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30 09:34:33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심약 편: 제4회 두려움으로 유명을 달리하다

제4회 두려움으로 유명을 달리하다

‘심랑요수(沈郞腰廋)’, 심약의 가는 허리는 그가 창작에 몰두했기 때문이 아니다.

심약은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한 때 제(齊) 나라의 문혜(文惠) 태자와 친분이 두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심약이 양무제(梁武帝)의 잔치에 참석했는데 한 때 문혜태자궁에서 일한적이 있는 한 가희(歌姬)의 스승도 잔치에 동참했다.

양무제가 그 가희의 스승에게 물었다.

“오늘 이 자리에 아는 얼굴이 있느냐?”

문혜태자궁에서 일했던 그녀가 대답했다.

“심가령(沈家令)만 알고 있습니다.”

‘심가령’이라는 말을 듣자 심약의 눈앞에는 흘러간 과거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 그림에 심가령으로 있던 자신이 문혜태자와 환담을 나누는 장면이 나타나고 문혜태자가 태자부 전체를 자신에게 맡겨 관리하던 상황이 펼쳐지자 심약은 가슴을 칼로 에는 듯한 아픔을 느껴 탁자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심약이 제(齊) 나라 때의 옛 주인에게 그토록 깊은 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양무제는 기분이 잡쳤고 잔치는 불쾌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양무제는 이렇게 생각했다.

“심약은 간언의 공이 크다고 생각하며 승상(丞相)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나며 명망이 높은 그에게 조정의 실권을 맡길 수 없다. 그에게 유명무실한 직위를 주니 그는 만족하지 않고 매일같이 야위어만 간다. 또 서면(徐勉)에게 백일에 허리띠 구멍 하나씩 줄고 손으로 허리를 만지면 달마다 반 푼(分)씩 준다고 말했지. 그는 자신의 속생각을 서면에게 말하지 않아도 나는 잘 안다. 그는 짐이 승상 자리를 주지 않았다고 그러는데 그럼 그냥 야위라고 하자. 그에게 악대나 하나 더 주자. 이번에 문혜태자궁의 옛 사람을 만나자 그렇게 슬퍼하는 것을 보니 내가 문혜태자보다 자신을 더 잘 대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서겠지. 그는 지금 나에게 인재도 천거하지 않고 책략도 내지 않고 그냥 그럭저럭 세월만 보낸다. 하지만 나는 그가 퇴임한 줄로 치면 그만이니 이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올해 그의 나이도 일흔을 넘지 않았는가?”

심약은 황제의 총애를 잃었다. 아마도 소연(蕭衍)이 양무제가 된 후부터 두 사람의 사이는 벌어졌을 것이다. 친구 사이가 군신관계가 되었으니 말이다. 단, 심약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군신간의 밤에 관한 고전 담론이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한 번은 예주(豫州)에서 지름이 1촌 반이 되는 밤을 공물로 진상했다. 양무제와 심약은 술을 마시고 시를 읊다가 밤에 관한 고전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 때도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심약은 기억력이 좋지 않은 체 하며 밤에 관한 고전을 양무제보다 세 개 적게 말했다. 하지만 궁을 나온 후 심약은 술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군신관계를 잊었는지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폐하는 너무 체면을 중히 여기네. 내가 만약 폐하보다 고전을 더 많이 말하면 폐하는 아마도 부끄러워 죽었을 것이네.”

그런데 그 지인이 황제에게 잘 보이려고 심약이 한 말을 양무제에게 일러바쳤다. 황제가 대로했다.

“심약이라는 자가 너무 건방지구나. 감히 짐에 대해 불손하게 지껄이다니!”

양무제가 서면에게 물었다.

“그에게 불경죄를 내리는 것이 어떻소?”

서면이 대답했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폐하께서 만약 상서령(尙書令)이 취중에 한 실언을 받아 들이지 못하신다면 조정의 문무백관이 실망할 것입니다.”

서면의 말에 양무제는 하는 수 없이 심약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때부터 눈에 띄게 심약을 싫어했다.

양무제 소연이 양나라 정권의 안정을 위해 제나라 황실의 성원들을 깡그리 제거했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 어느 날 양무제는 또 잔치를 베풀었다. 술에 취한 양무제가 진북(鎭北) 장군 장직(張稷)에게 말했다.

“장직, 너는 군주를 시해한 몹쓸 놈이야!”

역시 술에 취한 장직도 험한 말로 대꾸했다.

“폐하, 보위를 찬탈한 폐하는 좋은 놈입니까?”

양무제는 대로해서 장직을 처형하라는 어명을 내렸다. 하지만 사후 양무제는 장직을 변방에 유배를 보내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1년이 지났다. 양무제는 장직의 죽음을 생각하며 자책했다. 그는 취중에 실언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자신도 실언했는데 그의 목숨을 빼앗다니? 이렇게 생각한 양무제가 심약에게 말했다.

“진북장군 장직에 내린 처벌이 너무 심하지 않았소? 좀 후회되는구려.”

“폐하께서 그에게 좌복야(左僕射)의 신분으로 변주(邊州) 자사(刺史)를 맡게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다 지난 일인데 왜 또 말씀하십니까?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심약의 말에 양무제는 그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고 생각해 화를 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너 이게 무슨 말이냐? 이게 충신으로서 할 말이냐?”

말을 마친 양무제는 화난 얼굴로 자리를 떴다. 그 바람에 혼비백산한 심약은 자신이 어떻게 궁을 나왔는지도 모르게 집에 돌아와 방안에 들어서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그날 밤 심약은 제화제(齊和帝) 소보융(蕭寶融)이 검으로 자신의 혀를 자르는 꿈을 꾸었다. 날이 밝자 심약은 혀에 통증을 느껴 무당에게 보였는데 무당이 이렇게 말했다.

“말을 잘못 한 적이 있어서 그 원수를 진 사람이 혀를 잘랐습니다.”

더욱 두려움에 빠진 심약은 도사(道士)를 청해다 하늘에 “제나라 황제의 선양 건은 양나라 황제의 뜻이지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소를 올리게 했다.

마침 어명으로 심약의 병을 보러 왔던 어의 서장(徐奘)이 그 일을 보고 황제에게 보고했다. 대로한 양무제가 수차 관원을 보내 심약을 훈계했다.

“네 스스로 제나라 황제의 선양을 기획해놓고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짐에게 전가하다니? 자신이 한 일에 책임지지 못하는 네가 그래도 인간이냐?”

공포심이 극에 달한 심약은 곧 유명을 달리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일흔 셋이었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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