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오자서의 석상)
강직한 대장부 오자서
“고소성 밖의 한산사(姑蘇城外寒山寺), 한밤중의 종소리 나그네 배에 들려오네(夜半鐘聲到客船)”라는 당(唐) 나라 시인 장계(張繼)의 유명한 시에 나오는 고소성(姑蘇城)이 바로 오늘날의 소주성(蘇州城)을 말하는데 소주를 둘러싼 47리 길이의 웅장한 성벽이 바로 오자서(伍子胥)가 기획 축조한 것이다.
성격이 강직하고 용감하며 계략도 많은 오자서는 오(吳)나라 왕을 도와 법을 제정하고 현명한 인재를 등용하며, 농업과 상업을 장려하고 국고를 튼실히 하며, 성을 쌓고 수비를 다지며, 오 왕에게 유능한 군사가 손무(孫武)를 추천하여 오나라의 군사력을 키웠다. 그가 조성한 중국 최초의 함대는 당시 중국에서 가장 강한 해상역량이었다.
사상 최초로 시체에 매질을 하는 편시(鞭屍)로 복수한 오자서는 은혜에는 반드시 보답하고 원수는 반드시 갚는 중국인들 민족성격의 형성에 일조한 중국 제일의 강직한 대장부라 할 수 있다.
강직한 대장부 오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지명수배자로 도주를 시작하다
초(楚) 나라 소현산(小峴山)의 서쪽에는 두 산 봉우리가 마주하고 그 사이로 로주(瀘州)와 호주(濠州)의 상단과 행상들이 오가는 통로가 나 있는데 그 곳이 바로 소관(昭關)이다. 소관을 지나면 오나라로 가는 물길이 나타난다. 한 사람이 만 명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험준한 지세의 소관은 역대로 군사들이 수비했다. 근래에는 중범 오자서를 잡기 위해 초(楚) 나라 왕이 특별히 오자서의 화상을 그려 붙이고 우사마(右司馬) 원월(薳越)을 파견해 군사를 거느리고 이 곳에 주둔하게 했다.
오자서는 부친과 형이 억울하게 죽고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자 원한을 품고 태자 건(建)의 아들 공자 승(勝)을 업고 간난신고 끝에 소관에 이르렀다. 그는 소관을 넘어 물길을 따라 오나라에 가서 군사를 빌려 부친과 형의 원수를 갚고자 한 것이다. 소관의 벽에 부착된 자신의 화상을 본 오자서는 갈 길을 멈추고 급히 근처의 산중에 들어가 소관을 통과할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오자서가 소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데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숲 속으로 걸어왔다. 노인은 몸집이 우람지고 이마가 넓으며 눈길이 예리한 오자서를 보자 물었다.
“당신이 오자서요?”
놀란 오자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
“왜 그렇게 물으십니까?”
“나는 은사(隱士) 동고공(東皋公)인데 편작(扁鵲)의 제자이고 의술을 알고 있네. 어제 원월 장군이 몸이 불편해서 나를 불렀는데 그때 소관에 붙여져 있는 오자서의 화상을 보았네. 화상이 당신과 비슷해서 그렇게 물어본 거네. 걱정 말게. 산을 넘으면 바로 우리 집이니 같이 갑시다. 무슨 일이든 가서 이야기합시다.”
공자 승을 업고 동고공의 집에 도착한 오자서는 자신이 수배를 당하게 된 원인을 설명하고 오나라에 가서 군대를 빌어 부친과 형의 원수를 갚을 타산도 말했다. 오자서의 말을 들은 동고공이 분노했다.
“걱정 말고 이 곳에 있으시게.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터이니.”
그로부터 7일이 지났지만 동고공은 매일 끼니마다 오자서와 공자 승을 잘 대접하는 외에 소관을 통과할 방법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오자서는 수많은 칼이 동시에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어둠 속에서 홀로 방안을 오락가락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지나간 일이 악몽처럼 떠올랐다…
초 평왕(平王)은 자신의 아들인 태자 건의 신부, 즉 진(秦) 나라의 맹영(孟霙)과 몰래 결혼하고 건에게는 대신 제(齊) 나라 왕의 딸을 주선해 그녀과 결혼하게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장남인 태자 건을 폐위하고 어린 아들을 태자로 세우고자 건을 죽이려고 했다. 평왕은 나의 부친 오사(伍奢)를 궁으로 불러 태자가 역모를 꾸몄다고 모함하며 태자 건의 태부(太傅)인 부친도 공범이라고 하옥시켰다. 그 때 대부(大夫) 언장사(鄢將師)가 나와 형 오상(伍尙)를 찾아와 당장 입궐하라는 초나라 왕의 어지를 전했다. 우리 형제가 입궐하면 모두 제후로 봉하고 입궐하지 않으면 부친을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는 화근을 확실하게 제거하려는 초나라 왕의 심보임을 알았다. 그래서 형에게 가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효자인 형은 부친과 함께 죽기를 각오하고 언장사를 따라 갔다. 결국 형과 부친은 모두 살해되었다.
그리고 오씨 가문의 300여명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초나라 왕은 내가 부친과 형을 위해 복수할 것을 우려해 지명 수배령을 내리고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그 바람에 나는 여기 저기 몸을 숨기며 겨우 소관에 이르러 이 곳에 발이 묶인 것이다. 이 피맺힌 원한을 언제 갚는 단 말인가…
오자서는 밤을 꼴딱 새고 날이 밝아오자 동고공을 찾아갔다.
오자서를 본 동고공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왜 머리가 백발이 되었소?”
오자서가 거울을 보니 하루 밤 사이에 자신의 검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오자서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피맺힌 원수도 갚지 못했는데 머리가 벌써 희었네. 설마 하늘이 나를 돕지 않는다는 말인가?”
동고공이 입을 열었다.
“울지 말게. 이건 좋은 징조이네! 이제 소관을 통과할 수 있네.”
오자서는 울음을 그치고 동고공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은 몸집이 우람해서 쉽게 사람들의 눈에 띄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야 하네. 이 며칠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됐네. 좋은 기회가 왔어. 자네가 백발이 되었으니 쉽게 소관을 통과할 수 있네.”
오자서의 묻는 듯한 눈빛을 본 동고공이 말을 이었다.
“나에게 황보눌(皇甫訥)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키도 크고 몸집이 우람해서 당신과 비슷하네. 그가 당신처럼 분장하고 당신은 그의 수행원으로 분장하게. 내 친구가 잡히면 그 때 당신은 혼란한 틈을 타서 소관을 넘을 수 있을 것이네.”
“어찌 벗에게 누를 끼칠 수 있겠습니까?”
“괜찮네. 당신이 소관을 넘은 후 내가 그를 구해내면 되네. 그는 오자서가 아닌데 뭘 걱정하나! 그 사람들이 사람을 잘못 잡는거지, 우리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네.”
동고공은 또 약재를 넣은 물을 가지고 와서 오자서 보고 얼굴을 씻으라고 말했다. 오자서가 그 물에 얼굴을 씻자 오자서의 얼굴이 검붉게 변했다. 거기에 머리까지 백발이니 20대의 오자서는 순간 반백이 넘은 노인처럼 보였다.
오자서는 동고공의 도움으로 오얏나무로 복숭아를 대신하는 이대도강(李代桃僵)의 계책을 써서 성공적으로 소관을 통과해 도주를 계속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