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4 11:00:49 출처:cri
편집:李仙玉

[한신 편-1] 舿下之辱을 겪고 큰 뜻을 다지다

(사진설명: 한신 대장군의 석상)

불세출의 귀재 한신

그는 불량배의 가랑이 밑을 지나가는 과하지욕(舿下之辱)을 당하고도 참았다. 그는 빨래하는 아낙네로부터 받은 밥 한끼를 잊지 않았다. 그는 가슴에 큰 뜻을 품어 좌절과 역경을 마주하고도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으며 더욱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무명이던 그는 소하(蕭何)의 천거로 군사적 재능을 뽐내고 천하에 명성을 날려 군주를 두렵게 했으며 또 그로 인해 소하의 계책에 넘어가 죽음을 당한다. 그야말로 “소하로 인해 성공하고(成也蕭何) 소하로 인해 패배한 것이다(敗也蕭何).”

“재빠른 토끼가 죽으면(狡兎死) 사냥개를 삶고(良狗烹), 높이 나는 새가 다 없어지면(高鳥盡) 훌륭한 활을 감추고(良弓藏), 대적하는 나라를 패배시키면(敵國破) 모략에 능한 신하를 없앤다(謀臣亡)”는 그의 명언은 2천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그가 바로 한(漢) 나라의 개국공신이자 백전백승을 이룬 병법의 신, 전투의 신이며 많은 사자성어의 주인공인 한신(韓信)이다. 불세출의 귀재 한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舿下之辱을 겪고 큰 뜻을 다지다 

“모친도 돌아가시고 돈도 한 푼 없으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회음(淮陰)의 몰락한 선비 한신은 모친의 영구 앞에서 수심에 차서 이런 생각에 잠겼다. 그는 몸에 지녔던 검을 뽑아 보고 또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검을 팔까? 내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누가 이 검이 우리 가문의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보검인줄 알겠는가? 아마 몇 푼 받지도 못할 것이고 누구도 이 검의 가치를 모를 것이다.”

“중언(重言) 오라버니, 다른 생각 말고 이 금비녀를 팔아 어머님 장례부터 치러요.”

명월(明月)이는 자신의 금비녀를 뽑아서 한신에게 넘겨주고 방을 나갔다. 한신이 멍하니 명월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신창(新昌)의 정장(亭長)이 들어왔다. 한신은 부친 생전에 일면식 정도만 있은 정장이 가난하고 의탁할 곳이 없는 자신을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장이 입을 열었다.

“내가 황무지 한 뙈기를 살 테니 장례부터 치르자. 너무 오랫동안 영구를 집안에 안치하면 안 된다.”

한신은 금비녀를 정장에게 넘기며 대꾸했다.

“묘지는 지세가 높고 만 집에서 제사를 지낼 정도로 여지가 많은 곳으로 해주십시오.”

“너 미쳤느냐? 그렇게 넓은 묘지를 생각하다니? 너 돈이 있느냐?”

“무덤은 작아도 되지만 묘지는 반드시 넓어야 합니다.”

정장이 웃었다.

“그렇게 넓은 묘지에 작은 무덤 하나를 만들겠다니 무슨 말이냐?”

“후에 제가 뜻을 이루어 재력을 갖추면 그 때 무덤을 다시 크게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묘지가 작으면 무덤을 어떻게 키울 수 있겠습니까?”

그제서야 한신의 말뜻을 안 정장이 깨달은 바가 있어서 한신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애가 범상치 않구나.”

정장이 대답했다.

“좋다. 네가 말한 대로 하마. 장례가 끝나면 식사는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해결하도록 하거라.”

명월이와 정장의 도움으로 한신은 그나마 모친의 장례를 순조롭게 치렀고 밥 먹을 곳도 있게 되었다. 일을 할 줄 모르는 한신은 매일 병서만 보고 병법에만 빠져 어떻게 전장을 주름잡으며 자신의 재능을 펼칠 지에만 몰두했다.

물론 밤이 깊으면 그는 또 명월이를 그리기도 했다. 한신은 그 금비녀가 명월이가 받은 결혼 예물인줄을 몰랐다. 지금 명월이는 벌써 멀리 고현(苦縣)으로 시집을 갔다. 한신은 명월이를 떠올리며 아픈 가슴을 붙잡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서 발 막대 거칠 것 없는 내가 어떻게 명월이에게 내가 뜻을 이룰 그 날까지 기다리라고 하겠는가? 또 설령 명월이는 기다린다 해도 그녀의 부모는 반대할 터이니 어찌 그들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 다 못 난 나를 탓할 수밖에!”

한신은 매일 밤 이렇게 자신을 탓하고 잠들었지만 그럼에도 꿈 속에서는 늘 명월이를 잊지 못해 마음 속 깊이 스며드는 슬픔으로 늘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단풍이 들고 갈대꽃이 하얗게 날리고 기러기가 남으로 날아갔다. 서풍이 부는 아침 한신이 정장의 집에 이르니 방석 위에 빈 밥그릇과 지저분한 수저가 놓여 있었다. 한신은 대충 짐작이 갔다. 정장은 벌써 공무 보러 나간 뒤였고 정장의 아내가 한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날씨가 추워서 우리 침상에서 식사를 했단다.”

말을 마친 정장의 아내는 한신에게 밥상을 차려줄 대신 방석 위의 밥 그릇과 수저를 가지고 나가 설거지를 했다.

한신은 그 자리에서 돌아서 나오며 이렇게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 아낙네의 문전박대를 당할 것이라고 짐작했어. 아예 이 참에 오늘 떠나자. 낚시를 하자. 그러면 여전히 책도 읽고 사색도 할 수 있으니 나의 학문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한신은 낚시하러 가다가 물가에 이르기 전에 도살장 근처에서 한 백정을 만났다. 한신을 보자 백정이 트집을 잡았다.

“야, 한신아. 너 비록 키도 크고 몸집도 있고 보검도 차고 있지만 왜 내 눈에는 겁쟁이로 보이지?”

백정은 한신이 자신의 말에 대꾸하지 않자 더 기고만장해서 사람들이 들으라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 검으로 나를 죽이고, 죽기가 두려우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라.”

한신은 무뢰한을 쳐다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부랑자를 죽이고 살인의 벌을 받을 가치가 있을까?”

이런 생각에 한신은 몸을 굽혀 그 백정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서 나갔다. 그 광경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웃으며 조롱했다.

“너의 부모가 너를 사내로 키우면 뭘 하냐? 이런 치욕을 당하는데! 혈기도 없고 패기도 없어.”

한신은 사람들이야 뭐라고 말하건 개의치 않고 태연자약하게 강가를 향해 걸어갔다.

한신이 회수(淮水) 강기슭에 이르니 몇 몇 아낙네들이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한신은 그 근처의 바위에 앉아 대나무로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물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해 한신은 기아와 갈증으로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그 때 빨래하던 한 아낙네가 한신에게 밥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연속 수십 일 동안 매일 강가에 빨래하러 오면서 한신의 끼니를 챙겨주었다.

감동을 받은 한신이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후에 반드시 후하게 사례하겠습니다.”

한신의 말에 여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사내로 태어나서 자신의 배 하나 불리지 못하다니 정말 못 났어. 나는 너를 불쌍하게 여긴 것이지 무슨 보답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야.”

한신은 얼굴이 뜨거워 났다. 그는 사람이 뜻을 이루지 못하면 무슨 말을 해도 다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고향을 떠나 의병에 가담하기로 작정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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