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7 11:09:25 출처:cri
편집:李仙玉

[한신 편-4] 狡兎死, 良狗烹로 삶을 마감하다

(사진설명: 점장대의 일각)

제4회: 狡兎死, 良狗烹로 삶을 마감하다

한신은 전문 초(楚)와 한(漢)의 전쟁을 위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한신이 지휘하는 전투는 마술처럼 눈부셨고 모든 작전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한신은 관중을 취하고 위 왕을 생포하고 대나라 군사를 격파하고 조나라를 평정하고 연성(燕城)을 공략하고 제나라를 점령하고 또 유수에서 용차를 이기고 해하(垓下)에서 항우를 파한 모든 작전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사람들은 한신이 지휘한 그런 모든 작전을 보면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는 과연 전쟁의 신이었다. 하지만 초한 전쟁이 막을 내리고 대한(大漢) 왕조가 세워진 후 그는 의심할 바 없이 한나라 황제 유방에게 있어서 최대의 마음의 병이 되었다.

초 왕 한신이 받은 땅에는 그의 고향인 회음현이 포함되었다. 한신은 끼니를 해결해준 빨래하던 아낙네의 은혜를 천금(千金)으로 갚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시초에 자신을 받아준 정장의 은혜를 백금(百金)으로 갚고 자신에게 과하지욕을 준 그 백정은 초나라 중위(中尉)로 임명했다. 그러면서 한신은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은 나를 크게 격려했다. 그 때 그는 나를 모욕했지만 나는 그를 죽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를 죽여봤자 아무 소용도 없고 오히려 모두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때 참았다.”

한신은 또 부모의 무덤을 엄청나게 확장했다. 그는 무덤 앞에 앉아 넓은 묘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명월아, 너는 지금 어디 있느냐?”

세상도 많이 변하고 자신도 귀한 신분의 초 왕이 되었으며 저택에 첩실이 많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잊지 못하는 여인은 명월이었다.

누군가가 한신이 역모를 꾸몄다고 고발해서 붙잡힌 한신은 황제 유방에게 이렇게 말했다.

“재빠른 토끼가 죽으면(狡兎死) 사냥개를 삶고(良狗烹), 높이 나는 새가 다 없어지면(高鳥盡) 훌륭한 활을 감추고(良弓藏), 대적하는 나라를 패배시키면(敵國破) 모략에 능한 신하를 없앱니다(謀臣亡). 천하를 평정했으니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한신의 말에 유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먼저 한신을 낙양(洛陽)에 보냈다가 후에는 그를 석방하고 회음후(淮陰侯)로 봉해서 장안(長安)에 남게 했다. 한신을 자신의 눈앞에 두고 지켜보겠다는 유방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한신은 이렇게 생각했다.

“유방이 이 세상을 어떻게 얻었는데? 감히 나를 죽여?”

그리고 한신은 매일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역모를 꾸며 차례로 황제로부터 죽음을 당했다. 거록(巨鹿) 군수 진희(陳豨)도 역모를 꾸여 황제가 몸소 평정하러 갔다. 한신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공신을 죽이는 가장 좋은 구실은 역모구나. 질환을 앓는 내가 어떻게 역모를 꾸몄다고 말하는지 두고 보자.”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울적하기 그지 없어 한신은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한신은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을 보면 과거 어려울 때의 자신 생각이 나고 강가에서 빨래하는 사람을 보면 빨래하는 아낙네의 밥 한 끼가 생각났다.

갑자기 한신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내가 웬 일이지? 왜 저 빨래하는 여인이 명월이로 보이는 거지? 여기는 장안이다. 고현과는 천 리나 떨어져 있어. 명월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겠느냐?”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여인은 명월이를 닮았다. 한신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걸어서 그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그 여인도 얼굴을 돌려 한신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외쳤다.

“중언 오라버니!”

“명월아!”

이 뜻밖의 상봉으로 두 사람은 너무 기뻐서 꿈을 꾸는 듯 했다.

한신이 물었다.

“명월아, 어떻게 되어 네가 여기에 있느냐?”

“사연이 깁니다. 우리 집에 가서 말해요.”

명월이는 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은 한신을 보더니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은 누추한데 들어갈 수 있겠어요?”

“무슨 말이냐! 나는 너의 중언 오라버니야!”

한신이 명월이를 따라 강가의 초가집으로 들어가니 과거 자신이 살던 집처럼 서 발 막대 거칠 것 없이 네 벽만 덩그러니 있었다.

한신이 놀라서 물었다.

“다른 가족이 없느냐?”

명월이가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이는 먼저 갔어요. 애도 죽었구요.”

한신은 더욱 놀랐다.

“그럼 너 혼자 여기서 어떻게 사느냐?”

“빨래를 해주면 살아갈 수 있어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고향에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요. 그래서 고향에도 가고 싶지 않아요.”

한신이 탄식했다.

“다년간의 전쟁으로 과연 사람들의 삶이 말이 아니구나.”

“전란을 피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필경 여기는 천자(天子)가 있는 곳이라 살아가기 쉬워요.”

“나는 집에 첩실은 많으나 아내는 없다. 며칠 후에 너를 데리러 올테니 네가 내 부인이 되어다오.”

그 날 한신은 명월이의 초가집에서 하루 밤을 보냈다. 10년의 그리움 끝에 만난 두 사람은 연연한 정에 빠졌다. 한신에게는 그 날이 그의 인생 중 가장 즐거운 하루였다.

“무슨 왕후(王侯)니 장상(王相)이니 다 저리 가라고 해! 나는 사랑하는 명월이만 있으면 된다.”

날이 밝았다. 한신이 명월이에게 말했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 가신(家臣)에게 혼례를 준비시켜야 하겠다.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멋진 신부로 만들어주마.”

그러면서 한신은 몸에 지녔던 패옥(佩玉)을 명월이에게 건네주었다.

“그 때 너는 나에게 금비녀를 주었는데 나는 오늘 너에게 백옥을 선물하겠다. 이러면 우리 신표를 교환한 셈이다.”

명월이는 양지옥(羊脂玉)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

“티 하나 없이 너무 하얗고 아름다운 옥이네요. 그런데 왜 나는 늙어서야 이걸 받을 수 있죠?”

“올해 네 나이 서른 하나, 나는 서른 셋이다. 우리 아직 늙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시절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한신은 자신의 생명이 바로 그날에 바람 따라 사라지고 자신의 눈부신 지혜도 바로 그날에 꺼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신이 명월이와 헤어져 저택에 돌아오니 승상 소하가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하를 보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한신의 머리 속에는 과거 소 승상이 달밤에 자신을 쫓아오던 광경이 떠올라 오래 동안 마음 속에 간직했던 생각이 유난히 선명해졌다.

“명월이는 나의 홍안지기(紅顔知己)이고 소하는 나의 생사지기(生死知己)이다. 소하가 없었더라면 내가 이토록 성공하고 이처럼 눈부신 삶을 살 수 있었을까? ”

이런 생각이 들자 한신은 급히 다가가서 물었다.

“승상님, 오래 기다리셨지요. 어제 옛 지인을 만나서 밤새 옛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십니까?”

“황제께서 반역을 일으킨 진희를 주살하셔서 신하들이 모두 입궐해서 축하 드리러 가는데 우리 같이 갑시다!”

소하의 말에 한신은 묵묵부답이었다.

“장군이 질환에 걸렸다고는 하나 입궐해서 축하를 드릴 기운은 있으시지 않겠소?”

한신은 궁에 살의가 가득 차서 이번에 궁에 들어가면 분명 살아서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지만 승상이 몸소 초청하는 것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 또 인재를 아끼는 소 승상이 충성스럽고 현명한 인재를 죽이기 위해 덫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승상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한신은 소하와 함께 입궐했다.

여후(呂后)는 한신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양쪽에 매복해 있는 무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반역을 꾀한 저 한신을 포박하라!”

한신이 머리를 돌려 바라보니 소하는 벌써 오 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는 그제서야 덫에 걸린 줄 알았다. 한신이 여후에게 물었다.

“제가 역모를 꾀한 증거가 있습니까?”

“네가 비밀리에 진희와 역모를 모의했다고 너의 가신이 고발했다. 증인, 증거가 다 있다.”

말을 마친 여후는 한신을 장락궁(長樂宮)의 종실(鍾室)로 끌고 가서 비밀리에 처형했다.

죽음을 앞둔 한신이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소하로 인해 성공하고(成也蕭何) 소하로 인해 죽는구나(敗也蕭何). 괴통(蒯通)의 말을 안 들어서 오늘 악독한 네 년의 손에 죽는구나. 하늘이여! 설마 이 모든 것이 당신이 마련한 것입니까?”

여후가 한신을 종실에 끌고 가서 비밀리에 죽인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유방은 과거 난을 당했을 때 황제가 된 후 절대 한신을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 때 유방은 “견천불사(見天不死), 견지불사(見地不死), 견도불사(見刀不死)”라고 말했다. 하늘과 땅, 칼이 보이는 한 한신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여후는 종실의 사면을 검은 천으로 막아 하늘이 보이지 않게 하고 한신을 종실의 공중에 매달아 땅과 거리를 두었으며 예리한 대나무 조각으로 한신을 찔러 죽여 칼을 쓰지 않은 것으로 유방의 약속을 지키는 셈 쳤던 것이다.

한신을 죽인 후 여후는 또 한신의 삼족을 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날 장안성은 천지가 암흑에 빠지고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한신과 친지관계를 가진 천 여명의 목이 떨어지며 장안의 하늘과 땅을 붉게 물들였다. 한신의 부모는 군사적 귀재를 낳았지만 그 귀재는 한씨 가문에 치명적인 재난을 가져다 주었다.

한신의 가족이 학살되는 것을 목격한 명월이는 선혈에 물든 듯 붉게 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핏빛의 석양은 마치 아침의 놀처럼 싱싱했다. 뒤바뀐 붉은 태양을 바라보는 명월의 가슴은 칼로 에이는 듯 아팠다.

한신이 억울하게 죽은 지 며칠 뒤에 유방이 장안으로 돌아왔다. 한신의 처형소식을 들은 유방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낙담하며 여후에게 물었다.

“한신이 무슨 말을 남겼소?”

“소하로 인해 성공하고 소하로 인해 죽는다며 괴통의 말을 안 들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괴통이 누구입니까? 빨리 괴통을 잡아와야 합니다!”

“괴통은 한신의 모사였는데 한 때 한신에게 역모를 교사(敎唆)한적이 있소.”

괴통이 잡혔다. 유방이 물었다.

“회음후의 역모를 네가 교사했느냐?”

괴통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가 제 왕으로 있을 때 그렇게 시켰는데 유감스럽게도 바보 같은 그 자식은 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 때 한신은 ‘한 왕은 나를 아주 잘 대해준다. 그의 마차를 나에게 나누어 주고 그의 옷을 나에게 나누어 주며 그의 음식을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옛 사람들은 누구의 마차를 타면 그 사람의 우환을 제거해주고 누구의 옷을 입으면 그 사람의 근심을 덜어주며 누구의 음식을 먹으면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말했는데 내가 어찌 나만 생각하고 배은망덕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 자식이 그 때 내 말을 들었더라면 모략도 있고 군사도 거느린 제 왕 때 초한(楚漢)과 세상을 삼분(三分)했지 어찌 오늘의 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유방의 부하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괴통을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방은 슬픈 얼굴로 어명을 내렸다.

“풀어 주어라.”

한의 황제 유방이 한신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괴통을 놓아주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그랬는지 그와 하늘만 아는 일이었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공유하기:
뉴스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