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2 11:17:27 출처:cri
편집:李仙玉

[동호 편-1] 폭군과 근면한 재상

실록역사의 개척자 동호

그는 자신의 붓으로 시종 역사를 사실 그대로 공정하게 기록했다. 작은 붓은 날카로운 칼처럼 사실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을 해법이 없는 고뇌에 빠지게 했다. 그가 바로 공정하게 역사를 기록하는 전통을 시작한, 동호직필(董狐直筆)의 주인공 동호(董狐)이다.

그로부터 사관들은 권세에 아부하지 않고 역사를 사실 그대로 공정하게 기록하면서 온갖 박해를 받고 심지어 생명의 대가도 치르는 실록역사의 전통을 전해오고 있다. 동호는 실록역사 문명의 개척자이기도 한 것이다.

당시 조순(趙盾)은 동호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막강한 권력자임에도 동호는 그를 군주 시해의 주모자로 역사에 기록했다. 그럼에도 동호는 목숨을 잃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받았다.

실록역사의 개척자 동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폭군과 근면한 재상

진(晉) 나라 문공(文公)은 63세 때에야 군주가 되었으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제(齊) 나라 환공(桓公)에 이어 천하를 제패하는 패주(覇主)가 되며 이른바 ‘제환진문지사(齊桓晉文之事)’의 이야기를 엮었다. 문공의 승하후 보위를 이어 받은 양공(襄公)은 현명한 신하의 도움으로 진(秦) 나라를 격파하며 나라의 실력을 키워 계속 천하를 제패했다. 하지만 양공이 보위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도 승하하면서 그 뒤를 이어받은 영공(靈公)의 손에서 진 나라는 두 세대에 걸친 패주에서 탈락될 번했다.

17살의 나이에 보위에 오른 영공은 황음무도와 폭정을 일삼았으며 간신인 도안가(屠岸賈)를 총애했다. 그는 또 강주(絳州)성에 복숭아 나무의 정원을 조성하고 그 밭에 강소루(絳霄樓)를 지었다. 그리고 늘 그 누각에 올라 새총을 쏘며 놀았는데 새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백성을 쏘는 것이 취미였다. 영공의 악행에 세상이 들썩이고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 때 재상으로 있은 조순(趙盾)은 근면하게 나랏일을 보면서 백성들의 질고를 전혀 헤아리지 않는 영공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간언도 했다. 하지만 영공은 조순의 간언을 채택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쓸데없는 일에 간섭한다고 조순을 미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조회를 마친 조순이 궁 밖에서 대부사(大夫士)와 국가 대사를 논의했다. 이 때 내시가 대바구니를 들고 궁을 나오고 있었다. 조순이 대바구니 안에 무엇이 들었냐고 묻자 내시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조순이 자세히 보니 짐승 가죽을 씌운 대바구니 속으로 사람의 손이 보여서 열어 보니 몇 토막이 난 사람의 시체가 들어 있었다. 조순이 큰 소리로 물었다.

“웬 일이냐? 사람의 목숨에 관한 일이다. 계속 함구하면 너를 토막 낼 것이다.”

그제서야 내시는 이실직고했다.

“대왕께서 갑자기 곰발바닥 요리를 올리라고 수라간에 명하셨는데 곰발바닥 요리를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대왕께서 몇 번이나 재촉하셔서 요리사가 급히 요리를 올렸는데 곰발바닥이 덜 익었다고 요리사를 토막 내라는 어명을 내리셨습니다.”

대로한 조순이 당장 영공을 알현하러 다시 입궐하려는 것을 보고 내시는 영공이 벌써 강소루에 갔다고 말했다. 조순은 그 길로 영공을 찾아 강소루로 향했다. 저 멀리서 조순이 오는 것을 본 영공은 조순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말했다.

“나는 지금 놀이를 즐길 것이다. 너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니 내일 조정에서 말하거라!”

조순은 하는 수 없이 할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 나왔다. 영공의 정서가 축 쳐져 있는 것을 본 도안가가 영공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저 노인네는 언제나 말만 많고 대왕을 세 살짜리 어린애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오늘 또 대왕의 기분을 흐려 놓았네요. 소신이 오늘 밤에 그의 입을 닫게 할까요?”

영공이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본 도안가는 비밀리에 자객을 불러 야밤에 조순의 집에 가서 이리저리 하라고 명했다.

오경이 되어 자객 서예(鉏麑)가 조순의 집에 이르니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조순은 조복(朝服)을 입고 조관(朝冠)을 쓰고 정좌해서 조정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서예는 감동되어 문밖에서 외쳤다.

“서예는 충신을 살해하지 않습니다. 상국께서는 건강하십시오!”

말을 마치자 서예는 나무에 머리를 부딪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소리에 문을 나와 서예의 시신을 본 조순은 누군가 자신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하인들을 시켜 서예의 장례를 치르게 하고 일찍 조정에 나갔다.

조순이 죽지 않은 것을 본 도안가가 머리를 돌려 영공을 바라보니 영공의 얼굴이 울상이었다. 그러자 도안가는 또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조정이 파해서 조순이 궁을 나오자 큰 개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와 조순을 향해 달려왔다. 조순의 호위무사가 맨 손으로 개의 목줄을 끊어놓자 궁 안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영공이 화를 냈다.

“저 개가 호랑이와 같다? 폐물에 지나지 않는데.”

화가 난 영공을 본 도안가는 급히 무사들을 불러 조순의 목숨을 빼앗으라고 시켰다. 조순의 호위무사는 조순을 먼저 도주하게 하고 자신이 혼자 남아 뭇 무사들과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다.

한편 조순이 곧 무사들에게 잡힐 무렵 한 사람이 급히 달려와 말하는 것이었다.

“저는 영첩(靈輒)입니다. 제가 상국을 구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영첩은 조순을 등에 업고 달렸다. 그제서야 조순은 5년 전에 허기가 져서 뽕나무 밭에 쓰러져 있는 한 사람을 구해준 일을 생각했고 그 사람이 이 사람임을 알았다. 조순은 밥 한 그릇을 내준 덕분에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조순의 아들 조삭(趙朔)이 하인들을 데리고 마차를 달려 오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부친을 등에 업고 달리고 그 뒤를 무사들이 따르는 것을 보고 급히 조순을 마차에 태웠다. 무사들은 조씨네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더 쫓지 않고 돌아갔다. 조순이 입을 열었다.

“집으로 가면 안 된다. 이 나라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 서쪽으로 가자! 적(翟) 나라나 진(秦)나라로 갈 수밖에 없어.”

갈 길을 정한 조순이 구명은인을 찾으니 영첩은 벌써 조순이 더는 생명의 위험을 받지 않음을 확인한 후 몸을 피한 뒤었다. 조순과 조삭 부자도 지체하지 않고 서쪽을 향해 마차를 달렸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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