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손무 문화원 일각)
병법의 비조 손무
평생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혁혁한 무공을 세운 프랑스 군사가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후 자신이 조금만 일찍 <손자병법(孫子兵法)>을 보았어도 그렇게 참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 <손자병법>의 저자가 바로 손무(孫武)이다.
조(趙)나라와 위(魏)나라, 한(韓)나라가 진(晉)나라를 분할한 삼가분진(三家分晉)과 제(齊)나라의 군주가 강(姜)씨에서 전(田)씨로 바뀌는 전씨대제(田氏代齊)를 거쳐 중국은 제나라와 초(楚)나라, 연(燕)나라, 한나라, 조나라, 위나라, 진(秦)나라 등 전국칠웅(戰國七雄)이 패권을 다투는 국면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손무는 벌써 일찍 이런 국면을 예상했다.
병법에 능한 손무는 백전백승으로 오(吳)나라 왕의 제패를 도왔고 그가 남긴 <손자병법>은 전략적 높이에서 전쟁의 원리와 작전의 모략을 천명했다. 여러 가지 외국어로 번역된 <손자병법>은 오늘날에도 세계 제일의 병서로 인정된다.
병법의 비조 손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하산 그리고 궁녀 훈련
오자서(伍子胥)가 경치가 아늑한 궁륭산(穹隆山)에 올라 절친인 손무를 찾았다.
“자네 이제 병서도 다 썼으니 산을 내려 가야지. 가세. 오늘은 오(吳)나라 왕을 만나러 가세. 내가 자네를 오 왕에게 극력 천거해서 오 왕이 자네를 군사(軍師)로 등용하기로 했네.”
손무는 오자서가 가져온 오 왕의 선물을 보았다. 황금 10일(鎰)에 백옥(白壁) 한 세트였다. 당시의 중량 단위로 1일은 24냥(兩)이고 10냥은 1돈이니 10일은 240냥, 혹은 24돈의 황금을 말한다. 손무가 선물을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
“큰 돈을 내걸면 반드시 나서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돈을 밝히지 않네. 내가 오늘 산을 내리는 것은 나의 병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이네.”
“내가 아직 원수를 갚지 못했으니 자네의 병법이 마침 쓸모가 있게 되었네.”
“닭을 잡는데 왜 소 잡는 칼을 쓰겠나? 나의 병법은 주로 전략적 높이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것이네.”
“초(楚)나라 정벌은 닭싸움이 아니네. 전략적 높이에서 이 전쟁을 지휘해야 승산이 있네. 오 왕은 현재 초나라를 정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월(越)나라를 먼저 공격하려고만 생각하네. 자네가 나를 도와 오 왕을 설득 좀 해주게!”
“때가 되면 오 왕을 설득할 방법이 있을 거네.”
이렇게 손무는 오자서를 따라 산을 내려 오나라 왕을 만나러 갔다.
손무의 병법 13편을 읽은 오 왕 합려(闔閭)는 손무가 확실히 귀재임을 느껴 감탄했다.
“경의 재능은 사마양저(司馬穰苴)보다 못지 않는데 안영(晏嬰)이 경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히려 과인이 그 덕을 보게 되었으니 과인은 실로 복이 많소 그려.”
합려 왕이 말하는 사마양저는 군사적 재능이 뛰어나 큰 무공을 세우고 제나라의 대사마(大司馬)에 봉해진 군사가이고 안영은 반백 년 동안이나 제나라 군주를 보좌한 상대부(上大夫)이다. 제나라 전(田)씨 가문의 일원이었던 손무도 원래 제나라에 살았으나 전씨가문과 제나라 대부들과의 다툼을 피해 오나라에 와서 산중에 은둔하며 병법연구에 몰두했던 것이다.
손무는 오 왕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대왕께서는 안영이 사마양저를 천거한 일만 듣고 안영이 복숭아 두 알로 세 명의 장수를 죽인 이야기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만약 안영이 저를 발견했으면 저는 사마양저가 아니라 안영의 손에 목숨을 잃은 전개강(田開疆)이 되었을 것입니다.”
오 왕이 손무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자 오자서가 덧붙여 설명했다.
“장경 형(長卿兄)은 전씨 가문의 출신입니다. 안영은 전개강, 그리고 그와 의형제를 맺은 다른 두 장수가 전씨가문에 이용될까 두려워 세 명의 장수를 전부 제거했습니다. 그런 안영이 어찌 장경 형을 중용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장경 형은 그 화를 피해 궁륭산에 은둔했던 것입니다.”
장경은 손무의 자이다. 오자서의 설명을 듣고 오 왕이 의아한 표정으로 또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왜 전씨를 손(孫)씨로 바꾸었는가?”
“선조부(先祖父) 전서(田書)께서 려(莒)나라 토벌에서 공을 세워 제나라 군주 경공(景公)이 손씨 성을 하사했습니다. 제가 손씨의 3대째입니다.”
오 왕이 너털웃음을 쳤다.
“하늘이 과인의 제패를 도와 손장경(孫長傾)을 나에게 보내왔구려. 그런데 아쉽게도 과인의 나라는 나라도 작고 군사도 적으니 장군의 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소!”
손무가 답했다.
“군사는 숫자보다 용맹함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먼저 군사를 훈련시킬 테니 대왕께서 한 번 보십시오. 제가 후궁의 여시(女侍)들을 훈련시킬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녀들을 싸움에 능한 용감한 군대로 훈련시키겠습니다.”
손무의 말에 재미를 느낀 오 왕은 당장 궁녀 3백 명을 불러 손무에게 맡겼다. 손무는 궁녀들을 두 부대로 나누고 오 왕이 총애하는 두 명의 비를 두 부대의 대장으로 각각 정한 다음 두 대장이 노란색 기를 들고 앞에 서고 그 뒤에는 궁녀들이 열을 지어 서게 했다.
궁녀부대를 마주하고 손무가 명령을 내렸다.
“첫 북소리가 울리면 두 부대는 차렷하고 두 번째 북소리가 울리면 왼쪽 부대는 우로 돌고 오른쪽 부대는 좌로 돈다. 그리고 세 번째 복소리가 울리면 모두 칼을 들고 출전 준비를 하며 징소리가 울리면 처음 자리로 돌아온다.”
손무의 명령을 들은 궁녀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 북소리가 울리자 선 궁녀도 있고 엉거주춤 앉아 있는 궁녀도 있어 들쑥날쑥했다. 손무가 입을 열었다.
“명령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장군의 잘못이다.”
손무는 명령을 중복하고 군리(軍吏)에게 북을 한 번 더 치라고 명했다. 궁녀들은 이번에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키득키득 웃기는 여전했다.
손무는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북을 치고 명령을 다시 중복했다. 두 대장과 궁녀들은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손무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명령을 세 번 하달했는데도 병사들이 듣지 않는 것은 병사들의 잘못이다. 두 대장의 목을 자르라!”
군사들이 두 대장을 결박했다. 그러자 단 위에서 훈련을 관람하던 오 왕이 급히 대부(大夫) 백비(伯嚭)를 보내 손무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하게 했다.
“과인은 장군의 용병술을 알았소. 이 두 비는 과인의 시중을 잘 들어서 그녀들이 없으면 과인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니 그녀들을 사면하오.”
“군중에는 농담이 없습니다. 장군은 싸움에서 군주의 명을 듣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손무는 오 왕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명령을 내렸다.
“즉시 두 대장을 참형하라!”
오 왕의 두 비는 당장에서 참형을 당하고 궁녀들은 두 대장의 수급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손무는 궁녀들 중에서 두 명의 새 대장을 정한 후 다시 명령을 내리고 북을 울렸다. 궁녀들은 웃기는 고사하고 말도 하지 않고 모두 조용하게 명령에 따라 일치하게 차렷하고 좌나 우로 돌고 검을 빼는 모든 동작을 실수 없이 실행했다. 손무가 오 왕에게 보고했다.
“부대훈련을 마쳤으니 대왕께서 지휘하십시오. 이제 이들은 대왕께서 불바다에 뛰어들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진 오 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오자서가 나섰다.
“여색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명장은 얻기 힘듭니다. 대왕께서 천하를 제패하려면 반드시 손무를 장군으로 두셔야 합니다.”
오자서의 말에 오 왕의 얼굴빛이 밝아졌다. 오 왕은 손무를 상장군(上將軍)에 봉하고 그를 군사(軍師)로 부르며 손무에게 초나라 토벌을 일임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