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10:55:09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이정 편: 제3회 불후의 무공을 세우다

제3회 불후의 무공을 세우다

당나라의 강적인 돌궐에 내분이 일어나 동서 두 돌궐로 나뉘었다. 그 중 서돌궐은 중앙 아시아로 도주하고 돌리카간(突利可汗)이 이끄는 동돌궐의 일부 부족은 당 왕조에 항복했다.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은 4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괘씸한 할리카간(頢利可汗)은 내가 보위에 오른걸 알고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위수(渭水) 강 기슭까지 공격해 왔었지. 하지만 아직 나라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민심도 뭉치지 못한 그 때는 그들과 결전을 벌일 수 없었다. 나는 방현령(房玄齡)과 소수의 군사를 데리고 할리카간과 협상하러 갈수밖에 없었다. 장안(長安)에서 불과 20리(里, 1리=0.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수강기슭에서 나는 할리카간과 마주 앉았다. 나는 할리카간이 맹약을 어기고 무리하게 당나라를 범한 것은 카간의 위엄에 해를 끼치는 불의의 행위라고 질타하며 반드시 이런 행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할리카간은 나의 엄정한 선언을 듣고 또 내 뒤에 정렬한 군대를 보더니 다시 맹약을 맺고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맹약은 군사의 압력에 의해 맺은 굴욕적인 것이라 당나라는 돌궐에 공물을 바쳐야 했다. 이 일로 인해 나는 더없는 굴욕을 느끼고 그 원한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여기까지 생각한 이세민이 머리를 들어 창 밖을 내다보니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고 그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이세민은 기분이 좋아져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이 기회이다. 돌궐내부에 골육상잔의 비극이 벌어져 돌리가 숙부인 할리의 추격을 피해 불원천리 찾아와 당나라에 항복했고 측근들이 모두 떠난 할리는 실력과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내가 원수를 갚을 때가 온 것이다!”

군사를 파견해 국가의 위력을 과시하고 국토를 확대하는 큰 전투를 벌일 생각을 한 이세민은 여러 장군들을 아래 위로 훑다가 이정과 이적(李勣)에게 이 중임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세민이 이정과 이적 두 사람을 선택한 것은 두 사람의 군사적 재능 외에 과거 자신이 보위를 다툴 때 발생했던 한 가지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 때 큰 형 이건성(李建成)과 넷째 동생 이원길(李元吉)이 나를 멸하기 위해 내 수하에 있는 유능한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했다. 방현령과 위지공(蔚迟恭), 장손무기(長孫無忌) 등이 모두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먼저 손을 써서 정변을 일으켜 이건성과 이원길을 제거하라고 나를 부추겼다. 내가 이정과 이적을 찾아가 그들의 의견을 물으니 그들은 이는 황실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자신들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과연 나라의 기둥이었다! 지조도 지키고 주견도 있는 그들이 바람 따라 돛을 달지 않고 실리를 위해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점이 바로 내가 가장 높이 사는 품성이었다. 나는 보위에 오르자 이정을 형부(刑部) 상서(尙書)에 임명하고 이적에게는 병주(幷州) 도독(都督) 벼슬을 내렸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자 이정을 병부(兵部) 상서로 임명해 북방의 군사를 총괄하게 했으며 이적은 돌궐의 군사를 방어하는 통막도(通漠道) 행군총관(行軍總管)으로 임명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세민은 할리와 결전을 벌이라고 이정에게 명령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정이 손을 펼 기회가 또 온 것이다. 당시 이정은 하동(河東)에 군사를 주둔하고 있었다. 그는 주력부대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3천의 기병을 거느리고 마읍(馬邑)에서 출발해 적군이 무방비 상태에 있는 기회에 정양(定襄)을 점령했다.

대지가 꽁꽁 얼어 붙고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덮였으며 저녁 안개가 두텁게 깔렸다. 이정이 거느린 당나라 군대는 천병(天兵)처럼 갑자기 할리카간의 눈앞에 나타났다. 할리는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당나라 군대가 온 나라의 힘으로 나와 결전을 벌일 셈인가? 안 그러면 이정이 어찌 감히 소수의 기병을 거느리고 여기까지 오겠는가? 아아, 일단 나가서 싸워보자. 당나라 군사의 허실을 알아보게 말이다.”

할리의 돌궐군사는 당나라 군사와 맞붙자 하늘을 찌르는 당나라 군사의 사기와 강한 무력에 부딪쳤다. 마음이 섬뜩해진 할리는 즉시 말머리를 돌려 도주했고 돌궐의 군사도 할리를 따라 망망한 사막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정양을 점령한 이정은 할리가 책봉한 수왕(隨王)을 체포했다. 수왕은 수양제(隋煬帝)의 손자이다. 이정은 수왕과 수양제의 소(蕭) 황후를 장안으로 압송했다.

할리가 작전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을 본 이정은 또 적군의 오판을 이용해 당나라 군사의 주력부대가 도착한 체 위장하며 돌궐의 군사를 추격했다.

사막은 망망하고 삭풍에 모래가 흩날렸다. 수십만의 돌궐군사는 화살에 놀란 새처럼, 머리 떨어진 파리처럼 황야에서 갈팡질팡했다. 이와 반대로 이정의 기병 3천은 바람처럼 초원을 날아 넘어 하루는 질풍같이 적군을 바짝 뒤쫓고 하루는 적군이 멀리 가도록 쉬어가며 도주하는 돌궐의 군사를 추격했다. 이정은 놀란 적군이 목숨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허둥지둥하도록 할 목적에서 적군을 따라잡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벌써부터 돌궐내부에 잠복해 있던 간첩들이 요언을 퍼뜨려 적지 않은 돌궐의 장군들은 스스로 이정을 찾아와 항복했다.

이정의 첩보를 받은 이세민이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漢)나라 장군 이릉(李陵)은 사격술이 가장 강한 군사 5천을 거느리고 전장에 나갔다가 10만의 흉노군사와 조우해 3만의 흉노병을 사살했으나 끝내는 중과부적으로 적군에 항복했다. 그럼에도 이릉은 여전히 역사에 이름을 남겨 후세 사람들은 이릉을 명장이라고 여긴다. 오늘날 이정은 3천의 기병을 거느리고 돌궐의 조정을 범하고 정양을 점령해 사막에 이름을 떨쳤으니 그는 과연 고금에 없는 큰 공을 세웠다! 이 한 전투만으로 과거 위수강 기슭에서 맺은 맹약의 치욕을 씻기에 충분하다!”

이정의 3천 기병에 놀란 할리카간은 보철산(保鐵山)까지 퇴각한 후 사자를 장안(長安)에 보내 사죄했다. 그는 이로써 숨돌릴 시간을 얻어 그 동안 흩어진 군사를 모으고 당나라 군사의 실제 상황을 파악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이에 당나라의 진정한 주력부대가 도착했다. 위지공(蔚迟恭)과 정지절(程之節), 소정방(蘇定方), 후군집(侯君集) 등 명장들이 이정과 합류했다.

하지만 이세민은 사죄하러 온 돌궐의 사자를 만나자 싸우지 않고 나라의 치욕을 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서 즉시 홍려경(鴻臚卿) 당검(唐儉)과 장군 안수인(安修仁)을 사자로 돌궐에 파견해서 강화사항을 논의하게 했다.

간첩으로부터 강화사자를 파견한 돌궐의 진정한 의도를 알게 된 이정이 장군 장공근(張公瑾)을 찾았다.

“당나라의 사자가 돌궐에 도착했기 때문에 돌궐 군사의 경계가 느슨해 졌을 것이오. 나는 기병 만 명을 거느리고 20일 분의 군량만 가지고 할리를 급습하겠소.”

장공근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폐하의 사자가 할리와 함께 있는데 이 때 할리를 급습하면 사자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 당검은 태상황(太上皇)의 생명을 구한 은인입니다. 그가 돌궐에서 살해되면 큰 일 납니다. 태상황은 폐하의 부친이신데 그가 총수를 벌하려는 걸 폐하께서 막으실 수 있겠습니까? 총수께서는 왜 공적으로는 이익이 되지만 스스로에게는 해가 되는 일을 하려 하십니까?”

“기회는 한 번 잃으면 다시 오지 않소. 이번에 돌궐의 군사를 전멸하지 않으면 후에 당나라 군대가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오. 당검이 희생된다 해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소!”

이정의 말에 장공근도 수천 수만의 당나라 장병에 비하면 당검 한 사람의 생명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더는 이정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마음 속으로 묵묵히 이정의 무운을 기원했다.

이정은 몸소 만 명의 정예군사를 거느리고 밤낮으로 달려 이틀 만에 보철산에 도착했다.

한편 당나라 사자를 만난 할리카간은 시간을 벌려는 자신의 계략이 성공한 것을 보고 아주 만족해서 즐거운 심정으로 당나라 사자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어 술을 마시며 환담을 나누었다.

이 때 갑자기 척후병이 들어와 보고했다.

“이정이 당나라 군사를 거느리고 벌써 본진에서 15리(里, 1리=0.5km) 거리까지 쳐들어왔습니다!”

대로한 할리카간이 당검에게 물었다.

“당신을 보내 협상하게 하고 또 이정을 보내 급습하게 하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오?”

이정이 기습작전에 능한 것을 아는 당검은 이번에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며 급히 설명했다.

“뭔가 오해가 있습니다! 제가 이정을 만나 당장 군사를 물리치게 하겠습니다!”

“그 틈을 타서 도주하려는거 아니요?”

할리의 말에 당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조용하게 대꾸했다.

“안수인 장군이 여기 남아 있지 않습니까? 얼른 나를 보내주시오! 안 그러면 두 군대가 싸움을 시작하게 되면 그 때는 나도 군사를 물리치지 못합니다.”

당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할리카간이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당사자를 모시고 가서 이정을 만나게 하라!”

당검은 문을 나서자 바람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척후병이 또 들어와 보고했다.

“당나라 군사의 기세가 너무 높아 막을 수 없습니다!”

할리카간은 급히 갑옷을 입고 싸움에 나섰다. 그 기회에 안수인 장군과 부하들은 수비를 담당한 장병들을 쓰러뜨리고 당나라 군대의 진영을 찾아갔다.

당나라 군사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동돌궐 군사는 벌써부터 예기를 잃어 당나라 군사의 상대가 아니었다. 두 군대가 만나면 용감한 자가 이기기 마련이다. 돌궐군사는 당나라 군사의 기세에 눌려 싸울 의지를 깡그리 상실했다. 그 상황을 본 할리카간은 군사는 물론이고 자신의 아내와 아이도 다 버리고 홀로 천리마에 올라 숙부를 찾아 영주(靈州)로 황망히 도주했다.

총수를 잃은 동돌궐의 군사는 분분히 무기를 내려 놓고 항복했다. 만 여명에 달하는 사상자 외에 수십만 명의 군사가 전부 항복했다. 카간과 혼인을 했던 수양제의 딸 의성(義成) 공주는 혼잡 속에서 목숨을 잃고 할리카간의 숙부는 자신을 찾아온 할리를 포박해 뒤쫓아온 당나라 군사에 넘겼다.

이정은 또 한 번 소수의 군사로 다수를 이기는 기적을 창조했다. 한 때 수(隨)나라와 당나라 두 왕조의 강적이었던 돌궐민족은 이로써 별똥별처럼 망망한 역사의 밤하늘로 사라졌다. 또 당나라의 국토는 북으로 막북(漠北)을 넘어 바이칼호까지 확장되었다.

북방의 여러 유목민족과 서역의 여러 나라들은 분분히 장안에 이르러 천자(天子)를 배알하고 당나라에 귀순했다. 그들은 당 왕조의 황제 이세민을 천하의 주군이라는 의미로‘천카간(天可汗)’이라 불렀다. 수십 만 명에 달하는 돌궐민족이 당나라에 귀순했고 흉금이 넓은 당태종 이세민은 할리카간을 우위대장군(右衛大將軍)에 봉했다. 그 밖에 백 명이 넘는 돌궐관원이 오품(五品) 이상의 벼슬을 받았으며 장안에 이주한 돌궐인의 수량은 만 가구를 넘었다.

이정은 과거 당나라가 돌궐에 공물을 바치는 맹약을 맺은 이세민의 치욕을 철저하게 씻었다. 경축잔치에서 태상황 이연(李淵)이 비파를 연주하고 당태종 이세민이 즐겁게 춤을 추었다. 그들 부자간에 맺힌 응어리가 확 풀리는 순간이었다. 부친의 눈에 어린 칭찬의 눈빛을 본 이세민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태상황께서는 내가 보위를 이어 받은 것이 정확하다고 묵인하시는 건가? 동족을 살해한 나를 더는 미워하지 않으시는 건가?”

마음이 가벼워진 이세민은 속으로 이정에게 이렇게 외쳤다.

“그대는 당나라의 우환인 동돌궐도 멸하고 나와 부친 사이의 응어리도 풀어주었으니 정말 고맙소!”

(다음 회에 계속)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