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8 09:25:44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필승 편: 제4회 어렵게 전해진 활자인쇄술

(사진설명: 필승의 동상)

제4회 어렵게 전해진 활자인쇄술

침상에 누운 필승(畢昇)은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었다. 금방 피를 토한 그의 영혼은 곧 그의 몸을 떠날 듯 파르르 떨렸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제가 또 다시 그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자신의 종숙이 점토활자를 보더니 이상야릇하게 웃으며 말했다.

승아, 내가 너를 먹여주고 입혀주니 네가 발명한 모든 것은 당연히 내 것이다. 내일부터 나는 모든 조각공을 내보낼 것이다. 네가 식자를 책임지고 <대장경(大藏經)>을 인쇄하거라. 네가 1개월 안에 <대장경> 1만 부를 인쇄하면 너에게 3배의 품삯을 주겠다. 너의 일을 도와 줄 보조 두 명도 붙여주겠다. 하지만 대신 네가 나한테 약속 하나 해야겠다. 이 일은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너의 활자인쇄술을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활자 인쇄의 기술을 절대 외부에 알려서도 안 된다. 만약 우리 필씨 가문의 상업기밀을 누설한다면 네가 바로 우리 가문의 죄인이니 나는 가문의 규칙에 따라 너를 벌할 것이다…”

정신이 돌아온 필승은 “심(沈)나리 저택에서 일하는 것이 너에게는 더 어울리겠다. 심나리도 기상천외한 생각을 잘 하느니라”라고 하던 종숙의 말이 생각났다. 필승은 또 자신의 차남 소문(小文)과 심괄(沈括)의 조카 담(澹)이 한 때 한 스승을 모시고 공부한 동문임을 떠올렸다. 필승은 눈을 뜨고 아들 소문을 불렀다.

“심나리의 조카 담을 불러오거라. 할 말이 있다.”

소문이 머리를 끄덕이고 급히 달려갔다.

심담(沈澹)이 와서 낮은 목소리로 필승을 불렀다.

“아저씨,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내가 죽기 전에 너에게 부탁이 있다. 활자 인쇄술이 전파되지 못하니 나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겠구나. 네가 이 활자 인쇄술을 숙부인 심나리께 말씀 드려라. 심나리는 조정의 관리이시니 나의 이 기술을 사서에 기록해서 후세에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친 필승은 소문에게 말했다.

“상자 안에 둔 도기 활자를 담에게 넘기거라.”

소문이 필승의 말을 따라 도기 활자가 든 자루를 담에게 건네주었다.

묵직한 자루를 받아 든 담이 말했다.

“아저씨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아저씨 뜻을 숙부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저씨 잘 요양하세요. 건강하시기만 하면 뭐가 두렵겠어요? ”

“고맙다. 그 안에는 활자 인쇄의 공법과 과정에 관한 설명서, 그리고 접착제의 비방도 들어 있으니 절대 분실해서는 안 된다. 꼭 다 함께 심나리께 전해 드려야 한다.”

필승의 부탁에 담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고 자루를 메고 돌아가 그날 밤으로 숙부인 심괄에게 건넸다.

사후의 일을 다 처리한 필승은 더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그는 또 종숙인 필대인이 호랑이가 되어 뻘건 입을 벌리고 자신을 덮치는 악몽을 꾸었다. 깜짝 놀란 필승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 또 다시 피를 토하고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의 영혼은 한을 품은 채 한 줄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필승이 세상을 뜬 후 왕소전(王小錢)이 소문을 찾아 말했다.

“너의 부친은 평생을 인쇄에 바쳤는데 왜 교자(交子)를 인쇄해서 태우지 않느냐? 그러면 너의 부친이 저승에서 더는 고생하지 않을 텐데?”

소문은 소전에게 교자를 새겨달라고 부탁한 후 종이에 인쇄해서 작고한 부친에게 보내려고 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필승의 장남 필가(畢嘉)가 부친의 영구를 모시고 고향에 돌아갔고 동경의 번화함에 미련을 가진 소문은 왕소전을 스승으로 모시고 도장을 새기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었다. 소전이 소문에게 말했다.

“네가 너의 부친에게 보낸 위조 교자가 진짜와 같던데 우리 선지(宣紙)로 인쇄해서 진짜 돈으로 쓰면 좋지 않겠느냐?”

“하지만 그건 목이 날아날 큰 범죄에요.”

“‘말은 밤에 풀을 뜯지 않으면 살찌지 못하고 사람은 횡재하지 않으면 부자가 되기 힘들다’는 말이 있어. 우리 함께 한 탕 해서 큰 돈을 벌고 멀리 떠나자. 가령 잡혀 죽는다 해도 그러면 20년 후 다시 태어날 텐데 뭐가 무서워!”

소전의 말에 소문도 마음이 동해서 둘은 몰래 위조 교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소전은 위조 교자를 시장에서 몇 장 쓰자마자 곧 발각되어 개봉부(開封府)에 고발되었다. 조사결과 필씨네 집에서 위조 교자가 발견되어 왕씨 가문과 필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당했다.

그 소식이 필승의 고향인 회남로(淮南路) 필가포(畢家鋪)에 전해지자 필가는 그날 밤으로 모친을 모시고 심산 속으로 들어갔으며 필씨 가문의 자손들은 모두 전(田)씨나 방(方)씨로 개명해 그로부터 필가포에 필씨 성을 가진 사람이 없게 되었다.

한편 심괄은 필승이 남긴 도기 활자와 접착제에 관한 설명을 보고 또 활자인쇄의 공법과 과정을 자세히 연구한 후 필승이 발명한 활자 인쇄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나라의 대사라고 판단했다. 심괄이 필승의 활자 인쇄술을 조정에 보고해 전국적으로 보급하려는데 필씨 가문이 모두 참형을 당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 바람에 심괄은 필승의 활자 인쇄술을 홍보하려던 생각을 접고 노후에 강소(江蘇) 진강(鎭江)의 몽계원(夢溪園)에 은둔할 때에야 자신의 거작인 <몽계필담(夢溪筆談)>에 ‘경력(慶歷) 연간, 필승이라고 하는 백의(白衣)가 활자 인쇄를 위하여…’라고 이 일을 기록했다.

필승의 위대한 발명인 활자인쇄술은 심괄의 저서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졌기에 그로부터 세계가 공인하는, 중국의 문명사 중 가장 중요한 4대 발명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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