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1 08:43:01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채륜 편: 제2회 제지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다

(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채륜과 제지과정의 일환)

2회 제지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다

종이가 없었던 시대의 세상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다섯 개 수레 분의 책을 읽을 정도로 학식이 풍부하다는 의미의 학부오거(學富五車)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성어는 종이가 없던 전국(戰國)시대에서 기원한다. 장자(莊子)의 벗인 논리학 학자 혜시(惠施)는 자신의 학설을 홍보하러 갈 때마다 다섯 수레에 죽간 서적을 싣고 다녔다고 한다. 만약 그런 서적의 내용을 종이에 쓴다면 지금은 아마도 중학생의 가방 하나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일 것이다.

서한(西漢) 때 동방삭(東方朔)이 한무제(漢武帝)에게 3천자로 된 구직서한을 죽간(竹竿)에 썼는데 힘장사 둘이서 겨우 그 죽간을 황제 어전까지 옮겼다. 그리고 이런 죽간은 읽기도 힘들어 한무제가 동방삭의 3천자 짜리 자천서(自薦書)를 읽는 데 3개월이 걸렸다. 또 서한 때의 성세에도 일반인들은 비단으로 된 백지(帛紙)를 쓰지 못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의 백지는 사실 귀중한 견직물이었다. 그리하여 종이 지()자에는 부수로 가는 실을 말하는 사()부수가 들어간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등 황후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도 좋은 종이를 발명하라고 채륜에게 주문한 것이다.

채륜은 확실히 영리하고 근면했다. 등 황후의 명을 받든 그날부터 그는 모든 심혈을 종이제조에 쏟았다. 그는 업무의 여가와 휴일마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몰래 나가서 제지의 오묘함을 탐구했다. 어느 날 그가 강가에 이르니 표사(漂絲) 작업장 사람들이 겸지(縑紙)를 햇볕에 널러 말리고 있었다. 표사란 가는 실을 뽑아 엷게 펴는 것을 말하고 겸지란 비단으로 만든 엷은 종이를 말한다.

채륜이 작업 중인 장인에게 물었다.

이 겸지는 어떻게 만든 건가요?”

이 겸지는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표사에 딸려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우리가 실을 많이 뽑으면 이렇게 엷은 실 뭉치가 나오는데 그걸 건조시키면 바로 겸지가 됩니다. 겸지를 선비들에게 팔면 소득을 올릴 수 있거든요.”

채륜은 강가를 떠나 걸으면서 생각했다.

겸지의 원자재는 실 뭉치이다. 그러니 양이 많지 않을 것이다. 비단 옷을 입는 사람이 적은 것처럼 말이다. 일반 사람들은 삼 섬유로 짠 삼베나 칡 섬유로 짠 갈포(葛布)로 옷을 지어 입으니 삼 껍질이나 모시풀 껍질, 칡 껍질을 제지 원료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삼은 비단보다 훨씬 더 많으니 가격도 많이 저렴할 것이니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채륜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상방처로 돌아왔다. 그는 장인들에게 지시했다.

빨리 가서 삼 껍질을 사오시오.”

장인들이 삼 껍질을 사오자 채륜은 자신이 몸소 손을 대며 말했다.

삼 껍질을 잘게 잘라서 물에 담그면 지장(紙漿)을 만들 수 있소.”

지장이란 펄프를 말한다. 하지만 삼 껍질을 며칠이나 물에 담가도 물에 뜨지 않고 서로 접착되지도 않았다. 그 바람에 채륜은 우울해서 밤이 되어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날이 밝자 자리에서 일어난 채륜은 죽간으로 된 책을 들고 정원에 나가서 회화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가죽 끈으로 묶은 죽간서를 펼치자 채륜은 금방 잠이 들었다. 흐리멍덩한 속에 채륜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머리를 들었다. 그랬더니 백발에 홍안의 한 신선이 운무 속에 서서 말하는 것이었다.

채륜, 이것은 제지의 비방이니 잘 보고 머리를 잘 쓰게. 하루 빨리 제지에 성공하기를 바라네!”말을 마친 신선은 책 한 권을 던져주고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손을 내밀어 그 책을 받는 순간 채륜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과연 자신의 손에 책이 들려 있었다. 놀란 채륜이 책을 다시 보니 자신이 읽던 <시삼백(詩三百)>이 아닌가? 펼쳐진 죽간에는 시 <진풍동문지지 (陳風東門之池)>편이 적혀 있었다.

동문 밖의 연못에 삼을 담글 수 있네(東門之池, 可以)

저 아름답고 정숙한 아가씨와 노래를 불렀으면(彼美淑姬, 可與晤歌)

동문 밖의 연못에 모시를 담글 수 있네(東門之池, 可以)

저 아름답고 정숙한 아가씨와 이야기를 했으면(彼美淑姬, 可與晤語)

동문 밖의 연못에 왕골을 담글 수 있네(東門之池, 可以)

저 아름답고 정숙한 아가씨와 말을 나누고 싶네(彼美淑姬, 可與晤言)

채륜은 벌떡 일어서서 삼을 담근 곳으로 달려갔다. 삼은 담근 연못 앞에 선 채륜은 이렇게 생각했다.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지? 나무나 풀을 태운 재를 우려낸 잿물에 삼을 담그면 삼 오리가 부드러워 질 것이다. 불순물까지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잿물로 천을 씻으면 때도 씻기지 않는가?”

장인들이 채륜을 발견하고 다가와 물었다.

채 대인님. 수고하십니다. 이렇게 일찍 나오셨습니까?”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소. 잿물을 쓰면 될 것이오. 누가 수라간에 가서 재를 가져오겠소?”

채륜의 말에 한 장인이 대답했다.

지금 삼베를 짜는 작업장에서는 모두 삼을 담글 때 석회수를 쓰는데 효과가 더 좋습니다.”

그러면 더 잘 됐네. 빨리 가서 석회를 사오시오!”

그리고 채륜은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수라간에 가서 재도 가져오시오.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비교를 해 봐야겠소.”

재와 석회가 준비되자 채륜은 몸소 장인들과 함께 삼을 각각 잿물과 석회수에 넣어 끓였다. 두 가마의 펄프 색상이 다른 것을 본 채륜은 이렇게 생각했다.

석회수와 잿물의 용도가 똑 같지가 않은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던 채륜은 갑자기 뭐가 떠올라 석회수 가마에 잿물을 추가하고 잿물 가마에 석회수를 추가해 두 번째로 삼을 끓였다. 그러자 불순물이 깨끗하게 제거되었음은 물론이고 삼 속의 점액도 철저하게 제거되었다.

채륜은 석회수 방안을 제공한 장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그러자 다른 장인들도 너도나도 더 좋은 생각들을 내놓아 제지공법은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었다. 그 중 한 장인이 이렇게 말했다.

멀쩡한 삼으로 종이를 만들면 원가가 높습니다. 삼베로 만든 헌 옷으로 종이를 만들면 원가를 더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헌 옷이나 낡은 그물, 해진 끈은 모두 남아 도는 원자재가 되겠소. 돈 한 푼어치도 안 되는 이런 넝마로 종이를 만들면 그야말로 쓸모 없는 물건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오!”

채륜은 그 장인에게도 후한 상을 내렸다. 장인들은 제지에 더욱 열성을 올렸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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