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0 09:06:19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화타 편: 제3회 두통, 그리고 감금

(사진설명: 화타의 석상)

제3회 두통, 그리고 감금

세상을 떠돌아 다니며 환자를 구하는 화타의 명성은 점점 더 높아졌고 그와 반대로 벼슬길에 오르려는 화타의 희망은 점점 묘연해졌다. 하지만 세상사는 예측하지 못하고 운명은 종잡을 수 없기 마련이다. 노후에 이르러 화타는 삶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화타의 선택이 복일까 아니면 화일까?

난세에 세상을 평정하던 조조는 두통질환에 시달렸고 나이가 들면서 통증이 점점 더 심각해서 독설로 자신의 가문을 욕한 진림(陳琳)의 문장도 더는 통증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온 세상이 빙빙 도는 어지럼증과 도끼로 뼈를 쪼개는 듯한 극심한 아픔에 조조는 사는 것이 죽기만 못했다.

변(卞) 부인이 말했다.

“화타라고 하는 의사가 있는데 당신과 한 고향이라고 하네요. 의술이 높아서 약으로 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병의 뿌리를 뽑는다고 들었습니다. 또 칼로 병근을 제거하는데 마찬가지로 질병을 확실하게 치료한다고 합니다. 그를 불러 병을 보이시지요?”

조조가 물었다.

“관우의 뼈를 깎아 독을 제거했다는 그 화타를 말하는 거요?”

“네. 그가 뛰어난 의술로 사람을 구한 이야기는 너무 많아요. 당신은 맨날 전장을 누비며 싸우기만 했으니 세상을 돌며 사람을 구하는 의사를 어찌 알겠어요?”

“그럼 쓸데 없는 소리 그만 하고 빨리 그 사람을 부르시오.”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조조라 그의 부하들이 곧 화타를 찾아왔다. 화타가 조조의 방에 들어서니 검정 천으로 머리를 동여매고 병상에 누워 있는 조조의 눈빛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참기 힘든 두통에 시달리는 조조의 시각도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안 화타가 말했다.

“먼저 침구로 치료해보지요.”

화타는 침을 꺼내서 조조의 관자놀이에 꽂으려 했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은 조조는 눈앞에서 은빛의 침이 반짝이는 것이 보이자 즉시 높이 외쳤다.

“자객이다. 빨리 자객을 잡으라!”

변 부인이 말했다.

“자객이 아니라 의사가 침을 놓는 거예요. ”

조조의 호위병들에게 두 팔을 잡힌 화타가 탄식했다.

“작은 침으로 어떻게 암살을 행하겠습니까? 암살이 두려우면 치료하지 말지 그럽니까?”

변 부인이 말했다.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빨리 침을 놓게 하세요!”

참을 수 없는 두통에 조조가 말했다.

“침을 놓아라. 네가 나를 암살할 정도로 담이 크지 않을 터이니.”

화타는 과연 신의였다. 화타는 혈 자리를 찾아 침을 꽂으며 말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뒤통수에 느껴지면 말씀하십시오.”

곧 이어 조조가 말했다.

“찌릿찌릿하다.”

조조의 말이 끝나지 바쁘게 화타는 즉시 침을 뺐다. 화타가 두 차례에 걸쳐 침을 놓자 조조의 두통이 가신 듯 사라졌다. 그 순간 조조는 도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 찍던 귀신이 화타의 침을 보고 놀라서 도망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조가 기뻐하며 말했다.

“좋아. 이 작은 침이 약물보다도 더 영검하구나. 즉시 효과가 나니 말이다. 너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다.”

화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리의 병은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통증이 없지만 다 나은 것이 아닙니다. 두통이 곧 다시 발작할 것입니다.”

놀란 조조가 되물었다.

“병근을 제거할 수 없다는 말이냐?”

“약이든 침구든 일시적으로 통증을 해소할 뿐 병근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병근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나리께서 노하실까 두려워 말씀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조조한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얼른 말하라!”

“나리의 두통은 머리 속에 생긴 풍연(風涎) 때문입니다.”

조조가 물었다.

“풍연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지? 그렇지?”

화타가 머리를 끄덕였다.

“네. 제가 그 방법을 알기는 합니다만 나리께서 그 방법을 따르실지 모르겠습니다.”

조조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화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방법이냐? 설마 머리라도 쪼갠다는 것이냐?”

화타가 또 머리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머리를 갈라야 합니다. 무서우시죠?”

조조가 펄쩍 뛰며 노호했다.

“화타, 네 이놈! 병 치료를 빌미로 내 목숨을 빼앗아서 서주의 백성을 위해 복수를 꾀하다니! 내가 바보인줄 아느냐? 머리를 쪼개면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과거 조조는 부친의 복수를 위해 서주의 백성을 학살했다. 그래서 화타가 서주의 백성들을 위해 복수할 저의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한 것이다. 화타는 조조가 이토록 의심이 많은 것을 보고 긴말을 하지 않았다.

“병근을 뽑을 생각이 없으시면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치료하고 발이 아프면 발을 치료하지요!”

사실 조조는 화타의 생각을 잘못 읽었다. 화타는 원래 조조 두통 병의 뿌리를 뽑고 그 공을 빌어 조조로부터 큰 벼슬을 받아 자신의 평생 소원을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조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을 본 순간 화타는 자신의 큰 꿈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것을 느껴 더 말을 섞을 생각도 없어졌다.

화타가 막 자리를 뜨려는데 변 부인이 달려 들어왔다.

“충이 갑자기 졸도했어요. 빨리 의사를 불러주세요!”

조충(曹沖)은 7살 때 벌써 부력의 원리를 깨달았다. 부력의 원리를 이용해 코끼리의 무게를 알아낸 조충의 이야기는 널리 전해졌고 그러니 당연히 조조는 조충을 제일로 총애했다. 하지만 조충은 천성적으로 체질이 허약했다. 조조는 사랑하는 아들이 정신을 잃었다는 말을 듣자 금방 화타를 의심했던 일을 다 잊고 다짜고짜 말했다.

“빨리 가서 내 아들을 구하라! 그러면 큰 상을 내리겠다.”

그 말에 화타도 조조의 불신에 대한 불쾌감을 잊고 두 말 않고 변 부인을 따라 조충의 방으로 갔다.

좀 있다가 화타가 다시 조조의 방으로 들어와 말했다.

“공자께서 깨어나셨습니다만 후에도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날 것입니다.”

조조가 물었다.

“충의 병근은 무엇이냐?”

“병근이 복부에 있다면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병근은 심장에 있어서 저의 의술로는 수술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병근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화타의 진솔한 답을 들은 조조가 탄식했다.

“심장에 든 병은 신의라도 고칠 방법이 없을 터이니 그럼 우리 충은 평생 가슴의 아픔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공자의 질환은 수술을 통해 병근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요절만 하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병세가 점점 나아질 것입니다.”

조조는 ‘요절’이라는 말에 가슴을 도려내는 듯 한 아픔을 느껴 화타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는 돌아가지 말고 내 저택에 남아 우리 가문의 주치의가 되거라.”

그 말에 화타는 크게 실망했다. 그는 원래 조조가 상을 내릴 때 벼슬을 달라고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위왕부(魏王府)에 남아 조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살피라니 심히 실망한 화타가 완곡하게 거절했다.

“저의 집사람이 몸이 안 좋아서 돌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조조가 두 눈을 치떴다.

“뭘, 네가 감히 항명이냐?”

화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위왕부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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