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9 16:06:26 출처:cri
편집:李仙玉

[이빙 편-4] 도강언, 곡창을 만들다

(사진설명: 도강언과 벌판)

제4회 도강언, 곡창을 만들다 

도강언의 상류에는 높이 걸린 철삭교가 민강의 양안을 연결하며 웅장함을 자랑한다. 이빙과 이랑은 흐뭇한 기색으로 안란교(安瀾橋)라는 로맨틱한 이름의 다리에 나란히 서서 자신들의 걸작을 감상했다.

그 때 이빙은 50대였지만 도강언에 온갖 심혈을 다 쏟아 붓는 바람에 다소 초췌하고 늙어 보였다. 바짝 마른 얼굴에는 벌써 하얀 수염이 나 있었고 눈가와 이마에는 주름도 생겼다. 30대도 안 되는 이랑 역시 검고 거친 얼굴에 뻣뻣한 수염이 자라 나이 들어 보였다. 바람이 불고 햇볕이 쬐는 야외에서 십여 년을 보냈으니 그들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많이 남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빙은 발 아래로 맑은 내강물이 뻥 뚫린 이퇴를 향해 달려가 양쪽에 험준한 산이 둘러선 바위 사이로 세차게 흘러 가는 것을 보았다. 그 모양은 마치 항아리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는 듯 물살이 급하고 강물 흐르는 소리가 진동했다. 이빙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촉의 사람들이 반으로 갈라진 이 이퇴산에 보병구(寶甁口)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는데 창의력이 대단하다. 모양도 형상적이고 또 시적이니 말이다.”

이랑이 이빙의 말을 받았다.

“산세를 이용해 보병구를 수로의 입구로 정한 것은 참으로 실용적이면서도 낭만적입니다. 부친의 기묘한 착상이야말로 천재적입니다.”

그러면서 이랑은 계속 말을 이었다.

“보병구만 아니라 도강언 공사 전체가 천재적인 착상입니다! 저 뒤쪽을 보십시오. 백장제(百丈堤)와 어취 분수언, 금강제(金剛堤), 비사언, 일홍도(溢洪道), 그리고 저 앞의 보병구 수로 입구, 사람 인(人)자 모양의 언제, 이 모든 것 중 어느 하나가 부친의 천재적인 착상이 아닙니까? 이런 시설들이 있기에 내강은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홍수가 져도 물이 넘쳐나지 않으며 또 관개수로와 연결되어 영원토록 살찐 땅을 적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뭄이 들어도, 홍수가 져도 해마다 풍작을 거둘 수 있게 되었죠. 또 이곳으로 이주한 10만명의 진나라 사람들이 촉나라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파촉의 이 땅을 천 리 벌 옥토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곳은 천혜의 땅이라 불리며 진나라 최대의 곡창으로 변했지요.”

“너의 공로도 크다. 너는 이퇴산의 개착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고 네가 발명한 마차(杩槎)는 더욱이 홍수방지 언제에서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느냐! 물어 보자. 너는 그 마차를 어떻게 발명하였느냐?”

이빙의 물음에 이랑이 대답했다.

“어머님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날 홍수가 언제를 무너뜨렸고 저는 큰 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그 때 모친께서 국수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머리 속이 온통 언제로만 가득한 저는 게눈 감추듯 국수를 먹고 젓가락을 수저가 담긴 그릇에 그냥 던졌는데 젓가락 세 개가 서로 엉켜 든든한 삼각대가 만들어졌어요. 그 순간 저는 깨달은 바가 있어서 급히 강가로 달려가 삼나무를 베어다가 삼각대를 만들어 터진 강둑에 줄지어 세웠습니다. 그리고 물을 받는 삼각대의 한 면에 대나무를 촘촘히 대고 진흙을 발랐습니다. 그랬더니 물살이 셀수록 삼각대는 더 깊이 더 단단하게 강바닥에 뿌리를 내리며 강물을 막았습니다.”

“내가 너를 총명하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너는 나의 아들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제가 어찌 아버님과 비할 수 있겠습니까? 저의 발명은 잔재주에 불과합니다. 아버님의 구상이야말로 진정으로 엄청난 큰 그림입니다. 강물 정비의 잠언이 된 ‘우만절각(遇灣截角), 봉정추심(逢正抽心)’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따르는 이치가 됐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또 ‘심도탄(深淘灘), 저작언(低作堰)’이라는 6자 격언도 내놓지 않으셨습니까? 후세 사람들은 필히 아버님을 치수의 신이라 부를 것입니다.”

“이 6자 격언은 천추만대 길이 전해질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만 장악하면 도강언은 자자손손 정확하게 유지 보수되어 후손만대에 길이길이 복을 마련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심도탄’이란 강바닥의 토사를 깊게 파내야 한다는 말인데 그래야 강물이 막힘 없이 흘러 강둑을 충격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또 ‘저작언’이란 둑을 낳게 쌓아야 한다는 말인데 그래야 홍수와 토사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모두 내가 다년간 치수 경험에서 도출해낸 법칙이니라.”

“아버님께서 강바닥에 철판을 묻으신 것도 바로 강바닥의 토사를 정리할 때 기준을 정하시기 위해서지요. 철판이 드러날 때까지 토사를 파야 한다구요. 참으로 많이 애쓰셨습니다.”

“그렇지. 나는 또 강물에 세 개의 석인(石人)도 세웠다. 이 석인들은 가물 때면 물이 발등에 찰랑거리고 홍수가 질 때면 물이 어깨까지 온다. 이것도 민강 수위의 변화 법칙인데 후세 사람들이 한 눈에 그 법칙을 알게 하기 위해 석인을 세운 것이다.”

이빙이 축조한 도강언은 세계 수리시설의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 수리시설은 2천 년이 지나도록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기능을 다 해서 천혜의 땅 천부지국(天府之國)을 지켜준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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