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자산의 동상)

자산, 법치의 선구자

그는 최초로 민주와 법치의 관념을 제출하고 중국 최초의 법을 제정했으며 그 법을 청동으로 주조한 정(鼎)에 새겼다. 그가 바로 법치의 선구자 자산(子産)이다.

자산이 집권해서 3년만에 기존의 약국이던 정(鄭) 나라는 강국들 사이에서 존엄을 찾는 강한 나라가 되어 사회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잘 잘았으며 자산은 백성들의 칭송을 받았다.

청렴하기로도 소문이 난 자산은 또 식목을 주장하며 숲을 훼손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은 법치의 선구자이자 환경보전을 제창한 ‘환경학자’이기도 한 것이다.

법치의 선구자 자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최초로 법을 만들어 집행하다

정(鄭) 나라에 가뭄이 들었다. ‘뽕나무 밭에서 비를 구하는 것’은 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풍습이었다. 정 나라의 집정대부(執政大夫) 자산은 뽕나무 밭에서 비를 구한다고 해서 하늘이 비를 내릴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도격(屠擊)과 축관(祝款)을 파견해 산신(山神)에 제사를 지내게 했다. 그런데 이 두 관리는 이 기회에 나무를 베어 사적인 이익을 챙겼다. 화가 난 자산은 “막강한 종족(宗族)의 세력이 나라와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니 이 기회에 그들을 벌해서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산은 도격과 축관을 불렀다.

“산신에 제사를 지내면 반드시 나무를 심고 숲을 지켜야 하는데 당신들은 숲을 지킬 대신 나무를 베었으니 그 죄가 커서 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리고 도격과 축관의 작위와 봉지를 전부 박탈했다. 도격과 축관이 이를 받아 들일 리 없었다. 그들은 뒤에서 “왜 우리에게만 벌을 주는 거지? 우리 보다 더 많은 것을 횡령한 사람들도 많은데 왜 그런 공자(公子)와 귀족들은 벌하지 않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 말은 들은 자신은 “벌을 주는 조항을 공개해야 범법자들이 마음속으로부터 감복하겠구나. 그래야 모든 관리들이 두려워서 제멋대로 나쁜 짓을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자산이 법 조항 제정을 시작했는데 대부(大夫) 연명(然明)이 노기등등해서 들어왔다.

“향교(鄕校)를 폐지해야겠소. 사람들이 향교에서 허튼 소리를 하고 있는구려.”

자산이 웃었다.

“왜 향교를 폐지해야 하오? 사람들이 당신의 흉을 보았소?”

“그렇소.”

“연명 대부, 그대는 식견이 높소. 그런데 어찌 이런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거요? 향교는 백성들이 한담하는 곳이오. 그들이 나랏일을 논하고 불평하는 것이 뭐가 좋지 않다는 말이오? 백성들로 말하면 향교는 불만을 털어 놓는 장소이고 우리로 말하면 나랏일을 함에 있어서 틀린 점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장소요. 향교는 쓸모가 많소.”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너무 화가 나서 그들의 혀를 뽑아버리고 싶소.”

“최선을 다 해서 일을 하면 사람들의 원망을 줄일 수 있다고는 들었지 권세로 여론을 압박해서 원망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소. 백성들의 입을 막는다고 해서 무슨 쓸모가 있소? 그들의 입을 막는 것은 마치 강물을 막는 것과 같아서 물길이 막히면 반드시 언제를 무너뜨리고 수재를 일으키게 되며 그 때가 되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게 되오. 작은 물길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하면 큰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것이오.”

그러면서 자산은 자신이 작성하고 있던 법 조항을 연명에게 보여주었다. 제2조가 바로 ‘입방정(立謗政)’, 정치에 대한 비난을 받아 들인다는 내용이었다. 연명은 “백성들이 정치를 논하게 하다니, 자산은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며 자산과 친분이 있는 진(晉) 나라 대부 숙향(叔向)에게 편지를 써서 자산을 설득시켜 달라고 말했다.

자산이 사전(私田)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지주(地主)는 반드시 군부(軍賦)를 납부해야 한다는 등 법 조항을 동정(銅鼎)에 새기자 숙향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법을 발표하고 또 그 법을 정에 새기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결과를 생각해보셨습니까? 백성들은 법에 근거해 합법적인 투쟁을 할 것입니다. 그 때면 나랏일을 하기 더 힘들어 질 것입니다. 우리가 나라를 다스리는 목적은 사회가 안정되고 나라에 혼잡이 빚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법을 제정한다면 모호하게 하고 발표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집권자들이 어떻게 해도 일리가 있게 되고 백성들이 감히 이의를 제출하지 못하며 우리에게 법대로 하라고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숙향의 편지를 받은 자산은 진 나라에서 가장 정치적 안목을 가진 대부가 이런 편지를 보내온 것을 보고 실망했다. 자산은 즉시 회답편지를 썼다. “나라에 이롭기만 한다면 나는 생명도 내놓겠습니다. 정도에 맞게 집권하면 백성들의 비방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자산이 정에 법을 새긴 것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사회에 발표한 법 조항이다. 지금 와서 보면 자산은 명실공히 중국 법치의 선구자인데 당시에는 여러 나라들에서 말이 많았다. 심지어 자산을 아주 아끼는 공자(孔子) 마저 “이렇게 하면 귀천이 없어지는데 이게 어떻게 나라를 위한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물론 자산이 법을 집행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 중 정 나라 귀족의 사례를 보자. 정 나라에 공손흑(公孫黑)이라는 대부(大夫)가 있었다. 당시의 집정대부인 백유(伯有)가 공손흑을 초 나라 사절로 파견했으나 공손흑은 초 나라가 정 나라와 사이가 안 좋은 것을 빌미로 파견을 거절하고 백유에 대한 앙갚음으로 백유의 집을 불사르고 백유의 목숨도 빼앗았다. 뒷이야기지만 백유가 죽고 나서 자산이 집정대부가 되었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정 나라 대부 서오범(徐吾犯)에게 아름다운 외모의 여동생이 있었는데 공손초(公孫楚)와 혼인을 약속했다. 그런데 공손초의 형제인 공손흑도 서씨의 여동생에게 예물을 강제로 보냈다. 난폭한 공손흑의 성격을 아는 서오범이 자산을 찾아왔다.

“공손흑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대의 여동생이 누구에게 시집을 가고 싶어하면 누구에게 보내시오.”

서오범은 공손씨의 두 형제에게 자신의 여동생의 뜻을 따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두 공손씨도 그에 동의하고 각자 선물을 준비해서 서오범의 저택으로 가져갔다. 방안에서 두 사람을 살핀 서오범의 여동생은 “공손흑도 인재이지만 공손초는 위안대부(偉岸大夫)이니 공손초에게 시집을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손흑은 아름다운 여인이 공손초에게 시집을 가는 것을 보고 대로해서 갑옷을 겉옷 안에 입고 공손초를 만나러 갔다. 공손흑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고 자신의 여인을 차지하려 한다는 것을 안 공손초는 선손을 써서 공손흑에게 부상을 입혔다.

공손흑이 자산을 찾아가서 사연을 말했다. 자산은 사실에 근거해 공손초가 죄를 지었다고 판단해 그를 오(吳) 나라로 추방 보냈다. 후에 공손초가 난을 일으키자 정 나라 간공(簡公)은 자산과 자피(子皮), 공손단(公孫段), 인단(印段), 자태숙(子太叔), 사대(駟帶) 등 6명과 동맹을 맺었다. 공손흑도 동맹에 참여하고 싶어서 간공의 명을 거짓으로 전해 태사(太史)에게 동맹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하게 하고 ‘칠자(七子)’라 부르게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공손흑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준비했다. 정 나라 대부들은 정 나라가 공손흑의 손에서 망할 것을 우려했으나 공손흑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에 자산이 법에 근거해 공손흑의 세 가지 죄목을 선포했다.

“정 나라는 누차 범법을 저지른 공손흑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 공손흑은 첫째, 권력을 이용해 백유(伯有)를 살해했고, 둘째, 형제의 아내를 빼앗으려 했으며, 셋째, 군주의 명을 허위로 전달했다. 세 가지 죄는 모두 죽을 죄이니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으면 사구(司寇)가 대신하겠다.”

이렇게 공손흑이 벌을 받으면서 ‘대부는 법의 벌을 받지 않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정 나라의 귀족들도 더는 제멋대로 나쁜 짓을 하기 못했다. 자산은 집권 18년 동안 단 3명에게 벌을 주고 2명을 처결했는데 그 동안 정 나라는 사회가 안정과 조화를 이루었고 밤에도 문을 잠그는 법이 없었으며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줍는 사람이 없이 올바른 기풍을 유지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