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6 15:57:07 출처:cri
편집:李仙玉

[이빙 편-1] 청사진을 그리다

(사진설명: 이빙의 석상)

水利의 전문가 이빙

그는 성도(成都) 벌판을 흐르는 민강(岷江)을 다스리기 위해 도강언(都江堰)이라는 수리 및 관개시설을 축조했다. 도법자연(道法自然)의 도강언은 천인합일(天人合一)과 대도무형(大道無形)의 중국문화를 잘 구현한다.

그가 민강의 수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세운 석인(石人) 은 중국 최초의 수위관측시설이다. 그가 바로 전국(戰國)시기 진(秦)나라 출신의 수리의 전문가 이빙(李氷)이다.

진나라의 중국 통일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상앙(商鞅)과 이빙이라 할 수 있다. 상앙은 변법을 통해 진나라의 부국강병을 실현했고 이빙은 도강언(都江堰) 수리공사를 통해 가뭄과 수해가 빈발하던 성도(成都)벌판을 천 리 벌 옥토의 천혜의 땅 ‘천부지국(天府之國)’으로 탈바꿈시켜 진나라의 천하 통일에 탄탄한 물질적 기반을 마련했다.

수리의 전문가 이빙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청사진을 그리다

상앙과 감룡(甘龍)간의 변법을 위한 변론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진(秦)나라 궁전에서는 또 새로운 변론이 벌어졌다. 이번 변론에서는 먼저 파촉(巴蜀)을 멸할 것인가 아니면 한(韓)나라를 멸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장의(張儀)와 사마착(司馬錯)이 공방에 나섰다.

감언이설에 능하고 간사한 꾀를 잘 쓰기로 유명한 종횡가(縱橫家) 장의는 진(秦) 왕의 신뢰를 받아 벼슬이 재상에 이르렀다.

먼저 장의가 운을 뗐다.

“우리의 대왕께서 천하를 호령하시고 온 세상이 우리 진나라를 우러르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가 한나라를 멸하면 이를 빌어 우리 나라의 위상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후국들은 우리 나라를 바라보기만 해도 두려움에 떨 것입니다.”

상앙의 농업과 전쟁을 중시하는 경전(耕戰)전략을 지지하는 대장군 사마착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우리가 만약 지금 한나라를 병탄하면 관동(關東)의 제후국들이 힘을 합쳐 우리 나라와 대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남쪽에 위치한 넓은 땅의 파촉을 먼저 차지하면 우리 나라는 든든한 후방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이로써 향후의 전쟁에 물질적 기반을 제공하고 지리적으로는 강대한 초(楚)나라와 대적할 수도 있습니다.”

“한나라를 병탄하면 우리는 천 리 옥토와 많은 인구를 얻게 되어 우리 나라의 실력이 크게 증대될 것입니다.”

“지금 파(巴)나라와 촉(蜀)나라가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우리가 그들을 병탄하여 천 리 벌판을 차지하고 그 땅을 일구어 사람들을 이주시키면 파촉이 살찐 곡창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진 왕은 한나라를 병탄하면 반드시 제후국들의 반대를 받고 적수가 많아 질 것이라 여겨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의 시행에 불리하다고 생각해 사마착의 제언을 채택하기로 했다. 진 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남하해 파나라와 촉나라를 먼저 멸할 것을 사마착에게 명령했다.

도요새와 조개가 싸우면 결국 어부가 득을 본다. 사마착은 파나라와 촉나라가 서로 싸우는 기회를 틈타 먼저 촉나라를 멸하고 이어 파나라를 멸했다. 파촉의 다툼에서 진나라가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진나라는 파촉에 촉군(蜀郡)을 신설하고 장약(張若) 장군을 군수로 임명해 파촉의 땅에서 경전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약장군이 진 왕에게 보고했다.

“민강(岷江)이 해마다 범람해 촉의 땅에 수해가 심각합니다. 수해를 다스릴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진 왕은 장약을 해임시키고 치수(治水) 경험이 풍부한 이빙을 촉군 군수로 임명했다. 진 왕의 이 평범한 임명으로 인해 파촉이 새롭게 변하고 파촉의 넓은 벌이 진나라의 곡창이 될 줄은 그 때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장강(長江)의 가장 큰 지천인 민강은 파촉에서 멀리 떨어진 설산에서 발원해 수많은 급류를 만들며 흐르면서 점점 물량이 많아진다. 수많은 험준한 산봉우리를 안고 돌고 수많은 협곡을 경유하면서 산을 날아 내린 민강은 산 어귀의 관현(灌縣)을 지나 파촉의 벌판, 오늘날의 성도 벌판에 흘러 든다.

완만한 벌판에 이르러 강물이 흐르는 속도가 늦어진데다 옥루산(玉壘山)이 앞을 가로 막자 민강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물길을 벗어나 아무 곳에나 흘러 든다. 그리고 상류에 폭우가 내리면 하류에 홍수가 져서 파촉은 온통 물바다가 되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또 강바닥이 말라 땅이 쩍쩍 갈라졌다.

이 때 다행히 파촉의 사람들과 진나라에 복을 마련해줄 이빙이 촉군 군수를 맡게 되었다. 30대 나이의 이빙은 가족을 데리고 신성한 사명을 짊어지고 파촉으로 향했다. 수십 년 전 상앙은 진나라 사람들에게 삶은 바로 농경과 전쟁이라고 알려주었고 그로부터 진나라에서는 농사와 전쟁을 중히 여기는 경전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빙의 사명은 바로 파촉에 경전문화를 전파해 파촉의 벌판을 땅이 살찌고 풍작이 드는 곡창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파촉에 이르러 가족을 안착시키고 관아의 일을 처리한 다음 이빙은 곧바로 현지의 안내자를 데리고 민강으로 출발했다. 그는 먼저 민강유역을 돌아보며 치수의 청사진을 그리려 작심한 것이다. 날뛰는 용과 같은 민강을 잘 다스려야 파촉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빙은 배를 타고 민강을 거슬러 7백 리를 올라 끝내 설산 기슭에 이르렀다. 때는 태양이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적설을 떠 인 설산은 여전히 눈부셨다. 졸졸 흐르는 눈 녹은 물을 바라보는 이빙의 가슴은 감격으로 벅찼고 머리 속에는 치수의 청사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맑은 물은 농민들의 젖줄이다. 어떻게 하면 도처로 날뛰는 혼탁한 물줄기를 다스릴 것인가?”

머리 속으로 치수의 청사진을 그리며 대나무 뗏목을 타고 파촉 벌판으로 돌아가던 이빙은 강물 양쪽에 무성한 대숲을 보며 또 이런 생각을 했다.

“이곳은 기후도 좋아서 민강만 잘 다스리면 반드시 진나라에서 가장 큰 곡창이 될 것이다.”

이빙이 강물을 따라 산 어귀를 나서자 눈앞에 드넓은 벌판이 펼쳐졌다. 산을 내리며 세차게 흐르던 물길이 벌판에 이르러 천천히 흐르자 급류를 따라 밀려 오던 토사가 이 곳에 쌓여 강물이 굽이진 곳에 조약돌이 촘촘한 여울이 조성되었다.

이빙은 이 곳에 둑을 쌓아 민강을 두 갈래로 나누겠다고 생각했다. 옥루산에 이른 이빙은 또 이 산을 갈라 벌판에 흘러 드는 관개용 수로를 만들기로 작심했다.

단숨에 민강을 돌아본 이빙은 너무 피곤해 집에 돌아오자 곯아 떨어져 다음 날 정오에야 잠에서 깼다. 이빙은 대충 식사하고 서재에 들어가 뒤 따라 온 아들 이랑(二郞)을 불렀다.

“이랑아, 어서 와서 먹을 좀 갈거라.”

열두 살의 어린 이랑은 숙련된 동작으로 물을 가져다 먹을 갈며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또 그림을 그리시게요?”

“그래. 강둑을 쌓고 바위를 부수고 수로를 내야 하겠다. 엄청나게 큰 공사이니 너 빨리 크거라! 네가 커야 이 아비를 도와주지.”

“저 어리지 않아요. 지금도 아버님을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이빙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어떻게 도와 주겠느냐? 애나 먹이지 마라. 어서 저리 가.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니 성가시게 하지 말고 가서 네 모친이 천을 짜는 것이나 구경하거라.”

이랑은 입을 비쭉 내밀고 서재를 나갔다. 이빙은 서재의 방문을 닫은 다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걸작의 약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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