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9 14:37:30 출처:cri
편집:李仙玉

[장건 편-4] 실크로드 개척자의 마지막

(사진설명: 장건의 기념관 일각)

제4회 실크로드의 개척자 세상을 하직하다

강도(江都) 공주가 오손국으로 화친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에 장건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장건은 그 누구보다도 이 일의 자초지종을 잘 알고 있었다. 장건이 장안에 돌아와 오손국 왕이 한나라와 함께 흉노에 대항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전하자 한무제는 뜻밖의 기쁨에 큰 목소리로 말했다.

“대부, 대부가 큰 공을 세웠소! 큰 공을 세웠소!”

하지만 한무제는 장건이 한나라 공주를 왕후로 맞이하려는 오손국 왕의 요구를 아뢰자 대로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화친을 하려면 선우에게 시집을 보내지 왜 오손국으로 보내겠는가?”

한무제의 말에 장건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하루 밤이 지나자 한무제의 황명이 떨어졌다.

“전 강도(江都)왕 유건(劉建)의 딸 유세군(劉細君)을 강도 공주에 책봉하여 오손국 왕 곤막에게 시집을 보내며 그로부터 오손국과 형제의 나라가 되어 함께 흉노에 맞선다.”

유건은 역모 죄로 죽음을 하사 받은 지라 강도 공주는 광릉(廣陵) 왕 유서(劉胥)가 키웠고 그 해 16살이었다. 강도 공주는 살결이 백옥 같이 하얗고 매끄럽다고 해서 세군이라 부른다고 전해진다. 강도 공주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화용월태에 살결도 곱다는 것을 안 장건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폐하, 누가 뭐라고 해도 강도 공주는 고귀한 한나라 황제의 핏줄이고 금지옥엽인데 어떻게 그녀를 오손국으로 시집 보낸다는 말씀이십니까? 흉노를 소멸하고 서역을 한나라 영역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라면 정녕 골육의 정도 돌보지 않으십니까?”

모험심이 있고 용감하지만 뼛속 깊은 곳에 한없이 부드러운 정을 품은 장건은 선우가 억지로 안겨준 흉노 여인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천신만고 끝에 장안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강남(江南)에 살던 공주가 멀리 서역의 오손국으로 시집을 가게 된 것이 마치 장건과 연관되는 듯 말했다. 그것은 장건이 서역으로 오가는 통로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장건도 강도 공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

오랜 세월 고생한 것 때문인지 긴 여행의 과로가 병이 되었는지 장건은 서역에서 돌아온 후 줄곧 병상을 떠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장건이 가장 마음에 담아 둔 것은 흉노를 소멸하는 위업도, 서역의 통로를 뚫는 위업도 아닌, 바로 강도 공주였다. 그는 늘 날씨도 춥고 원시인처럼 사는 오손국에서 강도 공주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도 통하지 않고 풍속도 다른 오손국에서 강도 공주의 마음은 또 어떻게 힘들지를 생각하며 강도 공주를 위해 탄식만 했다. 조정 안팎에서 모두들 한무제의 화친정책이 어떻게 현명하다고 칭송해도, 또 그로 인해 오늘날 서역이 한나라의 세력범위에 들고 향후 한나라의 강토를 만 리나 넓힐 수 있다고 자랑해도 장건의 마음은 여전히 강도 공주를 위한 슬픔으로 넘쳤다.

어느 날, 장건은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는데 곡조가 너무 슬펐다. 더 이상한 것은 음률에서 서역 고유의 격앙된 분위기가 엿보였다.

집안이 나를 하늘 저편으로 시집 보내니(吾家嫁我兮天一方)

나는 멀리 이국의 오손왕에게 맡겨졌네(遠托異國兮烏孫王)

둥근 천막으로 방을 삼고 양털로 담을 쌓고(穹廬爲室兮爲墻)

고기를 밥으로 먹고 삭힌 젖을 마신다네(以肉爲食兮酪爲漿)

늘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에 슬픔만 가득 차니(居常土思兮心內傷)

한 마리 고니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으면(愿爲黃鵠兮歸故鄕)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자 장건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물었다.

“이건 누가 쓴 노래냐?”

아들이 차분한 억양으로 대답했다.

“누구긴 누구겠어요? 누가 이렇게 슬픈 노래를 쓸 수 있겠어요? 아버님 덕분에 멀리 오손국으로 시집 간 강도 공주가 아니겠어요? <비수가(悲愁歌)>라는 이 노래는 폐하께서도 들으시고 눈물을 흘릴 뻔 하셨어요.”

그 말에 장건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강도 공주에게 너무 미안하구나!”

이렇게 외친 장건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그날 밤 세상을 떠났다. 실크로드의 개척자 장건은 이렇게 아픈 마음을 안고 슬픔으로 삶을 마감했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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