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2 09:35:17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한유 편: 제1회 자만을 극복하고 벼슬길에 오르다

(사진설명: 한유의 화상)

문장의 대가 한유

그는 ‘문장으로 팔 대에 걸쳐 부진했던 쇠약한 기운을 일으키고(文起八代之衰) 도로는 천하의 가라앉음을 구제했으며(而道濟天下之溺) 충성심은 임금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지 않고(忠犯人主之怒) 용맹은 삼군의 장수를 빼앗을 수 있었다(而勇奪三軍之帥)’. 송(宋)나라 문장가 소동파(蘇東坡)의 그에 대한 이 평가는 그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가 바로 당(唐)나라 문장가이자 철학자, 사상가, 정치가인 한유(韓愈)이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으뜸인 한유는 고문운동(古文運動)으로 형식이 경직되고 문자가 부미(浮靡)하며 내용이 텅 빈 변려문(騈儷文)을 대체해 ‘팔 대에 걸쳐 부진했던 문장의 쇠약한 기운을 일으켜 세웠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오늘날 광동(廣東)성 조주(潮州)의 한산(韓山)과 한강(韓江), 한목(韓木)은 모두 한유에서 기원한다. 조주인들은 조주에서 관리를 하는 동안 백성들을 위해 뛰어난 공덕을 쌓은 한유를 기리기 위해 한유의 성씨를 따서 산과 물을 부르는 것이다.

문장의 대가 한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자만을 극복하고 벼슬길에 오르다

결혼은 인생의 일대 경사라 할 수 있다. 하물며 그들 신혼부부는 결혼 전부터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한유는 외모와 재능을 모두 갖춘 신부와 혼인을 맺었는데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날 정원을 거닐던 신혼부부는 옥으로 만든 나무와도 흡사한 매화꽃에 발길이 끌렸다.

눈처럼 하얀 매화꽃을 바라보며 한유는 마음 속에 솟구치는 고결한 기상에 즉흥적으로 시를 지었다.

매화는 눈과 함께 봄을 맞고(梅將雪共春)

빛과 자태 서로 걸림이 없어라(彩艶不相因)

미풍에 눈도 그득 꽃도 가득(逐吹能爭密)

가지마다 예쁜 꽃 피웠네(排枝巧新)

누가 매화 향기 그득 채웠나(誰令香滿座)

홀로 티 없이 맑고 예쁘구나(獨使淨無盡)

매화의 향기는 상서로움을 주고(芳意饒呈瑞)

눈의 차가운 빛은 사람을 비추나니(寒光助照人)

한유의 신혼 아내 노씨(盧氏)는 하남부(河南府) 법조참군(法曹參軍)의 딸이었다. 진사(進士)지만 인품과 재능이 뛰어난 한유를 사모해 그와 혼인을 한 노씨는 남편이 읊는 시를 들으며 그의 넘치는 재능에 감복하는 동시에 그의 고상하고 오만한 성격을 걱정했다.

“‘누가 매화 향기 그득 채웠나 홀로 티 없이 맑고 예쁘구나!’매화꽃은 그렇게 스스로 고상함을 자처했기 때문에 동반자도, 의지할 곳도 없이 다만 눈꽃하고만 어울리며 서로를 안타까워할 수밖에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일 울적한 당신이 이 매화꽃을 닮은 것 같아요. 당신의 울적함을 저에게 말해줄 수 없어요?”

“나는 세 살 때 벌써 글자를깨치고 일곱 살 때 제자(諸子)를 다 읽었으며 열살 때 시를 짓고 열 아홉에 과거시험을 보았소. 그런데 연속 네 번이나 과거시험을 보아서야 서열 열세 번째로 합격될 줄을 누가 알았겠소. 또 세 차례의 전시(殿試)를 거치면서도 황제로부터 벼슬을 받지 못했으니 내가 어떻게 즐거울 수 있겠소!”

“과거시험이 여의치 않은 것은 선비들에게 다반사예요. 그리고 당신은 올해 이제 스물세 살이니 앞날이 창창한데 뭘 그런걸 고민하세요? 저의 아버님께서는 늘 학문이 두텁고 재능이 뛰어나며 인품이 정직하고 진실로 사람을 대한다고 당신을 칭찬하시고 당신이 후에 반드시 큰 일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세요.”

아내의 말에 한유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장인어른은 참으로 내 인생의 지기(知己)시오.”

남편의 기분이 좋아진 것을 본 노씨는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당신이 과거시험을 볼 때마다 여의치 않은 데는 당신 잘못도 있으니 스스로 허점을 찾아야 해요.”

한유는 아내의 말에 멈칫했다.

“내 아내는 과연 학식도 있고 교양도 갖추었으며 식견도 있다.”

이렇게 생각한 한유가 대꾸했다.

“당신의 말에 일리가 있소. 나에게 당연하게 문제가 있지 그럼. 단지 당사자는 자신의 얼굴에 어떤 것이 묻었는지 잘 모르는 법이니 방관자인 당신이 확실하게 찾아주겠소?”

한유의 말에 노씨는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되물었다.

“당신이 왜 한유라 부르는지 말씀해 주실래요?”

그러자 한유는 다시 뽐냈다.

“세 살 때 나는 고아가 되고 일곱 살이 되던 해에 형도 세상을 뜨는 바람에 형수님의 손에서 자랐소. 스승을 모시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 때까지도 학명(學名)이 없었지 뭐요. 형수님께서 아무리 애를 쓰셔도 마땅한 글자를 찾지 못하셨는데 나 스스로 ‘유(愈)’자를 찾아 형수님께 이렇게 말씀 드렸소. ‘유(愈)자는 뛰어넘는다는 뜻입니다. 후에 반드시 큰 일을 해서 선인들을 뛰어넘을 것입니다’라고 말이오.”

노씨가 웃었다.

“아마도 이것이 바로 당신이 과거시험에서 늘 여의치 못한 원인일 것이에요! 안하무인에 도도한 사람이 쓴 문장은 대범하지 못하고 기필코 경박할거잖아요. 많은 사람을 겪어본 시험관이 어떻게 잘난 체하는 당신의 문장을 좋아하겠어요?”

아내의 말에 한유는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인은 참으로 날카롭게 정곡을 찔렀소.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하기 마련이오. 정말로 이 ‘교(驕)’자가 실패의 원인일 것이오! 참으로 천박하기 그지 없군 그려! 얼굴이 뜨겁소!”

“그러시다면 제가 조언을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오. 부인 말씀하시오!”

“인구언실(人求言實), 사람은 참말을 해야 하고, 화구화허(火求火虛), 불은 땔감을 성기에 놓아야 불이 잘 타며, 욕성대기(欲成大器), 큰 일을 하려면, 필선퇴지(必先退之), 반드시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알아야 합니다.”

한유는 아내의 말을 중복한 후 손뼉을 쳤다.

“맞는 말이오. 내가 마침 이름만 있고 자(字)가 없소. 이름과 자는 서로 비슷할 수도 있고 서로 반대될 수도 있으니 ‘퇴지(退之)’를 자로 합시다. 자의 뜻이 이름과 정반대니 반드시 서로를 잘 이루어주며 내가 진취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 걸음 물러서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게 해 줄 것이오!”

남편이 자신의 조언을 받아 들이고 조언 중 한 단어인 ‘퇴지(退之)’를 자로 삼는 것을 본 노씨도 심히 기분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유는 또 다시 과거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그 번에 한유는 장원으로 과거시험에 급제했다! 노씨가 말했다.

“봐요. 분발하는 군사는 승리하게 되어 있잖아요. 그렇지요?”

아내의 말에 한유가 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더는 경박하게 굴지 않겠소. 하지만 올해 문장은 작년의 그 문장이었소!”

한유의 말에 노씨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무슨 말이세요?”

“올해의 시험제목은 작년과 같은 ‘남에게 화풀이 하지 말고 같은 잘못은 두 번 범하지 말라’는 <불천노불이과론(不遷怒不貳過論)>이었소. 그래서 나는 작년에 썼던 문장을 그대로 써서 냈소. 왜냐하면 그 문장은 정말로 흠잡을 데가 없었거든!”

노씨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시험관의 심경이 바뀐 것이겠네요.”

노씨의 말이 맞았다. 후에 한유와 동료가 된 시험관 육지(陸贄)가 그 점을 증명했다. 육지는 자신이 처음으로 한유의 그 문장을 읽었을 때 별로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해 한 쪽에 제쳐두었는데 이듬해 다시 그 문장을 보았을 때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참답게 읽었다고, 그랬더니 그제서야 문장의 웅대한 기세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으뜸으로 놓았다고 말했다. 육지는 그때 지난해 낙방한 문장을 재차 써 내는 수험생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한유는 벼슬길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부귀와 영달을 누리지는 못했다. 다행히 벼슬길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그의 문장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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