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1 08:57:05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조충지 편: 제2회 지남거 겨루기의 승리

(사진설명: 지남거의 모형)

제2회 지남거 겨루기의 승리

권신 소도성(簫道成)이 송(宋) 나라 황제를 핍박해 양위하고 자신이 보위에 올라 제(齊) 나라 건국으로 송나라를 대체했다. 역사는 이 제나라를 남제(南齊)라 한다. 남제의 개국황제 소도성은 민심을 사기 위해 송나라 황실의 성원들만 제거하고 조정의 대신들은 모두 그대로 남겨 두었다.

어느 날 황제는 무고(武庫)에 들어갔다가 나무로 된 작은 인형이 있는 낡은 수레를 발견하고 창고를 관리하는 아전에게 물었다.

“이 낡아빠진 것을 왜 계속 여기 두느냐?”

“이건 전 왕조의 무제(武帝)가 장안(長安)에서 얻은 나침반 수레 지남거(指南車)입니다. 고장이 나서 인형이 방향을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전 왕조의 폐하께서 이 인형을 보물로 여기셔서 감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도성은 나침반 수레라는 말을 듣자 호기심이 동해서 자세히 살폈다. 상고시대 황제(黃帝)가 치우(蚩尤)와 싸울 때 자욱한 안개 속에서 나침반 수레로 방향을 찾았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 후한(後漢)의 장형(張衡), 조위(曹魏)의 마균(馬均)도 모두 나침반 수레를 만들었지만 후에 모두 실전되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

황제가 나침반 수레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자 아전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 나침반 수레는 후진(後秦)의 요흥(姚興)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장이 났지만 모양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조충지에게 나침반 수레를 만들라고 명하시지 그러십니까? 조충지는 기계를 잘 압니다. 마균보다도 더 대단합니다.”

“조충지가 천문과 역법을 잘 안다고만 들었는데 기계에도 능숙한 줄은 몰랐구나.”

“조충지는 천재입니다. 그는 아무리 복잡한 기계도 모두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가 물의 힘을 사용해서 만든 물레방아는 쌀도 빻고 가루도 낼 수 있습니다. 물레방아가 많은 인력을 대신해서 여인들은 모두 조충지를 위해 염불을 외웁니다. 조충지가 또 천리선(千里船)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선박은 바퀴로 물을 저어 하루에 백 리(里, 1리=0.5km) 이상을 나갈 수 있습니다. 조충지라면 반드시 나침반 수레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소도성은 궁에 돌아오지 즉시 나침반 수레를 만들라고 조충지에게 어명을 내렸다.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수레에는 작은 인형이 세워져 있다. 수레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인형의 손이 남쪽을 가리키게 방향을 잡아 놓으면 수레가 아무리 방향을 바꿔도 인형은 시종 변함 없이 남쪽만 가리킨다. 이 나침반 수레의 원리는 자석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고 도는 기어의 구조에서 온다. 기계제조에 능한 조충지는 일찍부터 나침반 수레를 깊이 연구한지라 어명이 떨어지자 즉시 손쉽게 구리로 된 나침반 수레 지남거(指南車)를 만들었다.

그날 황제는 대신들인 왕승건(王僧虔)과 유휴(劉休)를 보내 조충지가 만든 나침반 수레를 시험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시험을 마친 왕승건이 신나서 보고했다.

“조충지의 나침반 수레는 정말로 구조가 정교하고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그 나무 인형의 손은 언제나 남쪽을 가리켰습니다. 정말로 정밀하고 교묘합니다. 폐하, 직접 가보시지요.”

“그럼 그 나침반 수레를 황궁의 악유원(樂遊苑)으로 가져오시오. 짐이 직접 보겠소.”

이 때 한 대신이 들어와 아뢰었다.

“삭어린(索驭麟)이라고 부르는 한 북조(北朝) 인이 폐하께 자체로 만든 나침반 수레를 헌납하겠다고 합니다.”

“잘 됐소. 그 북조인이 만든 나침반 수레도 악유원에 가져오시오. 우리의 기술수준이 어떤지 조충지의 나침반 수레와 겨뤄 봅시다.”

꽃이 화사하고 녹음이 은은한 악유원은 그림 그 자체였다. 황제는 높은 단 위에 앉아 두 대의 나침반 수레가 정원의 구불구불한 길에서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조충지가 만든 나침반 수레는 과연 정말로 원활하고 깜찍해 수레바퀴가 아무리 이리 저리 돌아도 인형의 손은 시종 남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삭어린의 나침반 수레는 굽이도 제대로 돌지 못하고 인형의 손도 남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아무 방향이나 가리켰다.

그것을 본 황제는 즐거운 심정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황제와 조정의 문무대신들은 모두 조충지에게 아주 감복했다. 황제가 말했다.

“알자복야(謁者仆射)는 우리의 기개를 살리고 북인(北人)의 위풍을 멸했소. 경에게 큰 상을 내리겠소.”

황제의 치하에 조충지가 급히 대답했다.

“폐하, 소신은 아무런 상도 받지 않고 그냥 알자복야로만 있겠습니다.”

“왜 그러시오?”

“소신은 최근에 원주율을 계산하고 있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해서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폐하께서 소신의 연구를 윤허하시는 것이 소신에게는 가장 좋은 상입니다.”

황제는 선비의 기운이 다분한 조충지가 확실히 학문에는 적합하지만 벼슬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수긍했다.

“좋소. 경의 연구를 격려하겠소. 조정에서 무슨 재정지원이 필요하면 말하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지만 소신의 수학 연구는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하지 돈은 필요 없습니다.”

조충지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가 벼슬과 재물을 마음에 두지 않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연구에 매료되었기에 과학연구에서 이토록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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