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 10:28:38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손사막 편: 제1회 葯王에 책봉되다

(사진섦여: 손사막의 조각)

의약학의 창시자 손사막

그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의사가 갖추어야 할 품성을 완전하게 논술했다. 그는 또 ‘의사는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醫者仁心) 의학은 어진 기술이다(醫乃仁術)’라는 이념을 온 몸으로 실천했다.

천 여 년 전에 그는 벌써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또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화약 조제법은 바로 그의 처방에서 나왔다. 그가 바로 중국 의약학의 창시자 손사막(孫思邈)이다.

의약학의 왕(葯王), 의학의 신(醫神)이라 불리는 손사막은 당(唐)나라의 유명한 의사이자 도사(道士)이며 세계적으로도 위대한 의학자이자 약학자이다. 그는 또 아둔한 사람이든 지혜로운 사람이든 사람의 생명은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상을 제출했다.

의약학의 창시자 손사막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葯王에 책봉되다

장손황후(長孫皇后)는 날이 밝아서부터 진통을 호소했는데 태양이 서산에 질 때까지도 여전히 출산을 하지 못했다. 황후의 궁 밖에서 기다리는 당태종(唐太宗)은 뜨거운 가마 속의 개미처럼 갈팡질팡했다. 위징(魏政)이 문안을 드리러 왔다가 불안한 태종제를 보고 이렇게 아뢰었다.

“왜 손사막을 부르지 않으십니까? 그는 살아 있는 신선이라 반드시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가 살아 있는 신선인줄 어떻게 아시오?”

“소신이 어명을 받들고 제(齊)와 량(梁), 진(陳), 주(周), 수(隨) 등 다섯 왕조의 사서를 편찬하게 되어 여러 번 손사막을 찾아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손사막은 이 다섯 왕조의 중요한 일들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겪은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소신이 보기에 아마 그는 백 살이 넘었을 것입니다. 그는 또 백발이지만 얼굴은 홍안이고 원기도 왕성합니다.  그는 필히 늙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늙지 않는 사람이라고 모두 의술에 정통한 것은 아니지. 그가 난산을 치료할 수 있겠소?”

“그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함에 모두 똑같이 대하고 절대로 환자의 등급을 나누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느 날 그는 남산(南山) 기슭에서 관을 메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손사막은 관에 든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주인에게 사연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주인은 아내가 난산으로 죽어서 묻으러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손사막이 죽은 사람을 살릴 방법이 있다고 관 뚜껑을 열라고 말했더니 주인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관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손사막이 무슨 약을 먹였는지 죽었던 여인이 살아났음은 물론이고 영아까지 출산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손사막이 살아 있는 신선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위징의 말을 듣자 태종제가 즉시 어명을 내렸다.

“빨리 손사막을 부르라!”

손사막이 입궐했다.

발을 사이 두고 장손황후의 맥을 짚어본 손사막이 아뢰었다.

“마마는 체질이 허약하여 힘이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분만을 촉진하는 탕약을 드셔야 합니다. 침구를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태종제가 말했다.

“선생을 모셔온 이상 선생을 믿소. 어떤 방법을 쓰든 마음 놓고 치료하시오.”

태종제의 윤허를 받은 손사막은 즉시 탕약을 달여서 마시게 하고 또 침으로 황후의 중지를 자극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장손황후는 황자를 순조롭게 출산했다.

환한 웃음을 띤 태종제가 궁금해서 물었다.

“분만을 돕는 약으로는 어떤 약초를 쓰고 침으로는 무슨 혈을 자극하셨소?”

“약초는 한 가지만 쓰지 않고 혈도 300여 개가 있으니 폐하께서는 이런 일에 신경을 쓰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손사막은 잠깐 말을 멈추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옛 사람들이 그린 인체맥혈명당도(人體脈穴明堂圖)에 오류가 많아서 그것은 시정해야 할 듯 합니다.”

태종제는 손사막의 뜻을 알고 즉시 어명을 내렸다.

“승무랑(承務郞) 사마덕일(司馬德逸)과 태의령(太醫令) 사계경(謝季卿), 태상승(太常丞) 견입언(甄立言)은 오늘부터  경혈도(經穴圖)를 수정해 새로운 명당도(明堂圖)를 그리는 손선생의 일을 협조하라.”

태종제의 어명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손사막은 과연 중국 최초로 채색의 <명당삼인체맥혈도(明堂三人體脈穴圖)>를 펴냈다. 삼인체는 인체의 정면을 말하는 앙인(仰人)과 인체의 뒷면을 말하는 배인(背人), 인체의 옆면을 말하는 측인(側人)을 말한다. 앙인의 282혈, 배인의 194혈, 측인의 174혈이 상세하고도 일목요연하게 표기된 이 경혈도는 길이 전해지며 지금까지 사용된다.

태종제는 혈색이 좋은 손사막의 얼굴에 주름도 없으며 눈도 밝고 귀도 어둡지 않은 것이 전혀 백 세 노인처럼 보이지 않아서 물었다.

“선생은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오?”

“산인(山人)은 전 왕조의 양견(楊堅)이 보위에 오른 그 해 20살이었으니 올해 아마도 60일 것입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산중에 은둔하거나 도를 닦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산인(山人)이라 불렀다. 손사막은 의사이자 도사이기에 산인이라 자처한 것이다.

이 때 위징이 나서서 말했다.

“수문제(隨文帝)가 북주(北周)의 황제를 보좌할 때 덕망도 높으시고 학문도 두터우신 선생을 국자박사(國子博士)로 부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선생께서는 병환을 핑계로 그 벼슬을 받지 않고 태백산(太白山)에 은둔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제 생각에 아마도 선생께서는 백 세가 넘으실 것입니다.”

위징의 말에 손사막이 웃으며 대꾸했다.

“산중에서는 눈앞의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보고 하늘의 달이 둥글었다가 이지러지는 것만 보다 나니 몇 년이 흘렀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덕망이 있는 옛 사람들의 말은 확실히 신뢰할 수 있구나. 선문(羨門)이나 광성자(廣成子)와 같은 불로의 진인(眞人)들이 어찌 전설에 그치겠는가?”

부러운 눈길로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태종제가 다시 손사막을 향해 말했다.

“선생의 의술이 이렇게 높으니 태의원(太醫院) 어의로 있음이 어떨까 싶소. 짐은 선생이 황실의 의사가 되었으면 해서 특별히 정삼품(正三品) 벼슬을 내리겠소.”

손사막이 성실한 어조로 아뢰었다.

“한가함이 몸에 밴 산인은 태의원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 이제 죽을 날도 멀지 않아 폐하의 부름을 받들지 못하겠사옵니다.”

태종제는 신선이나 다를 바 없는 손사막에게 벼슬을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해 말을 바꾸었다.

“선생이 세속에 발이 묶이려 하지 않으시니 짐도 강요하지 않겠소. 선생은 20살 때 벌써 노자(老子)를 좋아한 도사이면서 또 불전도 읽으신다고 들었는데 참말이시오?”

“산인은 불전만 읽은 것이 아니라 유가(儒家)의 오경(五經)도 통독했습니다. 유교와 불교, 도교 삼교(三敎)는 모두 각자 정묘(精妙)한 부분도 있고 또 서로 통하는 부분도 아주 많습니다. 의학은 어진 기술(醫乃仁術)이고 의사는 의사로서의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어질다는 것은 바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유가의 주장, ‘중생은 평등하고 중생을 제도한다’는 불교의 주장, ‘사람은 소중하다’는 도교의 주장과 모두 서로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신앙을 모두 받아 들이는 것은 폐하께서 세우신 대당의 너그러운 기상이 아닙니까?”

이에 태종제가 기쁜 어조로 말했다.

“전에 선생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소. 사람들은 선생을 살아 있는 신선이라고 말하던데 오늘 보니 선생은 확실히 살아 있는 신선이시오! 의사로서 선생의 품성은 이토록 숭고하여 사람들이 우러르고 선생의 약초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효과를 가져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니 짐은 선생을 약왕(葯王)으로 책봉하겠소!”

위징이 나섰다.

“천자는 한 번 말한 것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선생은 약왕이십니다!”

손사막도 무릎을 꿇고 사은을 표했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짐은 또 선생을 칭송하는 글을 써서 후세 사람들이 모두 선생의 의덕(醫德)과 의약(醫藥)을 알게 하겠소.”

말을 마친 태종제는 내시가 문방구를 준비하자 한동안 생각하다가 손사막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샛길을 뚫는(路)

의사 중의 으뜸(名魁大醫)

삼성으로 날개를 달고(羽翼三聖)

사시를 조화시키네(調合四時)

용과 호랑이도 굴복시켜(降龍伏虎)

위험과 쇠락을 구하며(拯衰救危)

당당하게 우뚝 솟아(巍巍堂堂)

오래도록 스승으로 남으리(百代之師)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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