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5 09:17:53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가사협 편: 제3회 기장농사와 경험 총결

제3회 기장농사와 경험 총결

창밖에는 하얀 눈이 펄펄 날리고 방안의 화로에서는 불이 이글거렸다. 가사협은 따뜻한 온돌에 앉아 범려(范蟸)가 쓴 <도주공양어경(陶朱公養魚經)>을 다시 읽었다. 가사협은 <양어경>이 소개한 경험에 따라 벌써 3년째 잉어를 키우고 있었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사육 경험을 생각했다.

“<양어경>의 가장 핵심부분을 <제민요술>에 써넣어야 하겠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실천해보니 확실히 후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한 가사협은 탁자 위에 견지(絹紙)를 펴놓고 <양어경>의 핵심을 기반으로 자신의 양어 소감을 적기 시작했다.

가사협이 가장 잘한 일은 자신의 <제민요술>에 100여 가지가 넘는 고대의 농서와 다른 저서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범려의 <도주공양어경>과 서한(西漢) 범승지(氾勝之)의 <범승지서(氾勝之書)>, 동한(東漢) 최식(崔寔)의 <사민월령(四民月令)>과 같은 고대 중국 다수의 농서들이 모두 실전되어 <제민요술>에 인용된 부분만 소중한 자료로 남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사협은 많은 책을 읽으며 선인의 성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인 동시에 항상 몸소 행하면서 그런 경험의 정확여부를 판단했고 일단 오류를 발견하면 자신의 <제민요술>에서 그 잘못을 시정하고 자신이 얻은 정확한 답안을 적어 후세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눈이 녹고 봄이 왔다. 농부들은 파종 준비에 바삐 보냈다. 가사협이 집사 가이(賈二)를 불렀다.

“기장을 심는 손(孫)씨에게 땅 반 무(亩, 1무=666㎥)를 남기라고 전하거라. 내가 별도로 써야겠다.”

“어디다 쓰실 겁니까? 손씨에게 시키시지요. 몸도 안 좋으신데 왜 몸소 밭에 나가려 하십니까!”

가이의 말에 가사협이 설명을 덧붙였다.

“<범승지서>에 기장을 심을 때 조보다 성기게 씨를 뿌려야 한다고 썼는데 내가 그 땅에 한 번 심어보자고 그런다. 두 가지 방법으로 심어서 정말로 그 말이 맞는지 봐야겠다. 오후에 밭에 가서 손씨가 기장 씨를 뿌리는 것을 직접 보겠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그럼 손씨에게 준비를 시키고 나귀도 마련해두겠으니 나귀를 타고 가세요.”

“발이 아파 너무 먼 길은 걷지 못하겠으니 그것도 좋겠다. 그렇게 하거라.”

가사협은 기장을 심을 때 반은 조와 같은 밀도로 씨를 뿌리고 반은 조보다 성기게 뿌렸다. 가을이 되자 씨를 성기게 뿌린 밭의 기장이 확실히 더 굵게 자랐으나 소출은 씨를 빽빽이 뿌린 밭에서 오히려 더 많이 났다. 기장은 성기게 심지 않고 조와 같은 밀도로 심어도 된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 가사협은 아주 기뻤다. 그는 이 결과를 이렇게 <제민요술>에 기록했다.

“기장 씨를 성기게 뿌리면 기장이 크고 굵게 잘 자라지만 낟알의 색깔이 노랗고 여물지 못한다. 기장을 빽빽이 심으면 기장이 굵게 자라지는 못하지만 낱알이 희고 크며 소출이 많이 난다. 이로부터 기장을 조보다 성기게 심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는다.”

가사협은 이렇게 <범승지서>에 나오는 기장 씨를 뿌릴 때 조에 비해 밀도를 더 크게 해야 한다는 ‘욕소어화(欲疏於禾)’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시정했다.

천고마비의 가을 날 황혼 때였다. 가사협은 집문 앞에 다과를 차려놓았다. 무릇 가사협의 집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중 여러 업종의 경험과 교훈, 소감을 말하기만 하면 모두 가사협의 열정적인 접대를 받고 무료로 다과를 맛볼 수 있었다. 가사협을 찾아왔다가 집문 앞에서 지나가는 행인들로부터 겸손하게 배우는 사촌 동생을 본 가사성(賈思成)이 웃으며 말했다.

“행인의 말은 다 믿을 수 없어.”

“저도 다 믿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이 실험의 근거가 되잖아요. 내가 실험을 통해 그들의 경험이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책에 써넣을 수 있어요. 반면에 그들의 주장이 틀린 것을 발견하면 수정할 수 있으니 와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그러니 이런 방법은 고서에서 경험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어요?”

“네가 몹시도 애를 쓰는구나. 얻은 바가 많지?”

사촌 형의 말에 가사협이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종자의 선별만 봐도 그렇습니다. 전에 우리는 종자를 고를 때 낟알이 여물고 큰 것만 보고 색깔은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농부가 저에게 종자는 색깔이 순수해야 하며 종자로 할 이삭은 높이 걸어두었다가 이듬해 씨를 뿌릴 때 탈곡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또 종자를 고를 때 토지의 상황도 유의해야 합니다. 토지의 특징에 따라 선종해야 한다는 말이죠. 습한 저지에는 줄기가 연하고 잎이 무성한 곡식을 심고 바람이 자주 불고 서리가 일찍 내리는 언덕에는 줄기가 튼튼하고 잎이 성긴 곡식을 심어야 해요.”

“네가 이렇게 많은 것을 알게 된 데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겠구나.”

“그럼요. 종자에서만도 저는 86가지 선별 방법을 수집했는데요 그 중 일부는 고서의 자료에서 얻고 일부는 농부의 경험에서, 또 일부는 제가 스스로 알아낸 거예요. 봐요. 이 <제민요술>은 내가 피와 땀을 뿌려 만든 거작이 아닌가요?”

“네가 이렇게 많은 공을 들였으니 당연히 네가 피와 땀으로 펼쳐낸 거작이지. 이 몇 년간 이 책 때문에 너 많이 노쇠해졌다.”

가사성의 말에 가사협은 바싹 여윈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웃었다.

“옷이 점점 더 헐렁해지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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