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1 09:36:14 출처:cri
편집:李仙玉

[조식 편-1] 재능을 지나치게 과시하다

(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조식)

詩의 대가 조식

“본래 한 뿌리에서 났거늘(本自同根生) 어찌 이리도 들볶는가 (相煎何太急)” 조식(曺植)의 <칠보시(七步詩)>에 나오는 이 구절은 역대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널리 전해지며 내분을 경계하는 잠언이 되었다.

동진(東晉)의 유명한 시인 사령운(謝靈雲)의 “이 세상에 재주가 한 섬이라면(天下才有一石) 조자건 혼자 그 중 여덟 말을 차지한다 (曺子建獨占八斗)”에서 유래한 사자성어 ‘재고팔두(才高八斗)’도 조식과 연관된다.

건안(建安) 문학 최고의 대표작가인 조식은 고대 중국 오언시(五言詩)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며 당(唐)나라의 이백(李白), 송(宋)나라의 소식(蘇軾)과 함께 고대 중국의 3대 시선(詩仙)이라 불리지만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음주를 제한하지 못한 성격에 황실의 내분으로 비운의 삶을 살았다.

시의 대가 조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재능을 지나치게 과시하다

최외(崔嵬)의 동작대(銅雀臺)가 완공되자 조조(曹操)는 아들들을 거느리고 동작대에 올랐다. 동작대에 오르니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멀리 보이는 경치도 아름다워 조조는 마음이 탁 트이고 기분이 좋아졌다.

“높은 곳에 올라 시를 읊는 것은 인생의 한가지 낙이다. 오늘은 시(詩)를 읊지 않고 마음껏 부(賦)를 짓자꾸나. 너희들은 각자 <등대부(登臺賦)>를 한 편씩 붙여 동작대를 칭송하거라. 서동들아, 붓과 먹을 준비하거라!”

조조의 말에 모두들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조식이 먼저 붓을 날리더니 첫 사람으로 <동작대부(銅雀臺賦)>를 지어 부친에게 올렸다. 조조는 아직 먹물도 마르지 않은 조식의 부 몇 줄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소리 높이 읊었다.

길게 흐르는 장수강에 임했음이여(臨漳水之長流兮)

저 멀리 동산에서 과일이 영그네(望園果之滋榮)

봄바람이 훈훈히 불어옴을 바라봄이여(仰春風之和穆兮)

온갖 새들이 구슬피 우네(廳白鳥之悲鳴)

하늘 높이 구름처럼 우뚝 솟아 있음이여(天雲坦其旣立兮)

집안이 바라는 대로 번창하리라(家愿得而獲逞)

어진 교화를 우주에 떨침이여(揚仁化於宇內兮)

모두 상경해서 공경을 다하겠네(盡肅恭於上京)

옛 환공과 문공의 번성함이여(惟桓文之爲盛兮)

어찌 성스러운 임금의 밝음에 견주리오(足方乎聖明)

훌륭하고 아름답도다(休矣美矣)

혜택을 멀리 떨치는구나(惠澤遠揚)

우리 황실을 도움이여(翼佐我皇家兮)

저 사방을 안녕케 하리라(寧彼四方)

천하의 운행을 고르게 함이여(同天地之規量兮)

일월의 빛과 나란히 하리라(齊日月之暉光)

영원히 높고 귀하여 끝이 없음이여(永貴尊而無極兮)

수명이 동쪽에 돋는 해와 같으리라(等年壽於東王)

조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칭찬했다.

“절묘하다! 이처럼 훌륭한 부를 일필휘지로 마치다니! 식아, 사전에 누구를 시켜서 쓴 건 아니냐?”

조식은 급히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아버님께 아룁니다. 소자 입만 열면 문장이오 붓만 들면 글인데 대필할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조조가 웃었다.

“내 아들 말고 누가 이토록 화려한 부를 쓸 수 있겠느냐? 상여(相如)가 다시 태어나지 않고 평자(平子)가 이 세상에 없는 한.”

조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상림부(上林賦)>도, 장평자(張平子)의 <귀전부(歸田賦)>도 모두 읽었습니다만 그렇게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자신의 재능이 조식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인해 속상해 하던 조비가 외쳤다.

“식아! 제멋대로 굴지 마! 부친 앞에서 이런 미친 말을 하다니! 사마상여와 장평자가 아직 살아 있다면 설마 그들과 겨루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조조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비야, 네가 왜 화를 내고 그러느냐? 네 동생을 우습게 보지 말거라. 네 동생이 나이는 열아홉이지만 문장은 옛 사람들보다 못지 않다!”

조조의 말에 조비는 내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조비는 조식이 부친의 총애를 받아 부친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이토록 화를 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비는 조식의 마음 속에 그럴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식은 성격이 그토록 솔직하고 상냥하며 생활이 그토록 자유분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위엄과 예의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화려함과 부귀도 추구하지 않았다.

조조가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을 떠나면서 그의 부하들과 아들들이 배웅에 나섰다. 부친이 자신의 오언시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조식이 부친을 배웅하면서 자신의 신작인 <백마편(白馬篇)>을 소리 높이 낭송했다.

황금색 굴레의 백마를 타고(白馬飾金羈)

서쪽으로 출정을 떠나네(連翩西北馳)

누구네 아들이냐 물으니(借問誰家子)

변경으로 향한 협객이라 하네(幽幷幽俠兒)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少小去鄕邑)

변경에 가서 공을 세우네(揚聲沙漠垂)

활과 궁노 손에서 놓은 적 없고(宿昔秉良弓)

고된 훈련으로 기예를 연마했네(矢何蔘差)

시위를 힘껏 당겼다가 활을 쏘니(控弦破左的)

화살마다 모두 목표를 명중하네(右發月支)

말 달리며 오랑캐를 쏘고(仰手接飛)

몸 돌려 과녁을 맞히네(俯身散馬蹄)

민첩하기는 원숭이보다 낫고(狡捷過猿)

용맹하기는 표범과도 같네(勇剽若豹)

변경의 급보가 전해져(邊城多警急)

침략자들이 번마다 범한다네(虜騎數遷移)

급보가 북방에서 전해지자(羽檄從北來)

협객은 군마에 올라 떠나네(歷馬登高堤)

대군과 함께 흉노를 평정하고(長驅蹈匈奴)

방향을 돌려 선비를 추격하네(左顧凌鮮卑)

전장에서 칼과 검이 숲을 이루어도(棄身鋒刃端)

어찌 안위를 마음에 두랴(性命安可懷)

부모에게도 효도하지 못하니(父母且不顧)

아내와 자식이야 더 말할 것 있으랴(何言子與妻)

이름이 전사 명부에 올랐으니(名編壯士籍)

사적인 이익은 벌써 잊었네(不得中顧私)

나라 위해 이 한 몸 바치리니(捐軀赴國難)

죽는다 해도 고향에 돌아온 듯 하리(視死忽如歸)

조비는 조식이 격정에 넘쳐 시를 읊고 부친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듣는 것을 보고 화도 나고 마음도 급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때 그의 참모인 오질(吳質)이 조용히 다가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재능을 펼칠 때가 아닙니다. 부친이 출정을 떠나는데 아들로써 눈물을 흘리며 걱정하면 됩니다.”

그 말에 조비는 갑자기 깨닫고 당장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조조가 관심조로 물었다.

“비야, 왜 그러느냐?”

조비가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몸소 출정하시니 소자 갑자기 너무 걱정돼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조비는 대답하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고 흐느꼈다. 그 광경을 본 조조는 크게 감동을 느끼는 한편 탄식했다.

“내 아들 효심이 지극하구나. 업성(邺城)을 잘 지키고 모친을 잘 보살피거라. 다음에는 너도 같이 가자.”

그때까지도 시정에 빠져 자신을 희생하고 나라를 위해 적과 싸우는 애국의 격정으로 넘치던 조식은 둘째 형의 세리머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바보스럽게 조조에게 물었다.

“이 <백마편>을 잘 썼습니까? 전에 썼던 오언시보다 나은가요?”

조조는 조식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비가 나를 가슴 아파하는구나. 식은 재능은 뛰어나나 정이 없다. 후계자는 그래도 비를 세우는 것이 좋겠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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