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5 17:27:41 출처:CRI
편집:李景曦

미국 '권력서열 3위'의 극적 퇴진이 보여준 '미국식 민주주의'

취임 9개월 만에 매카시 미 하원 의장은 해임됐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의회 하원에서 10월 3일(현지시간) 하원 의원들의 216 대 210의 투표 결과로 매카시 의장이 해임된 것이다. 미 언론들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다", "하원이 혼란에 빠졌다", "공화당 내부가 통제 불능이 됐다"며 놀라워했다. 이에 미국 각계는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 의장의 극적인 퇴진과 함께 미국 양당 및 당내 파벌 투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미국 정계가 더욱 불안해지고 미국 사회가 한층 분열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하원 의장 경질 동의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매카시는 미국 역사상 해임된 첫 하원 의장이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221석으로 민주당의 212석보다 많기에 이번 표결 결과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극우 공화당 의원 8명의 '배신'으로 결국 매카시는 해임되었다.

그렇다면 이들 8명 공화당 의원들은 왜 ‘배신’했을까? 그 직접적 원인은 예산안을 둘러싼 의회 분쟁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에 시작되며, 9월 이후로 미 양당의 새로운 회계연도 예산 다툼이 심화되었다. 정부가 채무 상한선을 넘어 '셧다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과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각각 임시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공화당 보수파들은 그 어떤 임시 타협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한 상황이었다.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하원 의장 매카시는 막판에 민주당과 손잡고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 보수파가 주장한 연방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등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이는 공화당 내 보수파와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격화시켰다.

10월 2일 밤(현지시간) 극우 공화당 의원 게이츠는 "매카시가 민주당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며 하원 의장 경질 동의안을 제출했다. 하원 규칙에 따르면 의원은 하원 의장에게 입법 업무일 기준 2일 이내에 투표 표결을 준비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투표에서 간단한 과반수만 넘으면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 이어 극우 공화당 의원 8명이 민주당 대열에 합류했고 매카시는 결국 해임됐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의장이 표결로 해임된 것은 의외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의외롭지 않다. 많은 분석가들이 지적했듯이 미국 정당 간 첨예한 대립과 당내 계파 싸움 격화가 매카시의 퇴진을 결정지은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정치에서 당쟁은 늘 주제이고, 당쟁의 본질은 '부결 정치', 즉 상대방이 하는 모든 일에 반대하는 것이지 사실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당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고 많은 관찰자들은 심지어 '내전'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물과 불이 용납할 수 없는 정치 생태는 이번 해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매카시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주장하면서 민주당원들을 격분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카시가 임시 예산안에서 민주당과 공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민주당원들이 결국 그를 해임시키는 데 찬성한 것이다.

한편 현재 미 의회 하원의 권력 구도를 볼 때 공화당 내 계파 다툼 또한 이번 해임 투표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 정계에서 매카시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중시하고 입장이 확고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어 '카멜레온'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의 극보수파는 매카시가 정책 문제에 있어서 원칙이 결여되어 있고 민주당에 대해 '약하다'거나 '투기적이다'고 주장해 왔다. 올해 1월 매카시는 15차례의 투표 끝에 공화당 보수파에 여러 가지 큰 양보를 한 끝에 가까스로 하원 의장에 선출됐다. 이는 미 하원 164년래 가장 긴 선거로서 매카시의 개인 권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국식 민주 난국에 복선을 깔아놓았다. 오늘의 해임이 이를 입증한 것이다.

미국 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미국의 체제에 명백한 문제가 있지만 자아 개혁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당쟁으로 인해 극소수의 보수파 의원들이 하원 의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미국 정치의 병태적 징후의 하나이다. 미국 정치가 소수의 사익에 봉사하고 미국식 민주주의가 '권력의 게임'으로 전락됐을 때 미국 정치인들이 공들여 구축한 '민주'는 신뢰성과 설득력이 어느 정도일까? 프랑스 정치학자인 도미니크 모이시(Dominique Moïsi) 몽테뉴연구소 특별고문이 지적했듯이 정치 양극화 심화가 미국을 마비시키는 등 미국식 민주주의는 이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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