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7 09:36:55 출처:cri
편집:李仙玉

[반초 편-3] 역경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다

(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반초(가운데))

제3회 역경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다

반초가 머나먼 서역에서 홀로 싸우면서 백전불패의 승전고를 올릴 수 있은 것은 그의 뒤에 강대한 한나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명제 붕어 후 국상기간 서역의 일부 소국들은 이 틈을 타서 흉노의 지원으로 한나라의 서역 도호부(都護府)를 공격하고 도호 진목(陳睦)을 살해했다. 부교위(副校尉) 곽순(郭恂)도 함께 조난당했다. 구자국과 고묵국(姑墨國)은 손잡고 소륵국을 공격했다. 반초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소륵 왕과 힘을 합쳐 소륵국의 도읍 반탁성(盤橐城)을 고수했다. 1년 후 구자인들은 인내심을 잃고 돌아갔고 고묵인들도 맥이 빠져 가버렸다.

새로 즉위한 한장제(漢章帝)는 대군이 지키던 서역 도호부도 격파되고 심지어 도호도 살해당하고 반초가 홀로 서역을 지키는 것을 감안해 서역을 포기하기로 작심하고 반초를 낙양으로 불러 들였다.

반초가 귀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륵국 전체가 놀라움에 빠졌고 한 때 구자국의 부림을 받던 비참한 과거를 떠올린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다. 호륵국의 도위(都尉) 여감(黎弇)은 슬픈 목소리로 반초에게 말했다.

“반 대인님이 가시면 소륵은 재차 불구덩이에 빠져 또다시 구자인들의 부림을 받게 됩니다. 대인님께서 떠나시는 걸 차마 볼 수가 없고 또 다시 구자의 노예가 되기 싫습니다!”

말을 마친 여감은 몸에 지녔던 칼로 스스로 목을 그었다. 비통한 심정의 반초는 몸 속의 피가 다 흘렀지만 두 눈은 여전히 뜨고 있는 소륵국의 도위를 품에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의 두 눈을 감겨 주었다.

하지만 황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반초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소륵국을 떠나 한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어전국을 경유하게 되었다. 어전국에서도 초상이 난 듯 도처에서 통곡소리가 들려왔다. 반초가 말을 타고 계속 길을 가는데 누군가 반초의 다리를 꽉 잡아서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반초가 말했다.

“나도 귀국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전국인이 말을 받았다.

“우리는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의지하듯 한나라 사신에 의지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낙양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버려진 어린아이가 됩니다. 어찌 그렇게 모질 수 있습니까?”

마음이 약해진 반초는 갑자기 애초에 붓을 던지고 무장이 되던 때가 떠올라 그때의 큰 뜻을 생각하며 결연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을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어전국인들은 그 말을 듣자 기뻐서 환호성을 터뜨리며 춤을 추기도 했다.

반초는 한나라 조정에 상소문을 올려 서역을 지킬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고 자신이 죽지만 않는다면 기필코 서역을 평정할 것이라 믿는다고 표시했다. 또 서역의 여러 나라가 대한(大漢)에 복속되기만 하면 흉노의 오른 팔을 잘라 버린 것과 같아서 선 황제와 천하를 위해 큰 공을 세울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반초는 상소문에서 처음으로 오랑캐에 의해 오랑캐를 다스리는 이이치이(以夷治夷)의 이념을 제출하고 다국가 군대 편성의 전략을 천명하면서 자신은 소부대만 있으면 둔전(屯田)정책에 의해 자급자족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조정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초의 상소문을 받은 한장제는 반초의 전략이 가능하고 큰 공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 아주 기뻤다. 한장제는 서간(徐干)을 대리 사마로 임명해 서역으로 가기를 원하는 병졸 1천명을 거느리고 서역으로 출발하게 했다.

그 사이에 반초는 벌써 소륵인과 강거(康居)인, 어전인, 구미(拘彌)인들로 구성된 1만 명 이상의 다국가 군대를 편성했다. 반초는 이 군대를 거느리고 고묵의 석성(石城)을 공격해 적군 7백의 목을 베어 고묵이 구자를 도와 소륵을 공격한 원수를 갚았다.

이 때 서간이 1천 명의 한나라 군사를 거느리고 도착했다. 한나라 군사 대부분은 죄를 감면하기 위한 범죄자들이었지만 사람을 잘 부리는 반초에게는 호랑이에게 날개 달린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거기다가 서간은 원래 반초와 뜻이 같은 벗이었기에 이번에 자원해서 반초를 도우러 왔다. 이역에서 만나 생사를 함께 하는 전우가 되고자 작심한 두 사람의 기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반초는 서간과 회고를 풀 사이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 급선무는 소륵 도위 번진(番辰)의 난을 평정하는 것이네. 내가 고묵을 공격하러 간 사이에 번진은 분수도 모르고 정변을 일으켜 소륵성을 점령했네. 우리는 먼저 번진을 멸해야 하네.”

서간은 반초의 말을 따랐고 두 사람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두 사람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서자 작전은 큰 성공을 거두어 반군 1천명을 베고 수 백 명을 생포했다.

서간이 말했다.

“우리 이 기세를 빌어 구자국에 쳐들어가 그 고집스러운 성을 점령하면 좋지 않은가?”

반초가 대답했다.

“구자국은 실력이 강해서 반드시 오손국의 병력을 빌어야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네.”

“오손국 왕이 자네 말을 듣겠는가?”

“전에 효무제(孝武帝) 께서 오손국과 연합해 양쪽에서 흉노를 공격하고자 강도(江都) 공주를 오손국 왕에게 시집 보냈고 선제(宣帝) 때에 이르러 오손국 군사의 도움을 받았네. 현재 오손국 왕의 아들이 장안에서 시자(侍子)로 있으니 조정에서 후한 선물을 가지고 위로 차 오손국 왕을 방문하면 그는 반드시 출병할 것이네.”

반초는 조정에 상소문을 올려 10만의 대군을 가진 오순국이 출병하기만 하면 구자국을 취할 수 있다며 후한 예물로 오손국 왕을 회유할 것을 제언했다. 한장제는 과연 반초의 제언을 받아 들여 반초를 장병장사(將兵長史)로 승진시키고 서간을 군사마(軍司馬)에 임명했으며 위후(衛侯) 이읍(李邑)을 파견하여 오손국 시자의 귀국을 호송하게 하고 많은 예물도 보냈다.

그런데 이읍은 겁이 많아 어전국에 이른 후 구자국이 소륵국을 공격한다는 말을 듣자 놀라서 그 자리에 눌러 앉았다. 그는 자신의 두려움에 구실을 만들어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고자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려 서역에 도시국가들이 너무 많고 상황이 너무 복잡해 서역의 여러 나라들을 한나라에 복속시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반초가 서역에서 하는 일도 없이 매일 집에서 아내와 아이하고만 즐기며 나라의 대사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헐뜯었다.

이 일을 안 반초는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애를 데리고 낙양으로 돌아가시오! 곧 전쟁이 일어나고 그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소. 언기(焉耆)국 인들이 도호 진목도 살해하는데 구자국 인들은 더 흉악해서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오.”

부인이 말했다.

“더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한나라로 돌아갈게요. 다른 사람들이 헐뜯어서 힘들어요?”

반고가 쓴 웃음을 지었다.

“증자(曾子)가 어디 살인범이오? 하지만 헐뜯는 사람이 많으면 모친도 놀라는 법이오. 어질기로 소문난 증자도 다른 사람들의 비방을 받아 내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야 더 말할 게 있겠소? 나를 헐뜯는 말들이 연이어 낙양에 전해지면 조정이 계속 나를 신뢰하기 아주 어려울 것이오. 그렇게 되면 나라의 큰 일도 이루지 못하고 심지어 목숨을 유지하기도 힘들거요!”

“알았어요. 우리 돌아갈게요.”

반초는 아내의 눈물 어린 눈과 슬픈 표정에 마음이 아팠으나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내와 아들을 낙양으로 돌려보냈다.

나라를 위한 반초의 일편단심을 잘 아는 한장제는 군대를 파견해 반초의 아내와 아들을 다시 서역으로 호송한 후 반초의 지시를 따르라고 이읍에게 명령했다. 이와 동시에 한장제는 이읍이 계속 서역에 남아서 일을 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반초가 결정하라고 별도로 명령을 내렸다. 반초는 이읍더러 오손국의 시자를 데리고 낙양으로 돌아가게 했다.

서간이 말했다.

“왜 이 나쁜 자식을 서역에 남겨두지 않는가? 그 자식의 생사가 자네 손에 달렸는데.”

“그가 나를 헐뜯기 때문에 그를 낙양으로 돌려보냈네. 나는 양심에 부끄럽지 않으니 그가 나를 비방한들 뭐 무서울 게 있겠는가? 복수하기 위해 그를 여기 남겨둔다면 그거야 말로 내 마음이 바늘귀만 하다는게 아니겠는가?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나라 위한 충신도 못 될 것이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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