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1 10:42:35 출처:cri
편집:李仙玉

[장자 편-4] 자유의 영혼

(사진설명: 장자 사당의 일각)

제4회 자유의 영혼

장자가 집으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과로로 병사했다. 조문하러 온 혜시는 장자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동이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장자를 꾸짖었다.

“자네와 부부의 연을 맺은 여인이고 자네의 아들을 낳아서 키우며 노인을 봉양하고 가사를 돌보면서 평생을 고생한 자네의 아내가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네. 그런데 슬픔에 잠기고 통곡은 못 할지언정 어떻게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즐길 수 있는가. 자네 너무하네. 인정머리가 전혀 없어.”

“그게 아니네. 집사람이 별세했는데 내가 왜 슬프지 않겠는가? 다만 이 며칠동안 좀 생각을 해보니 내가 그냥 범부 속인이라 생과 사의 이치도, 천지간의 이치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슬픔이 가셔졌네.”

장자의 말에 혜시가 물었다.

“자네가 말하는 생과 사의 이치란 무엇인가?”

“인간의 생과 사의 변화는 춘하추동 사계절의 교체와 같네. 집사람은 비록 세상을 떴지만 여전히 천지간의 이 거대한 집에서 잠자고 있네. 내가 계속 슬픔에 잠기고 그녀를 위해 통곡한다면 운명의 배치를 거역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울기를 멈추고 노래를 불렀네.”

“자네 말도 맞고 이치도 알겠네만 그래도 생사의 슬픈 이별을 마주하고 남아 있는 자의 북받치는 감정을 어찌 주체할 수 있는가?”

장자가 말을 이었다.

“생사는 마치 엇갈리는 낮과 밤처럼 낮이 지나면 어두운 밤이 오기 마련이네. 그러기 때문에 살아도 즐거운 일 아니고 죽는 것 또한 슬픈 일이 아니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모두 기체의 변화인데 인정으로는 이 이치를 모르니 살아 있으면 즐겁고 죽으면 슬프다는 심리가 생기는 것이네. 이런 이치를 깨달으니 이치로 인정을 바꿀 수 있었고 그러니 참을 수 없는 슬픔도 사라졌네. 하물며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때가 안 되었다는 것뿐이고 사람이 죽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네. 운명의 배치를 따르고 자연에 순응해 죽는 것이니 슬픔도 즐거움도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없네.”

“알았네. 이제 자네가 죽으면 내가 다시 와서 노래를 부르며 달관의 경지를 보여주지.”

이렇게 말하고 나서 혜시는 홱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장자는 죽음이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혜시는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지 않았다. 장자의 곁에는 그의 제자만 남아서 마지막 시중을 들고 있었다. 제자는 야위다 못해 몰골이 말이 아닌 장자가 마지막 숨을 몰아 쉬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자연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스승님을 이렇게 만든 자연이 이제 스승님을 어디로 보내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자의 말에 장자는 이렇게 대꾸했다.

“부모가 아들을 어디로 가라고 하면 아들은 그 곳으로 가야 한다. 운명도 부모와 같으니 운명이 나를 죽으라고 하는데 내가 그 말을 듣지 않으면 그건 배반이다. 대지(大地)는 나에게 형체를 주어 나로 하여금 이 세상에 와서 일하고 안일한 노후를 보내게 했으며 이제 죽어서 쉬라고 하였다. 나를 잘 살도록 선대(善待)하고 또 나를 잘 죽도록 선대했다. 너는 나를 위해 기뻐해야 하느니라.”

장자의 말에 제자는 오히려 소리를 내서 울었다.

장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모르느냐? 생과 사는 오고 감이라 죽음은 삶의 시작이다. 사람이 사는 것은 기가 모였기 때문이고 사람이 죽는 것은 기가 흩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기가 모이면 살고 기가 흩어지면 죽는 것이다. 서로 동반하는 생과 사는 오직 기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그러니 너는 슬퍼하지 말아라.”

“제가 어찌 생과 사의 이치를 모르겠습니까? 다만 스승님에게서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배웠는데 보답하지 못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제가 슬퍼하는 것은 스승님께서 평생 청빈하게 사셨고 사후에도 순장할 것이 없어서 입니다.”

“나는 천지(天地)를 관으로 삼고 일월(日月)을 옥으로, 성신(星辰)을 보석으로, 만물을 순장품으로 하니 이토록 완벽한 장례가 어디 있겠느냐?”

“관이 없으면 독수리가 스승님 시신을 물어갈까 걱정스럽습니다.”

제자의 말에 장자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땅위에서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것과 땅속에서 개미의 먹이가 되는 것이 무슨 다를 바 있느냐? 새의 먹이감을 빼앗아 개미에게 주다니, 왜 그렇게 편파적이냐?”

말을 마친 장자는 두 눈을 감았다. 장자의 총명한 머리는 움직임을 멈추고 장자의 자유로운 영혼은 바람을 따라 저 멀리 높이 날아갔다.

생과 사를 꿰뚫어 본 장자는 생명을 가장 투철하게 인식하고 자유의 내음과 자유의 소중함을 가장 잘 깨달은 이 세상 최고의 달인임이 틀림없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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