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8 09:38:34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현장법사 편: 제1회 어렵게 시작한 순례의 길

(사진설명: 현장법사의 동상)

현장법사 한 사람의 순례의 길

그는 인도의 불전을 중국어로 번역해 불교를 중국에 전파한 동시에 중국의 도가경전을 범어로 번역해 해외에 전파했다. 그는 명실공히 중외문명 교류의 대가이다.

그는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이다. 소설에서 그는 백마를 타고 제자들을 거느리고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며 천축으로 가서 성공적으로 불전을 가지고 돌아온다고 묘사되어 있지만 사실상 그는 백마가 아니라 늙고 여윈 적마(赤馬)를 타고 천축으로 갔다.

그가 바로 고대 중국의 유명한 고승(高僧)이자 번역가이며 여행가인 당(唐) 나라 현장(玄奬) 법사이다. 낙양(洛陽)을 떠나 인도로 간 그는 인도 각지를 여행하고 인도의 사원들에서 불교를 연구하다가 불전을 가지고 19년 만에 다시 당나라에 돌아왔다.

한 사람의 순례의 길을 걸은 현장법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어렵게 시작한 순례의 길

현장법사(玄奬)는 장안(長安)의 높은 성벽을 바라보다가 ‘안녕, 대당(大唐)이여’ 라고 중얼거린 후 근엄한 얼굴로 서쪽을 바라고 말을 달렸다.

불전을 구하러 천축으로 가기 위해 장안을 출발하는 현장법사의 이 시적인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각색된 장면이다. 역사적으로 현장법사가 한 사람의 긴 순례의 길을 떠난 시작은 이렇게 아름답지 못하다.

정관(貞觀) 원년(627년), 하늘이 서리 재해를 내려 중원(中原)에 심각한 기아가 발생했다. 굶주린 백성들이 장안에 밀려들어 당(唐)나라의 수도는 순식간에 이재민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거리와 골목마다 집집의 문을 두드리며 걸식하는 유랑민들로 차고 넘쳤다. 이에 조정은 유랑민들이 변경지역으로 가서 살길을 찾는 것을 허용하는 법령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장안(長安) 장엄사(庄嚴寺)의 승려 현장(玄奬) 법사는 오래 전부터 천축(天竺)에 가서 불전을 가져 올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 당나라와 돌궐간의 관계가 좋지 않아 조정은 모든 국민의 국경출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재민들이 변경지역으로 가는 것을 조정이 허용했으니 이 기회에 변경으로 가서 국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현장법사도 유랑민들을 따라 변경지역으로 향했다.

현장법사는 순조롭게 하서(河西)회랑의 량주(凉州)에 도착했다. 현장법사는 량주에 머물지 않고 즉시 량주를 떠나 동서양을 관통하는 실크로드가 펼쳐진 서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통관서류인, 오늘날의 여권과 비자를 말하는 ‘과소(過所)’가 없어서 몰래 국경을 넘어 밀출국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법사는 쿵후에 능한 무림고수도, 계명구도(鷄鳴狗盜)에 능한 좀도둑도 아니었고 소설에서처럼 유능한 제자들도 거느리지 않았다. 국경을 넘을 방법을 찾지 못한 현장법사는 일단 량주에 남아 불교교리를 강하면서 출국하는 낙타행상을 물색하여 그들을 따라 국경을 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명성은 양날의 칼이었다. 현장법사가 량주에서 1개월간 불교교리를 강의하자 이름이 자자해져서 량주의 도독(都督)이 현장법사를 불렀다. 량주 도독 이대량(李大亮)은 조사를 거쳐 현장법사가 간첩이 아닌 것은 밝혔으나 그의 출국은 허락하지 않고 장안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했다.

“조정이 돌궐과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은 국경을 벗어나기 좋은 때가 아니니 장로(長老)께서는 장안으로 돌아가시지요!”

현장법사는 불교교리 강의를 구실로 도독의 권고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량주의 고승인 혜위(慧威) 법사의 도움으로 현장법사는 몰래 량주를 떠나 하서회랑을 따라 안서(安西)에 이르렀다. 참외가 많이 나는 안서는 과주(瓜州)라고도 불린다.

과주의 자사 독고(獨孤)는 경건한 불교신자라 장안의 고승인 현장법사가 과주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듣고 융숭하게 그를 대접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지원을 하며 불교의 교리를 배웠다.

어느 날, 독고가 현장법사의 불전 강의를 듣고 있는데 량주 도독이 발부한 수배전단이 도착했다. 밀출국을 꾀하는 현장법사를 잡으라는 수배령이 내린 것이었다. 독고는 현장법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척 하며 수배전단을 역시 불교신자인 과주의 관리 이창(李昌)에게 넘겼다.

자사의 의도를 잘 아는 이창은 현장법사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긴 생각 끝에 현장법사가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장안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출국해서 불전을 가져 올 것입니다.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 평생의 뜻을 펼 것이며 목표를 달성하지 않는 한 절대 돌아서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처분하십시오!”

스스로를 버릴지언정 불전을 구하려는 현장법사의 경건함에 감동된 이창이 말했다.

“반드시 불전을 구하러 가신다면 이 공문은 파기하겠습니다. 하지만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늦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현장법사는 두 손을 모아 이창에게 사의를 표하며 염불을 외웠다. 그리고 나서 홀로 대당 서북의 변경 도시를 떠나 서쪽으로 바라고 걸었다!

과주 서쪽 교외의 한 사원에 이르자 현장법사는 석가모니불 앞에 무릎을 꿇고 순조로운 출국을 보우해달라고 빌었다. 이 때 한 호인(胡人)이 들어와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현장법사의 주변을 세 바퀴 돌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석반타(石磐陀)라고 합니다. 불교신자인데 거사(居士)가 되고 싶습니다. 수계(受戒)를 받게 해주시겠습니까?”

부처를 향한 호인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현장법사가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 가능하다.”

현장법사는 석가모니불 앞에서 석반타를 위해 수계를 행한 후 말했다.

“불교의 거사가 되면 첫째 살생하지 않으며, 둘째 훔치지 않으며, 셋째 사음(邪淫)하지 않으며, 넷째 망언하지 않으며, 다섯째 음주하지 않는 다섯 가지 계율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석반타가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너는 이제 석가모니불의 속가제자(俗家弟子)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네가 한 서약을 잊지 말거라.”

거사가 된 석반타는 아주 기뻤다. 그는 전병과 참외를 가져다 현장법사에게 올리며 공경하는 어조로 말했다.

“장로님, 식사를 하시지요!”

현장법사는 식사를 하면서 석반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석반타의 억양이 남달라서 말뜻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현장법사는 우람진 몸집의 석반타가 날래게 몸을 움직이고 또 신앙심이  독실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밀출국해 천축에 가서 불전을 구하려는 자신의 생각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석반타가 선뜻 나섰다.

“불전을 가지러 가시는 장로님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안내자가 되어 장로님의 출국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뜻밖의 기쁨에 현장법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너무 잘 됐다! 내가 필요한 물품을 준비할 터이니 내일 황혼 때 우리 사원 근처의 숲에서 만나자.”

이튿날 황혼, 현장법사가 말을 끌고 건량을 지니고 숲에 이르니 석반타가 약속대로 도착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 석반타는 나이 지긋한 다른 한 호인과 바싹 마른 붉은 색의 말 한 필과 함께 있었다. 현장법사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어린 것을 본 석반타가 급히 설명했다.

“이 어르신은 이오(伊吾)로 가는 길을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십니다. 그래서 특별히 모시고 왔습니다.”

그 말에 현장법사가 얼굴에 기쁜 표정을 짓는데 그 노인은 이상하게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서쪽으로 가는 길은 아주 험난합니다. 또 유사하(流沙河)까지 길을 가로 막고 있으며 모래 폭풍이라도 만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길을 떠나도 목숨을 잃기 십상인데 하물며 장로님 홀로 가시다니요. 잘 생각해보시지요!”

노인의 말에 현장법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불전을 구할 수만 있다면 가는 길에 그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해도 절대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천축에 이르지 않으면 절대 동쪽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를 위해서라면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장법사의 말에 감동을 받은 나이 든 호인이 말했다.

“장로님께서 기어이 가신다면 저의 이 늙은 말을 드리겠습니다. 이 늙은 말은 이 길을 열 다섯 번이나 오갔습니다. 이 말은 힘도 좋고 길도 압니다. 장로님의 그 백마는 경험이 없으니 이 적마를 타고 가십시오.”

현장법사는 늙은 말의 안장 앞에 쇠 조각이 박힌 것을 보고 “안장에 쇠가 박힌 여윈 붉은 말을 타면 천축에 이를 수 있다”고 하던 장안 한 술사(術士)의 말을 떠올리며 이는 석가모니불의 보우라고 여겨 그 노인에게 사의를 표한 후 적마를 끌고 석반타와 함께 어둠을 타서 길을 떠났다.

야밤에 현장법사와 석반타는 옥문관(玉門關) 근처의 호로하(葫蘆河) 기슭에 이르렀다. 석반타는 큰 나무 한 대를 베어 강물 위에 다리를 놓은 후 말을 끌고 현장법사와 함께 몰래 호로하 강을 건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현장법사와 석반타가 모두 힘들어 각자 모래 웅덩이에 누워 잠을 잤는데 잠들었다가 깨어난 현장법사는 석반타가 칼을 들고 숨을 죽이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상한 것은 석반타는 걸어 왔다가 다시 돌아가고 돌아갔다가 다시 걸어 오기를 반복했다. 현장법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염불을 시작했다. 석반타는 현장법사가 잠에서 깬 것을 보고 급히 자리에 누워 잠을 잤다. 하지만 현장법사는 더는 잠을 자지 않고 불안한 마음으로 날이 밝을 때까지 밤새 염불했다.

현장법사는 날이 밝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석반타에게 말했다.

“가서 물을 길어오거라. 우리 얼굴을 씻고 음식을 먹은 후 빨리 출발하자.”

석반타가 물을 길어오자 두 사람은 얼굴을 씻고 전병을 먹었다.

“우리 얼른 길을 떠나자.”

현장법사의 말에 석반타가 갑자기 두 눈에 흉악한 빛을 띄우며 비수로 현장법사를 위협했다.

“더 앞으로 가지 말고 다시 돌아가자!”

“중도하차라니 말도 안 된다.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네가 잡혀서 나까지 불면 어떻게 하겠나?”

그 말에 현장법사는 그제서야 석반타가 자신이 석반타를 고발할까 두려워 자신을 죽이려 했으나 차마 죽이지 못해 밤새 오고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 말거라! 나는 죽는 한이 있다 해도 절대 너를 고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두렵다면 어제 산 백마를 줄 터이니 너는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한 동안 생각에 빠졌던 석반타는 정말로 현장법사의 말을 끌고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현장법사는 노인이 준 적마를 끌고 눈앞에 펼쳐진 망망한 사막을 바라보며 두려움을 모르는 마음을 안고 불전을 가지러 가기 위한 긴 순례의 길을 떠났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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