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10:24:44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도연명 편: 제2회 전원에서 즐기며

(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도연명)

돌아가자(歸去來兮). 정원이 황폐해지고 있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田園將蕪胡不歸)? 이제껏 내 마음 이 몸 위해 부림 받아 왔거늘(旣自以心爲形役) 무엇 때문에 그로 고민하고 홀로 슬퍼하는가(奚惆悵而獨悲)?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달았고(悟以往之不諫) 장래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을 알았으니(知來者之可追) 실로 길 잘못 들어 멀어지기 전에(實迷途其末遠) 지금이 옳고 지난날은 글렀음을 깨우쳤네(覺今是而昨非).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출렁이고(舟遙遙以輕) 바람은 펄펄 옷깃을 날리네(風飄飄而吹衣). 행인에게 갈 길 물으면서(問征夫以前路) 새벽빛 어둑어둑함을 한탄하네(恨晨光之熹微).

도연명은 자신의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를 읊으며 강술을 두 석잔 째 마셨다. 약간 취기를 느낀 도연명은 누추한 초가집을 나와 사립문을 닫고 들꽃이 가득 핀 들판의 오솔길을 걸었다. 아아, 붉은 노을은 여전히 연지를 바른 듯 하고 하얀 초승달은 창산(蒼山)과의 영원한 약속을 위해 벌써 하늘가에 떠 있었다.

지친 새는 둥지로 돌아가고 광활한 대지는 넓고 아득했다. 도연명은 고목에 기대어 곧 사라질 초승달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자신이 지은 <귀원전거(歸園田居)>를 읊는 그는 마음이 홀가분해 집으로 돌아갈 생각마저 잊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등불을 보고서야 도연명은 손을 흔들어 산과 숲과 인사를 나누고 천천히 집을 향해 걸었다.

집 앞에 이르니 초가집은 몽롱한 저녁 안개에 덮여 선인들이 사는 누각을 방불케 하고 집 앞에 심은 복숭아 나무와 자두나무, 집 뒤의 느릅나무와 사시나무에는 그림자가 알록달록 비껴 아름다운 수묵화를 방불케 했다. 집 옆의 버드나무 다섯 그루는 구름인 듯 안개인 듯 밤바람 속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며 재잘거려 정말로 몽롱한 꿈속에 들어선 듯 했다.

그 광경을 본 도연명은 제3자의 말투로 자신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선생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없고(先生不知何許人也) 그의 성과 자도 알려진 것이 없다(亦不詳其姓字). 집 근처에 다섯 그루 버드나무가 있어서(宅邊有五柳樹) 오류를 호로 삼았다(因以爲號焉). 그는 차분하고 조용하며 말수가 적고(閑靜少言) 명예나 이익을 탐하지 않았다(不慕榮利)”.

사립문을 가볍게 열고 집에 들어온 도연명은 불을 켜고 붓을 날려 의미심장한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을 썼다.

“…그는 책 읽기를 좋아하되(好讀書) 깊이 알려 하지 않았고(不求甚解) 책에서 뜻에 맞는 대목을 만나면(每有會意) 밥 먹는 것도 잊을 만큼 기뻐했다(便欣然忘食)…”

수탉이 울고 아침 해가 솟아 올랐다. 도연명과 아내 적씨(翟氏)는 벌써 남산 기슭에 이르러 밭일을 시작했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콩밭에는 수은이라도 쏟은 듯 어디나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는데 마치 자기가 이 밭의 주인이고 콩이 손님이라도 된 듯 했다.

도연명은 앞에서 밭을 고르고 아내가 그 뒤를 따르며 풀을 뽑았다. 두 사람은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배에서는 연속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들 내외는 태양이 서산에 지고 초승달이 나뭇가지에 걸릴 때까지 일하고 나서야 밤이슬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일찍 셈이 들어서 큰 아들 엄(儼)이 벌써 저녁밥으로 야채 죽을 끓여 놓았고 어린 동생에게는 먼저 저녁밥을 먹이고 목욕도 시킨 후 잠을 재워놓았다. 하루 종일 일한 도연명과 아내도 저녁을 먹고 씻은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도연명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오늘 낮에 일하던 광경을 떠올리며 또 전원시 한 수를 지었다.

남산 아래에 콩을 심었더니(種豆南山下)

풀만 무성하고 콩 싹은 성기네(草盛豆苗稀)

새벽에 일어나 거친 밭 김매고(晨興理荒穢)

달빛 받으며 호미 메고 돌아오네(帶月荷鋤歸)

산길은 좁은데 초목은 무성해서(道狹草木長)

밤이슬이 내 옷을 적시네(夕露沾我衣)

옷이 젖는 건 아깝지 않으나(衣沾不足惜)

내 소원이 어긋나는 일 없기를 바랄 뿐이네(但使愿無違)

창문에 녹음이 비끼고 새가 조잘거렸다. 잠에서 깬 도연명은 기지개를 켰다. 곧 이어 도연명은 사립문을 열고 초가집을 나섰다. 마당에 심은 국화는 곧 피어날 듯 꽃망울이 부풀어 올랐고 벌써 피어난 노란 국화 한 송이는 울타리를 넘어 바깥세상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도연명이 다가가서 적막함을 참지 못한 그 꽃을 꺾으려는데 울타리 밖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도 선생, 국화꽃을 감상하시오? 올해는 국화가 일찍 피었군.”

도연명이 머리를 드니 한 마을의 동(童)씨 노인이었다. 노인의 손에 들려 있는 나물을 보니 그는 벌써 밭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연명이 급히 대답했다.

“이르십니다. 노인장. 올해 모시풀이 잘 자랐죠?”

“올해 모시풀은 잘 자랐는데 나물도 어디서나 너무 잘 자라는군. 이걸 보시오. 이 나물은 모두 모시풀 밭에서 캔 거라네.”

도연명은 나물을 보며 웃었다.

“오늘은 별미의 야채 죽을 만들 수 있겠는데요.”

“나물이야 캐기만 하면 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올해는 서리가 일찍 내려 모시풀이 얼 것 같아 걱정이네.”

“괜찮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오셔서 약주나 좀 드시죠!”

도연명의 말에 노인이 마당에 들어서며 말했다.

“그럼 이 나물을 볶아서 술안주로 하세!’

도연명과 노인은 마당에서 정오의 태양이 황금 부스러기를 던지기라도 하듯 나뭇가지 사이로 눈부신 빛을 뿌릴 때까지 술을 마시며 농사일을 논의했다. 취기가 오른 도연명이 노인에게 말했다.

“취기가 있어서 오침을 해야겠으니 노인장께서는 돌아가시지요.”

동씨 노인은 도연명의 성격을 아는지라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립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갔다.

도연명은 해가 서산에 기울 때까지 잤다. 그가 마당에 나가 울타리에 기대어 서니 가을날의 황혼은 유난히 시원했고 새들은 떼를 지어 둥지로 돌아와 나뭇가지에서 지지배배 노래를 불렀다. 도연명은 활짝 핀 국화꽃 한 송이를 꺾었다. 호랑이 발톱처럼 돌돌 말린 노란 꽃잎은 유난히 운치를 자랑했다. 기분이 상쾌하고 마음이 여유로워진 도연명은 머리를 들어 여전히 울울창창한 남산을 바라보며 흥이 나서 <음주(飮酒)>를 읊었다.

사람 사는 마을에 초가집 짓고 살아도(結廬在人境)

수레나 말 울음소리 시끄럽지 않구나(而無車馬喧)

그대에게 묻노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問君何能爾)?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자연히 외진 곳이 된다오(心遠地自偏)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노라니(采菊東籬下)

저 멀리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悠然見南山)

산 기운은 저녁에 아름답고(山氣日夕佳)

새들도 무리 지어 돌아온다(飛鳥相輿還)

이 가운데 참 뜻 있으니(此中有眞意)

말하고자 해도 벌써 말을 잊었다네(欲辨已忘言)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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