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서시)
미녀 스파이 서시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방불케 하는 고대 중국의 4대 미인 중 으뜸이다. 바람이 불면 날려갈 듯 연약한 몸매의 이 미녀는 ‘선물’로 오(吳) 왕에게 보내져서 고대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미녀 스파이가 되었다. 그녀가 바로 서시(西施)이다.
오 왕의 투지를 무마시키는 임무를 성과적으로 마치고 월(越)나라로 돌아온 그녀, 그녀를 기다린 것은 부귀영화도 맛 있는 음식도 아닌 죽음이었다.
월나라의 오나라 멸망을 위해 큰 기여를 한 서시, 뛰어난 미모와 능력을 자랑한 서시, 그럼에도 죽음을 당한 서시는 오늘날까지 애국자로 길이 남아 내려온다.
미녀 스파이 서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미인계의 주인공으로 선발되다
저라산(苎羅山) 자락, 완사계(浣紗溪) 기슭에서 서시는 빨래를 하고 있었다. 녹수청산이 아름다운 서시를 낳아 어여쁜 서시의 그림자가 맑은 물에 비끼자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물속의 물고기도 넋이 빠져 시냇물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서자(西子), 내와 도와 줄게!”
동촌(東村)의 우(牛)가 서시의 빨래를 도우려고 달려왔다. 서시는 성이 시(施)씨인데 서시가 사는 마을이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고 동쪽에도 시씨 성의 처녀가 있어서 서시(西施)와 동시(東施)로 각각 불렀으며 서시는 뛰어난 미모로 일명 서자라고도 불렸다.
서시의 얼굴에 복사꽃 같은 홍조가 번졌다.
“오빠, 쉬세요. 남자가 무슨 빨래를 해요, 사람들이 웃어요! 곧 다 해가요.”
서시는 말을 하면서 하얀 옷을 담은 광주리를 들고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우가 급히 서시의 바구니를 빼앗아 들고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면서 함께 집으로 걸어 갔다.
“서자, 재미나는 이야기를 해줄게.”
우는 서시를 만나면 언제나 말이 많아진다.
“우리 마을의 그 못생긴 동시(東施)가 언제나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방하는 거야, 그러면 예뻐지는 줄 아나 봐. 어제는 너의 아플 때 모습을 본떠서 이마를 찡그리고 명치를 누르고 우울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어서 이웃이 보고 깜짝 놀랐대. 그 이웃은 동시가 왜 저러지? 어디 아픈가? 되게 무섭네. 그리고는 무서워서 문을 닫아 걸고 다시는 동시를 내다보지 못했대.”
그 말에 서시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진짜 아파서 그런 거지 아픈 척한 게 아니예요. 그런데 왜 나를 따라 한대요?”
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 이제 겨우 16살인데 병은 무슨? 집에 세금 낼 돈이 없어서 걱정하는 거지? 어느 집인들 안 그렇겠냐? 너무 걱정 마.”
우는 우울해진 서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너는 기뻐하든 슬퍼하든, 웃든 울든, 언제나 예뻐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해. 너가 이마를 찡그리면 꽃잎처럼 예뻐서 사람들은 더욱 너를 어여삐 여겨. 그러니 동시가 너를 모방할 수밖에.”
우의 말에 서시가 대답했다.
“오빠는 농담할 기분이 나요? 나는 걱정되어 죽을 지경인데. 집에는 소금 살 돈도 없는데 이장(里長)은 월나라가 오 왕에게 공물을 보내야 한다고 매일 와서 세금을 내라고 하잖아요. 심지어 월 왕도 몸소 밭에 나가 일하고 왕후도 뽕을 따서 실을 뽑는데 우리 백성들이 어찌 나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서시의 말을 들은 우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나서 걱정스럽게 말했다.
“돈을 내는 건 일도 아니야. 오 왕이 여색을 좋아한다고 월 왕이 그에게 미녀를 갖다 바칠 것이라고 들었어. 그래서 범려(范蠡) 대부가 미녀들을 찾고 있다는데 서시, 너무 예쁜 너가 뽑히면 어떡하냐? 너가 없으면 내가 살아 무얼 하겠냐! 만에 하나 그렇게 되면 나는 아마도 오나라에 가서 오 왕과 판가름 할거야.”
우와 서시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금방 집에 이르렀다. 그 때 마침 집에서 나오는 이장을 본 서시는 “또 돈을 내라고 온건가? 월나라 백성들의 피땀을 다 짜내는 오 왕이 진짜 얄미워”라고 생각했다.
서시가 집에 들어서자 부친이 말했다.
“이장이 돈을 가지고 왔다. 대왕이 오 왕에게 미녀를 보내야 하는데 너가 뽑혔단다. 내일 범려 대부가 몸소 너를 데리러 올거다.”
깜짝 놀란 서시가 외쳤다.
“네?”
부친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시야, 네 아비가 마음이 독해서가 아니다. 나라가 너를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나라를 위해 기여하는 셈 치자!”
이 때 서시는 자신을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면 오빠가 너무 슬플거야”라는 생각이 들자 서시의 마음이 아련하게 아파왔다. 서시는 또 “범려 대부는 정말 마음이 독하네. 정말로 월나라의 여인들을 오 왕에게 보내다니. 아, 그도 다른 계책이 없어서 그러겠지, 나라가 여인보다 중요하니깐. 월나라의 백성들을 위하고 월나라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나의 희생도 가치가 있는거야”라고 생각했다.
우가 어떻게 슬퍼하든, 서시가 어떻게 원하지 않든, 서시는 정든 사람, 정든 고향을 떠나 이국 타향으로 가야 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