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0 09:37:31 출처:cri
편집:李仙玉

[소무 편-2] 끝까지 절개를 굽히지 않다

(사진설명: 소무의 석상)

제2회 온갖 회유에도 절개를 굽히지 않다

한 동안 지나자 소무는 건강을 되찾았다. 어느 날, 선우의 사자(使者)가 소무를 찾아왔다.

“소 대인님. 저희 선우께서 반역자 우상을 취조하시는데 오셔서 자리를 함께 하시라고 하십니다.”

소무는 외교예의에 따라 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 우상은 역모죄를 지은 증거가 확실하고 스스로도 죄를 인정해 당장에서 참수형을 받았다. 우상의 목을 베고 나서 위율이 말했다.

“한나라 사절 장승이 우상과 공모해 선우의 신하를 모해하려 하고 우상의 연지 납치를 동의했으니 그도 처형해야 마땅하다.”

그 말에 장승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했다. 위율이 칼을 휘둘러 장승의 목을 베려 하자 장승은 털썩 꿇어 앉으며 용서를 빌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항복하겠습니다.”

미소를 머금은 위율은 장승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오히려 머리를 돌려 소무를 바라보았다.

“지금 부사절이 죄를 지었으니 정사인 소 대인도 연좌해야 하겠소.”

위율의 말에 소무가 대답했다.

“나는 비밀모의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이 일이 나와 무슨 관계란 말이오? 연좌라니 얼토당토 않소. 나는 장승의 가족도 아닌데 왜 나를 연좌하겠다는 것이오?”

위율은 의도적으로 칼로 소무를 겨누며 대답했다.

“소 대인은 한 번 죽음의 문턱에 가봤는지라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않소? 하물며 이번에 죽으면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하오. 한 번밖에 없는 생명,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소?”

소무는 여전히 두려운 기색 한 점 없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위율은 칼을 내려 놓고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나도 과거에는 한나라 대신이었소. 흉노에 귀순한 후 나는 선우의 큰 은혜를 입었소. 그는 나를 정령왕으로 책봉하고 나에게 정령부족을 관리하게 했소. 오늘날 나는 만 명이 넘는 노예를 거느리고 소와 양은 온 산을 덮으며 없는 것이 없이 풍족하게 살고 있소. 매일 사람들을 호령하며 술과 고기도 끊이지 않아 먹을 복도 누리고 말이오. 과거 한나라에 있을 때는 이런 호화로운 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소! 소무, 당신도 항복만 하면 나와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소. 하지만 항복하지 않고 생명을 버린다면 매들의 먹이가 되거나 잔디밭의 비료가 될 수밖에 없소. 누가 당신의 절개를 알아 준다는 말이오?”

소무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못 들은 체 했다. 위율이 계속 권고했다.

“고집 부리지 마시오. 당신이 항복하면 내가 당신과 의형제를 맺으리다. 만약 내 말을 듣지 않으면 후에는 나를 만나려 해도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오.”

그 말에 소무가 갑자기 천둥같이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위율! 입 닥쳐! 너는 한나라의 신하이고 위씨 가문의 아들임에도 전혀 부모의 은혜도 돌보지 않고 군신간의 의리도 지키지 않았다. 폐하를 배반하고 부모를 버린 너는 이족의 노예가 되어 잘난 체를 하고 있는데 내가 왜 너를 만나겠느냐? 나는 너의 이 뻔뻔스러운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지금 선우가 너를 신뢰해서 다른 사람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게 하는데 너는 두 군주가 다투고 두 나라가 싸움을 하게 해서 두 나라 모두 그 피해를 보게 할 음흉한 심보를 품었구나. 너는 남월(南越) 왕이 대한의 사절을 참수했다가 아홉 군(郡)을 잃고, 대한의 사절을 참수한 대완(大宛) 왕은 목이 잘려 머리가 북쪽 성문에 걸린 일을 들은 적이 없느냐? 지금 유독 흉노 왕만 아직 그 벌을 받지 않았다. 너는 내가 죽어도 항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이 일을 가지고 전쟁을 선동하니 흉노가 받을 화는 지금부터 시작일 것이다!”

소무의 욕설에 위율은 반박할 여지도 없었고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위율은 이렇게 생각했다.

“소무는 아마 죽어도 항복하지 않겠다. 그에게 항복을 권한다는 것은 공연한 짓이고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힘든 일일 것이다.”

한나라의 문화를 잘 아는 위율은 위협이든 유혹이든 그 어떤 수단도 소무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는 소무를 항복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위율이 선우에게 아뢰었다.

“소무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항복한다면 태양이 서쪽에서 뜰 것입니다.”

선우가 탄식했다.

“소무는 정말 대장부로구려! 그러니 더욱 그를 귀순시키고 싶소.”

연지가 말했다.

“소무가 아무리 사나이라 해도 쌀을 먹으며 자랐을 거잖아요. 아무리 흉악한 참매도 일주일 동안 길들이면 말을 잘 듣잖아요. 일주일 동안 그를 잠재우지도 말고 먹지도 못하게 해봐요.”

선우가 대답했다.

“일리가 있소! 배고픈 느낌은 참으로 더럽지. 참매도 잠을 자지 못하게 하면 견디지 못하는데 소무라고 견딜 수 있겠소. 다만 일주일이 되기 전에 소무가 굶어 죽거나 미칠까 봐 걱정이오.”

선우는 소무를 땅굴에 감금하고 먹거리도 마실 것도 모포도 주지 않았다. 참매를 길들이는 것처럼 항복할 때까지 소무를 못살게 굴 생각이었던 것이다. 흉노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8월에도 눈이 내리는 곳인데 당시는 삭풍이 불고 눈이 두텁게 깔린 겨울이었다. 엷은 담요 한 장을 몸에 감고 눈이 깔린 바닥에 누운 소무는 기아와 추위에 당장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소무는 소무였다. 그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흉노는 내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데 나는 절대 죽지 말아야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겠다.”

그리고 소무는 생명을 유지할 방법을 금방 찾아냈다. 그는 목이 마르면 눈을 움켜서 입안에 집어 넣고 배가 고프면 담요의 실을 입에 넣고 씹었으며 졸리면 모퉁이에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잤다. 그렇게 7일이 지났다. 선우가 땅굴의 덮개를 여니 소무는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선우는 소무가 신인(神人)이라 여기며 또 한 번 소무에게 감탄했다.

소무가 여전히 항복하지 않자 선우는 그를 인적이 없는 북해에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신선이 그대를 보살펴서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고 기아에도 굶어 죽지 않으니 그렇다면 북해에 가서 방목이나 하시오! 어느 날 귀순할 생각이 있으면 수종에게 말하오. 내가 금방 사람을 보내서 데려 오리다. 하지만 계속 귀순할 생각이 없다면 수컷 양이 새끼를 낳아야 그대를 한나라로 돌려보내겠소.”

소무가 대답했다.

“나는 대한의 사신입니다. 부절(符節)만 돌려주면 어디든 다 갈 수 있습니다.”

소무는 한나라의 사신임을 증명하는 부절, 한절(漢節)을 들고 북해로 방목하러 떠났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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