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5 09:49:52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이백 편: 제4회 물속의 달을 따라간 醉仙

제4회 물속의 달을 따라간 醉仙

아침에 채색 구름의 백제성을 떠나(朝辭白帝彩雲間)

천리 길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왔네(千里江陵一日還)

기슭에서는 원숭이 울음소리 그치지 않는데(兩岸猿聲啼不住)

가벼운 배는 벌써 만 겹의 산을 지났네(輕舟已過萬重山).

이백은 큰 재난에도 죽지 않았으니 반드시 큰 복을 받을 사람이었다! 귀양길에 오른 그가 무산(巫山)에 이르자 관중(關中) 지역의 가뭄으로 조정이 대사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형수는 유배로 바뀌고 유배범은 석방한다는 사면령으로 이백은 자유를 얻었다. 이백은 다시 자유를 찾은 즐거운 심정으로 삼협(三峽)을 지나는 배에서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이라는 제목의 이 칠언명작을 썼다.

자유의 몸이 되기는 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저 세상으로 보낸 이백은 또 다시 세상을 집으로 삼는 방랑시인이 되었다. 인생의 웅대한 이상도 수포로 돌아가고 나이도 예순을 넘은 우리의 시인은 노쇠해졌다.

상원(上元) 2년(761년) 질환에 걸린 이백은 금릉(金陵)을 떠나 현령(縣令)으로 있는 종숙 이양빙(李陽氷)을 찾아 당도(當塗)로 갔다.

달 밝은 어느 날 밤이었다. 자신의 질환이 완치되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한 이백은 수중에 있던 모든 원고를 종숙에게 넘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저녁 술잔을 기울이며 달 구경을 하고 싶어요. 우리 강에 배를 띄우죠!’

“이는 아마도 이백의 이 생의 마지막 주연(酒筵)일 것이니 이 요청을 거절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한 이양빙은 이백을 부축해서 배에 올랐다.

차가운 수면에는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하얀 달빛은 강기슭을 몽롱하게 비추고 있었다. 물결을 따라 흔들거리는 배에서 이백과 이양빙은 하늘의 명월을 바라보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그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그들의 눈앞으로 휙~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가 강기슭의 갈대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 바람에 이백의 머리 속에는 과거 젊었을 때 쓴 <대붕부(大鵬賦)>가 떠올랐다. 그 때 품은 포부는 얼마나 웅대했던가? 그 때 자신은 ‘회오리 바람을 타고 구만리 상공까지 날아 오르는(抟扶搖而直上九萬里)’ 대붕처럼 ‘별들이 돌아가고 하늘이 뒤뚱거리고(頭轉而天動) 산이 흔들리고 바다가 기울게(山搖而海傾)’할 것을 지향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이백이 종숙에게 말했다.

“시를 지을 테니 적어주세요. 이 시를 내 묘비명으로 합시다!”

이백이 술잔을 들면 반드시 시를 짓는다는 것을 아는 이양빙은 벌써 문방사우를 준비했는지라 이백의 말이 떨어지자 호응했다.

“어서 짓게. 내가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적을 테니.”

과거 ‘어느 날 대붕은 바람과 함께 일어나(大鵬一日同風起) 회오리바람 타고 구만 리 상공에 날아오르네(扶搖直上九萬里)’라는 시를 쓸 때 자신의 호방한 감정을 떠올리니 이백은 더욱 슬픔이 차 올라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자신의 절명시를 읊었다.

대붕이 날아 온 천지에 떨치더니(大鵬飛兮振八裔)

중천에서 꺾이어 힘이 부치도다(中天兮力不在)

남은 바람이야 만대에 몰아쳐 불 터이나(餘風激兮萬世)

부상에서 노닐다 왼편 날개 걸렸어라(遊 扶桑兮掛左袂)

후세에 누군가 이를 얻어 전하여도(後人得之傳此)

공자가 없으니 누가 눈물 흘려 주랴(仲尼亡兮誰爲出涕)

시를 다 읊은 이백이 탄식했다.

“이 세상에 공자가 없으니 그 누가 날개 꺾인 나를 위해 울겠는가?”

“그는 자신이라는 이 대붕을 위해 임종가(臨終歌)를 짓는구나!”

이양빙은 이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들어 바싹 야위어 뼈만 남은 이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가 이백이 대붕으로 변해 드넓은 하늘을 훨훨 날아 저 멀리 하늘가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이양빙이 넋을 놓고 있는데 이백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이 물속에 떨어졌어요!’

이양빙이 정신을 차리니 이백이 두 팔을 물속으로 뻗쳐 강물에 비낀 달 그림자를 건지려 하고 있었다. 이양빙이 급히 이백을 안아 올렸으나 그는 벌써 두 눈을 뜬 채로 달을 쫓아간 뒤였다. 또 누군가는 이백이 큰 고래를 타고 파도를 헤치며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천재적인 낭만주의 시인 이백은 대붕이 되어 영원토록 시 나라의 상공을 날고 있는 것이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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