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6 09:32:08 출처:cri
편집:李仙玉

[묵자 편-3] 묵가, 그리고 유가와의 설전

(사진설명: 묵자의 동상)

제3회 묵가, 그리고 유가와의 설전

묵자는 원래 유가(儒家) 학자였으나 후에 유가학설의 부족점을 발견하고 겸애(兼愛)와 비공(非攻) 사상을 골자로 하는 묵가학파를 창설했다. 겸애와 인애(仁愛)는 유가와 묵가 분쟁의 핵심이다. 두 학파는 늘 변론을 가졌고 그때마다 묵자는 예지로 넘치는 사상과 화려한 상상, 거침없는 언변으로 우세를 차지하고 사람을 설득시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묵자가 평민학교를 세우고 많은 묵가제자들을 양성하면서 그들은 모두 천하를 흥하게 하고 백성을 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도처에서 묵가학설을 선양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묵자와 제자들을 꾸짖었다.

노나라의 남쪽에 오려(吳慮)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겨울이면 도자기를 굽고 여름에는 농사를 지어 획득한 소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스스로를 요순(堯舜)에 비유했다.

하루는 묵자가 자신을 찾아오자 오려는 묵자를 조소하기 시작했다.

“인의(仁義)는 실질적으로 행하고 몸소 모범을 보이면 되는데 어찌하여 동분서주하며 선양을 하는 겁니까?”

“당신은 몸소 도자기를 굽고 농사를 지어 그 소득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만 사람들이 받는 이익은 아주 적소. 우리의 많은 묵가 제자들이 사처에서 인의를 선양하면 천하를 구할 수 있어 사람들이 얻는 이익이 막대하오. 그러니 우리가 어찌 선양하러 다니지 않겠소?”

유가의 제자 공맹자(公孟子)가 유복(儒服)을 입고 예모(禮帽)를 쓰고 허리에 홀판(笏板)을 차고 묵자를 찾아왔다.

“질문 하나 합시다. 복식과 행위 간에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묵자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거지꼴을 하고 다니는데 이렇게 하면 사치와 낭비를 하지 말도록 군주를 설득하는데 이롭습니까?”

그 말에 묵자가 대답했다.

“제 환공과 진 문공, 초 장왕, 월 왕 구천 네 군주는 좋고 나쁨과 귀천이 서로 다 다르지만 그들의 역할은 다 같은데 그것은 바로 제후들을 호령했다는 것이오. 그러기 때문에 복식과 행위는 아무런 관계도 없소. 우리 묵가 제자들이 소박한 복식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 근검절약을 숭상하기 때문이오. 필요 없는 지출을 줄이도록 군주를 설득하는 것은 그것이 성군(聖君)의 이치이고 백성들에게 이롭기 때문이지 우리의 옷차림과 아무런 관계도 없소.”

공맹자가 또 말했다.

“스스로 무엇을 선양하는 것이 아니라 의연하게 세상속에 서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바로 군자입니다. 마치 치면 울리고 치지 않으면 울리지 않는 종처럼 말입니다.”

“당신이 간과한 상황이 하나 있는데 종은 치지 않아도 울릴 때가 있소. 집권자가 폭정을 시행할 때 군자가 직접 간언하면 사람들은 그가 겸허하지 않다 말하고, 집권자의 측근을 통해 권고하면 사람들은 또 그가 왈가왈부한다고 말할 것이오. 군자는 하는 말에 해가 따른다고 느끼면 말을 하지 않을 것이오. 이 상황이 바로 종을 치지 않으면 종이 울리지 않는 것이오. 만약 나라에 대란이 일어나게 되면 군자는 반드시 나라에 이로운 간언을 해야 하고 집권자도 군자를 중용해 나라를 구해야 하오. 이 상황은 종을 치지 않아도 종이 울리는 것이오. 군주가 의롭지 않은 일을 행한다면, 예를 들어 죄 없는 나라를 공격하고 그 목적이 국토를 넓히고 재물을 약탈하는 것이라면 군자는 이런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간언해야 하오. 이 상황 역시 종을 치지 않아도 종이 울리는 것이오. 당신의 표준대로라면 금방 당신을 건드린 사람이 없는데 당신이 말을 했으니 치지 않아도 울리는 종이 아니오? 그렇다면 당신은 군자가 아니지 않소?”

공맹자는 얼굴을 붉히며 비난을 퍼부었다.

“성인은 집에 몸을 숨겨도 가르침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고, 미인은 문밖에 나서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추구합니다. 만약 미인이 스스로 한탄하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면 누가 감히 그녀를 추구하고 누가 감히 그녀와 혼인하겠습니까? 그런데 묵가 추동자들은 오히려 그녀를 좋아하니 가소롭지 않습니까?”

“지금은 난세라 미녀는 집에 숨어 있어도 추구하는 사람이 많지만 스스로 인의(仁義)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주 적소. 인의의 이치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그 이치를 모르게 되오. 점술사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밖에서 점을 보고 다른 한 명은 집에만 숨어 있다면 어느 점술사가 돈을 더 많이 벌겠소?”

공맹자가 대답했다.

“당연히 밖에서 점을 보는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벌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의와 도덕을 유세하는 군자의 공이 더 클 것인데 군자는 왜 동분서주하며 유세하지 않는 거요?”

묵자의 말에 공맹자는 할 말을 잃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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