 적적(赤狄)을 몰아내고 위(衛) 나라를 구했으며 중원을 넘보는 초 나라의 야망도 꺾어 중원의 평안을 위해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영원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아홉 번이나 환공을 도와 제후들의 모임을 결성하고 주 왕조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한 관중이 위독한 병에 걸렸다. 병석에서 관중은 녕척이 자신 보다 먼저 별세함으로 해서 자신의 후계자가 없는 것을 한탄했다.

하늘을 받치던 기둥이 쓰러지자 환공은 몸소 병문안을 갔다.

“중부의 절친인 포숙아가 재상을 담임할 수 있겠소?”

“숙아는 군자지만 재상으로는 적절치 않습니다. 그는 흑과 백이 분명해서 다른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못합니다. 이는 숙아의 단점입니다. 숙아처럼 청렴하고 충직하며 불공평한 일은 참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재상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간신인 역아(易牙)가 이 일을 알고 포숙아를 찾아가 고자질했다. 그러자 포숙아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중부가 충성심이 강하고 사적인 친분을 감안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를 추천했소. 만약 그가 나처럼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을 재상 직에 천거했다면 당신들과 같은 아첨쟁이들이 살아 남을 자리가 있겠소?”

관중은 임종에 환공에게 인간성도 없고 감언이설만 일삼는 역아와 같은 간신들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하지만 환공은 관중의 말을 무시하고 간신들을 중용해 결과적으로 여러 아들이 왕위를 빼앗기 위해 골육상잔을 벌였고 나라가 혼란에 빠졌으며 환공은 아사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마감을 맞게 되었다.

신하들은 후계자를 제대로 두지 않아 간신들이 제 나라를 어지럽히게 했다고 관중을 원망했으나 포숙아만이 그 말에 찬성하지 않았다.

“관중은 생전에 대왕께서 사냥과 여색, 음식을 즐기시기에 역아와 같은 사람들이 그의 수요를 해결해 주어야지 안 그러면 패주가 된 들 대왕께서 무슨 낙이 있겠냐고 말했네. 그래서 관중은 그 간신들을 살려 둔 것이네. 그리고 관중은 대왕께서 간신들을 등용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있었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재상이 된다면 아마 나는 화가 나서 죽었을 것이네. 그러니 관중은 대왕께 간신들을 경계하시라고 충고밖에 할 수 없었네.”

포숙아의 흉금이 엿보이는 말이다. 그래서 관중은 생전에 “나를 낳아주신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는 숙아이다”라고 말했다.

관중이 별세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포숙아는 환공이 자신의 권고를 듣지 않고 매일 역아 등과 어울려 나랏일을 보지 않자 벼슬을 그만 두었으며 결국 화병으로 삶을 마감했다.

사람들은 관중이 환공을 맹주자리에 올려 놓아 천하를 제패할 때, 관중이 제 나라 사람들을 잘 살게 하고 제 나라를 최강의 제후국으로 만들었을 때, 모두 관중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이구동성으로 사람을 잘 알아본 포숙아, 사적인 이익을 버리고 환공에게 기인인 관중을 천거한 포숙아를 찬양했다. 제 나라 사람들은 포숙아의 은덕을 잊지 않아 포숙아의 자손들은 제 나라에서 10대에 걸쳐 벼슬을 하면서 제 나라 사람들의 존경과 배려를 받았다.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은 또 2천년에 걸쳐 중국인들 속에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관포지교(管鮑之交)’는 중국인들이 익숙한 사자성어가 되기도 했다.

제 나라를 다스린 관중은 천고의 재상이고 포숙아의 기상은 온 세상이 존경하여 우러른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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