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6 09:20:42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가사협 편: 제4회 평생의 거작 <제민요술>

(사진설명: 재출판된 가사협의 <제민요술>)

제4회 평생의 거작 <제민요술>

“계절에 따라 제때 농사를 짓는 것이(以時及澤) 상책이다(爲上策).”

“김을 열 번 매야(鋤得十遍), 쌀 팔 할을 얻을 수 있다(便得八米).”

“김을 매면 땅이 습윤하다(鋤頭三寸澤)”

<제민요술>이 탈고되었다. 가사협은 한 글자 한 글자씩 뜯어보며 원고를 교정했다. 특히 인용한 속담이나 기술적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더욱 자세하게 살폈다.

그 때 그의 나이 63살이었다. 그 해 겨울이 되자 나이는 못 속인다고 가사협은 고뿔에 걸려 거의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제민요술>을 탈고했으니 평생에 여한은 없었다.

비가 내리더니 하늘이 청명해졌다. 하지만 정오가 지나자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고 북풍이 불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붓을 잡은 가사협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가사협은 붓을 놓고 두 손을 마주 비비며 밖에 나가 뿌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비가 내리다가 하늘이 맑아지고 북풍이 차디차니 오늘 밤 반드시 서리가 내릴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가사협이 큰 목소리로 집사를 불렀다. 집사 가이가 금방 눈앞에 나타나 물었다.

“나리,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바람 부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 얼른 사람을 과수원에 보내서 짚에 불을 달아 그 연기로 서리에 대비하거라.”

“당장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가이는 대답하면서 총총한 걸음으로 나갔다.

가사협은 방안에 들어와 문을 닫고 의자에 앉아 또 생각에 빠졌다.

“왜 뼛속까지 시리지? 오늘은 원고 교정을 못 할 것 같구나.”

저녁이 되자 가사협은 하녀 매향(梅香)이 가져온 화로 옆에 앉아 <제민요술>을 뒤적였다. 아내는 3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타지에서 벼슬을 하니 이 몇 년간 오로지 이 원고만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가사협은 자신이 쓴 <제민요술>의 <서언(序言)>을 읽었다.

“전해지는 서적들에서 취하고(采捃經傳) 민간에 전해지는 노래를 인용하며(愛及歌謠) 원숙한 경험자로부터 가르침을 청하고(詢之老成), 실천을 거쳐 증명한(驗之行事)…”

가사협은 여기까지 읽다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껴 곧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매향이 숯을 더 올리려고 들어와 보니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둔 가사협의 손은 여전히 <제민요술> 원고를 꽉 잡고 있었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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