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6 10:31:19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고개지 편: 제1회 漸入佳境의 재능

(사진설명: 고개지의 그림작품 '낙신부도'의 일각)

點睛의 대가 고개지

고대 중국의 유명한 화백이자 시인인 동시에 여러 가지 벼슬도 한 고개지(顧愷之)는 점정(點睛)의 대가이다. 그는 인물화를 그릴 때 인물 외모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눈을 생동하게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중국의 회화 역사에서 처음으로 전신론(傳神論)을 제출한 그는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 생동함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회화가 생동함에 포인트를 두는데 기반을 닦았다.

고개지의 화절(畵絶)과 문절(文絶), 치절(痴絶) 중 가장 현명한 부분이 자신의 재능과 견해를 감추는 치절이다. 그는 난세의 명철보신(明哲保身)을 위해 겉으로는 손해를 입고 바보인 척 했지만 그 배후에는 달걀로 바위를 치지 않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

점정(點睛)의 대가 고개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漸入佳境의 재능

대사마(大司馬) 환온(桓溫)이 병사했다. 환온의 참군(參軍)이었던 고개지는 슬픔에 빠져 이렇게 생각했다.

“백락이 죽었으니 천리마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제 누가 또 대사마처럼 내 말을 잘 들을 것인가?”

환온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고개지는 여전히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알아준 백락을 찾아가 그의 무덤 앞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작심했다.

묘지는 소슬했고 환온의 무덤을 덮은 흙은 아직 마르지 않았으나 노란 들풀이 벌써 싹을 내밀고 있었다. 무덤 앞에서 자신의 백락을 그리는 고개지의 마음은 한없이 슬프기만 해서 한 순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 바다가 마르고 바위가 썩는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마르니(山崩溟海竭) 고기와 새는 장차 어디에 의지할꼬(魚鳥將何依)!”

같이 갔던 시종이 말했다.

“고공(顧公)께서는 환공(桓公)께 크게 의지하시어 발인할 때 통곡하시면서도 시는 읊지 않으셨는데 지금은 어이하여 그 슬픔을 시로 토로하시는지요?”

시종의 그 말에 눈앞에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며 산이 무너지고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는 장면이 펼쳐지자 고개지는 이렇게 대꾸했다.

“소리는 천둥이 산을 깨뜨리는 것과 같고(聲如震雷破山) 눈물은 강을 기울여 바다에 쏟는 것과 같다(淚如傾河注海).”

고개지의 말에 시종이 감탄했다.

“나리의 절세의 재능은 참으로 명불허전입니다! 그러니 환공께서 나리의 재능을 높이 사셔서 재절(才絶)이라 부르셨군요. 환공께서 지하에 잠드셔서도 나리의 깊은 정에 감동을 받고 나리의 재능에 감복하실 것입니다.”

형주(荊州) 자사(刺史) 은중감(殷仲堪)이 고개지의 재능을 높이 사서 그를 참군(參軍)으로 모시고 환온처럼 고개지를 중용했다.

어느 날, 고개지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말미를 받았다. 은중감이 특별히 돛배를 빌려주며 말했다.

“바람을 실은 돛대와 전쟁터에 나간 말처럼 바람같이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고개지가 웃으며 대꾸했다.

“은공께서는 왜 이토록 우아한 말을 쓰십니까?”

은중감도 웃었다.

“시적인 말이라야 그대의 넘치는 재능에 조금이나마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고개지는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흐르며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곧 집에 도착했다. 고개지는 집에 도착하지 자사에게 서신을 보냈다.

바람을 실은 돛대와 전쟁터에 나간 말도 순풍에 돛 단 배만은 아니었습니다. 파총(破)에 이르러 광풍을 만나 파선되었으니 그야 말로 무덤을 파하고 나온 셈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무사하고 돛배도 별 탈이 없으니 놀랐지만 위험하지는 않았습니다.

은중감이 고개지의 서신을 받아 보고 감탄했다.

“파총이라는 지명도 그는 이토록 시적으로 묘사하는구나. 그는 과연 절묘한 인재로다!”

고개지가 회계(會稽)에서 형주로 돌아오자 은중감이 물었다.

“장강(長康), 회계산에는 어떤 풍물과 명승이 있는가요?”

그 말에 고개지가 입을 열었다.

“첩첩 산봉우리가 어여쁨을 다투는 듯 하고(千岩競秀), 시냇물은 앞다투어 계곡을 흐르는데(萬壑爭流) 그 위로 무성한 초목은(草木蒙籠) 채색의 구름과 붉은 노을이 피어나는 듯 했습니다(若雲興霞蔚).”

또 다시 고개지에 감탄하며 은중감은 갑자기 옛 일을 떠올렸다.

그 해, 환온이 고개지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을 때 내가 고개지에게 물었지.

그대가 쓴 <쟁부(箏賦)>를 혜강(康)의 그 거문고와 비교했다고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그러자 고개지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지.

그렇습니다. 지음(知音)이 아니라면 늦게 나왔다고 버릴 것이고, 지음이라면 기묘함과 특이함으로 인해 소중하게 여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예술품은 알아 보는 지음을 수요하지요.

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환온이 끼어들었다.

인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강, 만약 내가 그대를 높이 보지 않았더라면 그대가 이토록 명성이 높았을까요?

고개지가 대답했다.

그럼요. 이 세상에 백락(伯樂)이 없다면 천리마도 당연하게 없지요. 환(桓) 공, 환공께서는 저의 백락이십니다! 하지만 천리마가 없다면 백락도 할 일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환온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장강, 그대는 참으로 반은 멍청하고 반은 간교합니다 그려.

술을 마시면서 주흥을 돋우기 위해 내가 제안했다.

우리 모든 것이 끝났음을 묘사해 봅시다. 못하는 사람이 벌주 세 잔을 마시도록 하지요.

고개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불이 벌판을 태우니 불씨도 없구나(火燒平原無遺燎).

환온이 그 뒤를 이었다.

하얀 천으로 관을 덮고 초혼번을 세웠네(白布纏根樹旒).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물고기를 깊은 연못에 놓아두고 새를 날려 보내네(投魚深泉放飛鳥).

환온이 말했다.

모두 잘 말했으니 각자 한 잔씩 마십시다.

또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말해봅시다.

이번에는 환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창끝으로 쌀을 씻고 칼끝으로 불을 때네(矛頭浙米劍頭炊).

내가 급히 그 뒤를 이었다.

백 세 노옹 고목의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네(百歲老翁攀枯枝).

우물의 도르래에 갓난아기가 누워있네(井上轆轤兒).

한 구절을 말한 고개지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또 말했다.

장님이 눈 먼 말을 타고(盲人騎馬) 야밤에 깊은 연못 가를 지나네(夜半臨深池).

마침 한 쪽 눈을 보지 못하는 나는 그 말을 듣자 놀라서 외쳤다.

이 말은 너무 위험하고 너무 지나칩니다!

고개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겼습니다!

식사 후에 모두들 사탕수수를 먹는데 고개지는 사탕수수 끝에서부터 시작해 먹는 것이었다. 모두들 뿌리부터 먹는데 그 만은 반대로 먹어서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물었다.

왜 이렇게 먹는 겁니까?

고개지가 대답했다.

이렇게 먹어야 먹을수록 맛이 더 달아 점입가경(漸入佳境)이지요!

여기까지 생각한 은중감이 웃음을 찾지 못했다.

“고개지는 사탕수수도 시적으로 먹는 재자(才子)야.”

오늘날 ‘점입가경(漸入佳境)’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되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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