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8 09:41:50 출처:cri
편집:李仙玉

[항우 편-2] 삶의 정상에 서다

(사진설명: 항우 기념관)

제2회 거록전쟁의 승리로 정상에 서다

조(趙) 왕 갈(歇)은 진나라 장군 장한과 그의 군대를 피하기 위해 진여(陳馀) 장군, 장이(張耳) 상국(相國)과 함께 거록성(巨鹿城)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생각밖에 장한은 왕리(王離)와 섭간(涉間)을 시켜 거록을 포위하게 하고 자신은 거록성의 남쪽에 식량 보급 통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장한은 여러 의병이 조 왕을 구하러 온 기회를 타서 의병대오 전부를 일망타진하려 생각한 것이다.

한편 제나라 사절 고릉군은 팽성에 이르러 초회왕을 보자 입을 열었다.

“당신네 초나라 송의는 정말 대단합니다! 무신군이 반드시 패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과연 며칠 지나지 않아 무신군이 전투에서 패하고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패전의 징조를 안다는 것은 전시상황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 말을 들은 초회왕은 당장에서 송의를 불러 상장군(上將軍)에 임명하고 항우를 그 버금으로 가는 차장(次將)으로 임명한 후 그를 노공(魯公)에 봉했다. 초회왕은 또 범증을 말장(末將)에 임명한 후 조 왕을 구원하러 보냈다.

조 왕을 구하기 위해 출발한 초나라 군대는 안양(安陽)에 이르자 그 곳에 머물며 46일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항우가 나섰다.

“병귀신속(兵貴神速)입니다. 우리는 당장 강을 건너 조 나라 군대와 안팎에서 진나라 군대를 공격해야 합니다. 그러면 진나라 군대는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송의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면 손으로 소 잔등을 때리는 것과 같이 등에는 잡을 수 있지만 애벌레는 잡지 못하게 됩니다. 지금 조나라 군대를 공격하는 진나라 군대는 이긴다 해도 지치게 될 것입니다. 군대가 패할 때까지 기다려 그 때 공격하면 진나라는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진나라와 조나라가 서로 싸우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갑옷을 입고 출전하는 데서는 내가 노공보다 못하지만 장막 안에서 계획을 짜는 데서는 노공이 나보다 못합니다.”

말을 마친 송의는 공격을 거론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고 명을 거역하는 자는 목을 벤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송의는 또 자신의 아들을 제나라 상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매일 여러 장군들과 함께 술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날씨는 추웠고 큰 비가 내려 병사들은 추위와 기아에 시달렸다. 송의의 명령에 항우는 화가 치밀었다.

“강한 진나라는 반드시 약한 조나라를 멸할 것이다. 조나라를 멸하면 진나라는 더욱 강해질 것인데 무슨 기다릴 가치가 있겠는가? 하물며 초나라 군대는 패전하고 초나라 왕은 좌불안석이다. 나라의 안위가 이 전투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지금 송의는 병사들을 보살피지 않고 사리사욕만 챙긴다. 이런 사람이 무슨 신하란 말인가?”

이렇게 생각한 항우는 날이 밝자 송의를 찾아가서 장막 안에서 그의 목을 베고 장막을 나와 군사들을 집합시키고 명령을 내렸다.

“송의가 제나라와 결탁해 초나라를 멸하려 꾀했다. 그래서 초 왕이 몰래 그를 처형하라는 명령을 나에게 내렸다!”

항우의 말에 여러 장군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초 왕을 처음 옹립한 것도 장군의 항씨 가문입니다. 장군께서는 지금 반란을 평정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장군은 항우를 상장군 대리로 옹립했다. 항우는 또 사람을 제나라에 보내 송의의 아들을 죽이고 나서야 초회왕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회왕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항우를 상장군에 임명했다.

송의의 목을 베어 초나라에서 위엄을 떨치고 제후들 속에서 이름을 날린 항우는 3만 명의 초나라 군대를 거느리고 황하(黃河)강을 건넜다. 그는 밥솥을 부수고 배를 침몰시키는 파부침주(破釜沉舟)의 방법으로 후퇴의 길을 사전에 막았다. 그리고 군사들에게 사흘 동안의 군량만 가지고 전투에 임하게 하는 결사의 각오로 진나라 군대와 마지막 싸움을 벌이기로 했다.

이 전투는 먼저 사지에 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나는 전법의 가장 형상적인 사례이다. 초나라 병사들은 하늘을 찌르는 사기로 왕리를 둘러싸고 진나라 군대와 백병전을 벌였다. 살기가 하늘을 찌르고 함성소리가 땅을 진동했다. 하나 같이 용감한 초나라 군사는 죽음도 무릅쓰고 용감하게 전투에 임해 9전9승을 거두며 진나라 군대를 대파했다. 진나라의 소각(蘇角)이 죽고 왕리는 생포되었으며 섭간은 자살을 택했다.

그 때 초나라 군사는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속도는 번개같이 빨라 제후들의 군대 중 으뜸이었다. 진나라에 포위된 거록을 구원하러 온 제후들의 군대는 십 여 갈래가 넘었으나 그들은 누구도 감히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초나라 군대가 진나라 군대와 맞붙어 피 흘리며 싸우자 제후의 장령들은 군영에서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만 봤다. 일당백의 용감한 초나라 군사들의 함성소리가 천지간에 울리고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을 본 제후들의 군사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초나라 군대가 진나라 군대를 격파하고 개선하여 돌아온 후 항우는 여러 제후의 장군들을 불렀다. 그러자 모든 장군들은 원문(轅門)에 들어설 때 모두 하나 같이 무릎 걸음을 하거나 엎드려 기면서 누구 하나 감히 머리를 들어 항우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었다. 항우의 명망은 하늘을 찔렀고 그로부터 모든 제후와 모든 군대는 항우의 지휘를 받았다.

하지만 항우는 기쁘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장한을 죽여 숙부의 원수를 갚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나라의 대권을 장악한 조고(趙高)는 장한이 조나라 군대를 격파하기는 고사하고 진나라의 주력부대를 잃었다고 그 책임을 추궁하려 했다. 그러자 장한은 하는 수 없이 몰래 사람을 항우에게 보내 화해를 청했다. 숙부의 원수를 잊지 않은 항우가 장한의 제언을 받아줄 리 없었다. 항우는 도리여 포(蒲) 장군으로 하여금 장수(漳水)강을 건너 그 곳에서 장한과 결전을 벌이게 했다.

그 날 초 장군이 항우에게 물었다.

“어느 나룻터로 강을 건널까요? 삼호진(三戶津)과 유하도(柳下渡) 중 어디로 할까요?”

항우는 ‘삼호’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민간에 전해지던 ‘초수삼호(楚雖三戶), 망진필초(亡秦必楚)’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 말은 ‘초나라에 세 가구만 있으면 진나라는 반드시 초나라에 의해 망할 것이다’라는 말이다. 과거 진나라가 기만술로 초회왕을 납치하고 또 계교로 초나라를 멸했기 때문에 초나라 사람들이 가장 미워하는 나라가 진나라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말을 전한 것이다.

‘삼호(三戶)’라는 말을 듣자 항우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삼호진을 통해 도강하라. 내가 직접 가겠다."

항우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좋은 징조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포악한 진나라를 멸하겠는가?”

항우는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삼호진 나루터를 통해 장수강을 건너 강남에서 진나라 군대와 대전을 벌려 대승을 거두었다. 항우는 이어 군사를 거느리고 오수(汙水) 기슭에 주둔한 진나라 군대를 공격해 완승을 거두었다.

이 때 장한이 또 다시 사람을 파견해 화해를 청했다. 군량공급이 끊어진 항우는 일단 장한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작심하고 원수(洹水)강 남쪽의 은허(殷墟)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장한은 항우를 보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조고의 핍박에 나는 다른 방법이 없었소. 조고가 대권을 장악하고 흑백을 전도하며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는 바람에 정말로 별다른 방법이 없었소!”

장한의 말에 굳센 사나이 항우의 마음이 약해졌다. 항우는 그 자리에서 숙부를 죽인 원수 장한을 옹왕(雍王)으로 봉하고 초나라 군중에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장사(長史) 흔(欣)을 상장군으로 임명한 후 군사를 거느리고 함곡관(函谷關)으로 진군했다. 그는 단숨에 진나라를 멸하려 결심한 것이다.

항우가 대군을 거느리고 함곡관에 이르니 수비군대가 있어서 통과할 수 없었다. 이 때 패공 유방의 좌사마(左司馬) 조무상(曺無傷)이 사람을 보내 패공이 이미 함양성에 입성했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항우가 대로했다.

“원래 함곡관을 지키는 군사가 패공의 부하구나. 감히 나의 입관을 막다니.”

사실 항우가 대로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제후들은 누가 먼저 함양에 쳐들어가면 그가 바로 왕이 되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 난 항우는 당양군(當陽君)에게 명령을 내려 무력으로 함곡관을 격파하게 했다. 그리고 항우가 희서(戱西)에 이르렀는데 조무상이 또 사람을 보내 밀고했다.

“패공이 관중(關中)에서 왕이 되고자 합니다. 자영(子嬰)을 승상으로 삼고 보물도 모두 챙겼습니다.”

그 말에 항우는 노발대발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40만 대군을 가지고 있고 유방은 10만밖에 없다. 그런데 내 동의도 거치지 않고 감히 왕으로 자처하다니! 내일 당장 군대를 거느리고 유방을 찾아가서 죄를 물어야겠다. 그가 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당장 그를 멸해 버리겠다!”

항우의 생각을 읽은 범증이 찬성했다.

“유방이 야망을 가지고 있으니 일찍 싹을 잘라 우환을 없애 버려야 합니다.”

그 말에 항우는 유방을 제거하기로 다짐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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