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구천)
제3회 와신상담으로 재 궐기를 꿈꾸다
오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회계의 치욕을 잊을 수 없어 범려에게 말했다.
“회계산 기슭에 새 도읍을 조성하고 그 곳으로 천도해 망국의 아픔을 잊지 말도록 항상 스스로를 깨우치게 하겠소.”
“좋습니다. 회계산을 신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도록 계획해서 새 도읍이 설욕(雪辱)의 도시가 되게 하겠습니다. 대왕께서 회계의 치욕과 돌집의 고통을 잊지 않으신다면 10년의 노력과 10년의 교훈을 거쳐 20년 후에 월나라는 반드시 새롭게 궐기해서 오나라에 복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범려가 회계성을 축조한 후 구천은 도읍을 제기(諸曁)로부터 회계로 옮기고 문종 대부에게 나라를 맡기고 범려 대부는 군사를 다스리게 하면서 현명한 인사를 예의로 대하고 백성들의 생활을 보살피며 부국강병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치욕을 씻을 한 가지 생각에만 빠진 구천은 자신의 의지를 연마하기 위해 매일 밤 침상에서 잠을 잔 것이 아니라 땔나무 위에서 잤다. 또 쓰디쓴 쓸개를 거실에 걸어 두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쓸개부터 맛보고 식사 때에도 먼저 쓸개를 맛보았다.
구천은 밤에 늘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 때마다 귓가에는 “우 임금의 마지막 자손”이라고 하던 부차의 말이 들려오고 눈앞에는 위대한 선인의 실망에 찬 얼굴이 떠올랐다. 한바탕 통곡을 한 구천은 큰 목소리로 자신에게 경고했다.
“구천, 회계의 치욕을 잊었느냐?”
월나라의 인구를 빠른 속도로 늘려 군의 예비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구천은 산아 격려 정책을 출범했다. 그 정책에 의하면 여자가 17세가 되어도 시집을 안 가거나 남자가 20세가 되어도 장가를 들지 않으면 그들의 부모도 벌을 받으며, 임신부가 일을 나가면 나라에서 의사를 보내 그녀들을 지켜주었다. 또 남자 아이를 낳으면 술 한 주전자와 강아지 한 마리를 상으로 주고, 여자 아이를 낳으면 술 한 주전자와 돼지 한 마리를 상으로 주었다. 만약 한 부부가 아이 셋을 낳으면 관가에서 둘을 키워주고 둘을 낳으면 하나를 키워주었다.
또 생산을 발전시키기 위해 구천 부부는 몸소 일하러 다녔다. 구천은 농부들과 함께 밭에 나가 일하고 왕후는 여인들과 함께 천을 짰다.
이와 동시에 월나라는 많은 재물을 오나라의 대신들에게 보내 월 왕을 대신해 좋은 말을 하여 부차를 마비시키고, 거목을 보내 오 왕이 고소대(姑蘇臺)를 축조하게 하여 오나라의 국력을 소진했으며, 서시(西施)를 보내 오 왕이 여색에 빠져 투지를 소모하게 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구천은 군사와 백성의 마음이 하나가 되고 자신을 옹호하자 오나라를 공격하려 했다. 이에 대부 봉동(逢同)이 간언했다.
“우리 나라는 금방 원기를 회복하고 백성들도 이제 금방 잘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군대를 훈련시키면 오나라는 필히 우리를 경계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또 전쟁이 일어나 재난이 발생할 것입니다. 맹수들은 사냥물을 덮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자신을 숨깁니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도광양회(韜光養晦)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길러야지 오나라의 경계심을 유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오나라는 제(齊)나라와 경쟁하고 초(楚)나라와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대한 제나라와 사귀고 초나라를 가까이 하며 오나라에 잘 보여야 합니다. 오 왕은 교만하고 호전적입니다. 그가 우리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고 우리가 그를 무서워한다고 느끼기만 하면 그는 곧 야망의 함정에 빠져 제나라, 초나라와 싸우고 진(晉)나라와 천하의 패주(覇主)를 다툴 것입니다. 우리는 오나라가 지쳐 있을 때에 공격해야 합니다.”
구천은 봉동의 간언을 받아들였다.
구천은 월나라 백성들의 세금은 7년 동안 감면하면서 백비를 통해 부차로부터 식량 만 섬을 빌리면서 이듬해 가을에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했다. 부차는 월 왕이 오나라의 신하가 되기로 했다고 여겨 오자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태창(太倉)의 모든 식량을 월나라에 빌려주었다. 문종이 만 섬의 식량을 싣고 월나라에 도착하자 구천은 식량을 몽땅 월나라의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크게 민심을 얻었다.
이듬해, 월나라는 풍년을 거두었다. 하지만 문종은 낟알을 뜨거운 물에 삶아서 오나라에 상환했다. 오 왕은 통통하게 여문 낟알을 보고 감탄했다.
“월 왕은 정말로 신용이 있구나. 상환한 낟알이 우리가 빌려준 것보다 훨씬 잘 여물었구나. 올해 이 낟알을 종자로 농사를 지으면 풍작을 거둘 수 있겠다.”
결과 그 해 오나라는 낟알 한 알 거두지 못해 온 나라가 심각한 기아에 빠지게 되었다.
한편 범려는 검과 창을 잘 쓰는 남림인(南林人)과 활을 잘 쏘는 초나라 사람 진음(陳音)을 청해 월나라 군대를 가르치게 했다. 병사들은 밤낮으로 훈련을 받고 정교한 칼과 검과 활을 가진 군대는 전투력이 뛰어나 월나라는 점차 부국강병을 이루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