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3 10:41:51 출처:cri
편집:李仙玉

[굴원 편-1] <천문(天問)>과 어부

굴원, 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는 나라의 앞날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하늘을 우러러 <이소(離騷)>를 지었고 초나라 수도가 적군에 점령되었을 때는 눈물로 <국상(國殤)>을 지었으며 초회왕(楚懷王)을 추모할 때는 애절한 <사미인(思美人)>을 지었다…

평생 벼슬길에서 낙담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나라 잃은 슬픔에 스스로 삶을 마감하지만 수많은 불후의 명작을 남긴 그, 사람들은 그를 사부(辭賦)의 종주(宗主)라 부른다.

사람들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그가 강물에 투신한 음력 5월 5일이면 강물에서 용선경기를 치르고 종자(粽子)라는 음식을 먹었으며 그 풍속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전통명절인 단오절이 되었다.

그가 바로 전국(戰國)시기 유명한 정치가이자 애국시인인 굴원(屈原)이다. 나라 위한 일편단심, 굴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천문(天問)>과 어부

청산은 그윽하고 초목은 무성하다. 맑은 강물은 산이 앞을 가로막자 산을 안고 돌며 더 세차게 흐른다. 강물은 소리를 내며 산자락을 돌아 북쪽을 향해 달려간다. 산중에는 구름도 많고 안개도 자주 끼며 비도 많이 내린다. 저기 보라. 음침한 구름이 또 나뭇가지를 스쳐 지나가고 운무를 방불케 하는 보슬비가 또 천지간에 날린다.

높은 모자에 넓은 띠의 아관박대(峨冠博帶) 차림을 한 굴원은 보슬비 내리는 강기슭을 거닐며 하늘을 우러러 <천문(天問)>을 읊었다.

그 옛날 태고적 일을(邃古之初)

누가 전해주었나(誰傳道之)?

하늘과 땅이 나뉘기 전에(上下未形)

무엇을 생각했을까(何由考之)?

밤낮도 없는 어둠속에서(冥昭暗)

누가 이것을 캐냈을까(誰能極之)?

뜬 기운 속 현상뿐인 것을(馮翼惟象)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何以識之)?

강가에서 낚시를 하던 한 어부는 젖은 옷이 마른 몸을 감싸고 눈물과 빗물로 범벅이 된 초췌한 얼굴의 굴원이 바람에 날리는 보슬비 속으로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것을 보고 마주 다가가서 얼굴의 빗물을 닦아주며 관심조로 물었다.

“아니, 삼려대부(三閭大夫)님이 아니십니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되셨습니까?”

굴원이 대답했다.

“조정은 온통 혼탁하고 더러운데 나만 깨끗하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취해 있는데 나만 깨어 있어서 유배를 당했소.”

어부가 웃었다.

“대부님, 대부님은 성인이신데 어이하여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십니까? 다른 사람이 모두 더러우면 숯검정을 얼굴에 바르시면 되지 않습니까? 또 다른 사람이 모두 취하면 그들을 따라서 술을 조금 마시면 되지 않습니까?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기면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어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셨습니까?”

“나는 금방 머리를 씻고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갈아 입어서 정말로 나 스스로를 더럽히지 못하겠소! 나는 맑은 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밥이 될지언정 세속의 오물이 옥처럼 깨끗한 내 몸을 더럽히게 할 수 없소.”

굴원의 대답에 어부는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로 말했다.

“머리가 굳으셨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말을 마친 어부는 쪽배를 타고 뱃노래를 흥얼거리며 물결을 따라 흘러갔다.

푸른 강물은 맑고 맑구나(滄浪之水淸兮),

이 물에 나의 갓끈을 씻을 수 있겠구나(可以濯吾纓).

푸른 강물은 너무 혼탁하구나(滄浪之水濁兮),

이 물에 나의 두 발을 씻을 수 있겠구나(可以濯吾足).

굴원은 그 의미심장한 뱃노래를 들으며 멀어져 가는 어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나에게 은둔의 길을 가르치는 은사(隱士)시구나. 하지만 나는 사직이 무너질까 걱정하고 민생이 어려울까 근심하니 어찌 은둔할 수 있겠는가? 초(楚)나라가 흥성하지 못하고 민생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초왕이시여, 나의 좋은 형이시여, 그대는 어이하여 이토록 나의 마음을 모르시는가? 어찌 나의 충성심을 의심하고 나를 신뢰하지 못하시는가?”

굴원이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희뿌연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에 또 슬픔이 차올라 굴원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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