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7 10:59:46 출처:cri
편집:李仙玉

[맹자 편-2] 이익, 그리고 왕도

(사진설명: 맹자 사당 중 아성전)

제2회 이익, 그리고 왕도

위나라 혜왕이 맹자를 바라보니 허름한 유복(儒服)과 유관(儒冠)이 맹자의 큰 키의 마른 몸을 감싸고 수염이 더부룩한 맹자의 얼굴에는 피곤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반 백의 맹자는 여전히 출중한 기개를 자랑했다.

혜왕은 웃음을 찾지 못하고 물었다.

“노장(老丈)께서 불원천리 저희 나라에 오셨는데 무슨 이익을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대왕께서는 왜 이익부터 언급하십니까? 저에게는 인의(仁義)밖에 없습니다. 군주께서 이익만 생각하고 대부들이 이익만 챙기려 하면 선비와 서민들도 이익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라가 위험해질 것입니다.”

“지금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무엇 때문에 이익을 생각하면 위험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만 채의 전차를 가진 군주를 모해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천 채의 전차를 가진 제후이고, 천 채의 전차를 가진 제후를 모해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백 채의 전차를 가진 대부일 것입니다. 1천으로 1만을 빼앗고 1백으로 1천을 빼앗으면 그 이익이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의를 생각하지 않고 이익만 감안한다면 욕망의 골짜기는 메울 수가 없어 이익이 아무리 많아도 누구든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니 나라가 어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반대로 사람마다 인의를 행한다면 절대로 자신의 가족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절대로 자신의 군주를 보살피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인의를 논하시지요!”

혜왕은 한 동안 뜸을 드리다가 맹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인의를 논하지요! 과인은 백성들에게 최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하의 북쪽에 기근이 들자 그 곳의 백성들을 황하의 동쪽으로 이주시키고, 동쪽의 식량을 북쪽으로 보냈습니다. 황하의 동쪽에 기근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대응했습니다. 과인은 이웃나라에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았는데 과인보다 열과 성을 다한 군주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토록 인의를 행하는데도 무엇 때문에 우리 나라 인구는 늘지 않고 이웃 나라의 인구도 줄지 않습니까?”

혜왕의 물음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왕께서 전쟁을 즐기시니 전쟁으로 비유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쟁의 북소리가 둥둥 울리면 함성이 하늘을 진동하고 번쩍이는 칼날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전쟁에서 패한 측은 갑옷을 버리고 황망하게 도주합니다. 이 때 오십 보를 도망간 사람이 백 보를 도망간 사람을 보고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비웃는다면 대왕께서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옳지 않습니다. 다 도주한 것이니 오십 보를 도망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백 보를 도망친 사람을 비웃을 수 있겠습니까?”

“대왕께서 이 이치를 아시면 백성들이 무엇 때문에 귀국으로 오지 않는지 아실 것입니다.”

“설마 나도 마찬가지로 전쟁을 좋아하고 패자가 되고자 하기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대왕께서 백성을 관심하시고 농민들이 제때에 농사를 짓게 하면 식량이 넘쳐나고, 호수에 촘촘한 그물을 넣지 않으면 물고기가 넘쳐나며, 봄과 여름에 나무를 베지 않으면 목재가 넘쳐날 것입니다. 백성들이 살아서 먹고 입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죽어서 묻힐 땅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왕도의 시작입니다.”

“왕도를 행하면 천하의 으뜸이 될 수 있습니까?”

“택지에 뽕나무를 심으면 50대의 장년은 비단 옷을 입고, 제때에 가축을 기르면 70대의 노인은 고기를 먹으며, 철을 따라 농사를 지으면 한 가족은 배불리 먹고, 노인을 존경하도록 교육하면 노인들은 무거운 물건을 지고 다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백성들이 이렇게 편안하게 살고 즐겁게 일하는데 이런 나라의 군주가 어떻게 천하의 으뜸이 될 수 없겠습니까?”

맹자는 혜왕이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짐승이 사람을 해쳐도 저지하지 않고, 길가에 아사한 사람이 있어도 구조하지 않으며, 나라 백성들이 굶어 죽어도 군주와는 무관한 재난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도 내가 아니라 흉기가 죽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대왕께서는 무책임하게 재난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 말고 책임적으로 재난을 구조하고 백성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세상의 백성들이 모두 대왕에게로 올 것입니다.”

혜왕이 여전히 머리만 끄덕이고 말이 없는 것을 보자 맹자가 물었다.

“몽둥이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뭐가 다릅니까?”

혜왕이 대답했다.

“다를 바 없습니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적 수단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뭐가 다릅니까?”

“다를 바 없습니다.”

“주방에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 말이 있지만 백성들이 굶고 나라에 아사자가 있는 것은 짐승이 사람을 잡아 먹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백성의 부모로서 군주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습니까? 공자(孔子)가 ‘처음으로 사람 인형을 만든 사람은 후사가 없으리라’고 말한 것은 사람을 모방해서 만든 인형을 순장에 썼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을 아사하게 하는 것은 인형을 만들어 순장하는 것보다 더 잔인하지 않습니까?”

혜왕이 탄식했다.

“노장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위나라는 전에 가장 강한 나라였는데 과인의 대에 이르러 동쪽으로 제(齊)나라에 패하고 장남이 전사했으며, 서쪽으로 서하(西河)를 잃어 7백리의 땅을 진(秦)나라에 주었으며, 남쪽도 초(楚)나라의 굴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과인은 이 치욕을 씻을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자무적(仁者無敵)’입니다. 대왕께서 어진 정치를 행하시면 온 세상의 마음이 대왕에게 향할 것입니다. 이웃 나라에서 백성을 해칠 때 대왕께서 정의의 깃발을 들고 정벌하면 대왕에게 대적할 자 없을 것입니다.”

혜왕은 마음속으로는 별로 공감하지 않으면서도 입으로는 찬성하는 듯 말했다.

“노장의 말이 맞습니다. 과인은 노장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저희 나라에 남으셔서 아침 저녁으로 과인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맹자가 위혜왕이 자신의 인정학설을 받아들인 것에 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때 갑자기 혜왕이 붕어했다. 이는 맹자가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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