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3 09:43:17 출처:cri
편집:李仙玉

[조식 편-3] <칠보시>와 <낙신부>를 짓다

(사진설명: 칠보시를 짓는 조식)

제3회 <칠보시>와 <낙신부>를 짓다

조비는 한헌제(漢獻帝)로부터 선양 받아 황제가 된 후 낙양(洛陽)에 도읍을 정했다. 그는 제후로 책봉된 동생들은 모두 자신의 임지로 내려가라는 어명을 내렸다. 물론 조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식을 감독하는 사자 관균(灌均)이 황제에게 보고했다.

“임치후는 매일 술에 취해 제멋대로 나쁜 짓을 하고 또 사자를 위협합니다.”

조식이 낙양으로 끌려왔다. 태후(太后)가 조식의 죄를 묻지 말라고 황제에게 요구한 것으로 인해 마음 속에 원한이 쌓인 조비는 이 기회에 조식의 기를 꺾어놓으려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너는 재능이 출중하지 않느냐? 너는 문학적 구상이 뛰어나지 않느냐? 그렇다면 일곱 걸음 안에 시 한 수를 지으라. 그러면 너의 죽을 죄를 면해주겠다.”

조식은 첫 발자국을 내딛자 시운을 떼며 한 걸음에 한 구절씩 지어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를 지었다.

콩을 삶아 죽을 만들고(煮豆持作羹)

건지를 걸러 콩국 만드네(叔以爲汁)

콩대는 솥 밑에서 불타고(箕在釜下燃)

콩은 솥 안에서 우는구나(豆在釜中泣)

본래 한 뿌리에서 났거늘(本自同根生)

어찌 이리도 들볶는가(相煎何太急)?

조식이 읊는 시를 들은 조비는 미안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

“너와 나는 한 어머니가 낳은 형제이다. 내가 이 세상에 용납하지 못할 것이 어찌 있겠느냐? 하물며 친 동생을 용서하지 못하겠느냐? 혈육간의 정을 버릴 수 없어 너를 죽이지는 않겠다만 죄값은 치러야 한다. 너의 작위를 낮추는 것으로 너를 징계하겠다.”

조비는 조식의 제후를 안향후(安鄕侯)로 강등시켰다.

조식이 막 낙양을 떠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황제가 둘째 형수 견씨에게 죽음을 하사했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조식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있더니 곧 대성통곡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조비, 너 이 악독한 황제야! 이 세상에 용납하지 못할 것이 없다며? 무엇 때문에 너를 위해 아들딸을 낳아준 둘째 형수를 용납하지 못하는거냐?”

조식은 이 일이 곽(郭) 황후가 헐뜯었기 때문이고 더욱이 조비가 의도적으로 만든 일임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태후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간다는 핑계로 슬픔과 분노를 안고 입궐했다.

조식은 태후를 보자 말했다.

“마마, 둘째 형은 황제가 되고 나서 왜 이렇게 마음이 독해졌습니까? 둘째 형수에게 죽음을 내리다니요! 그를 찾아가서 따져야 하겠습니다!”

태후가 급히 말렸다.

“너 죽고 싶은 거냐? 그는 황제야. 지금 화가 나 있고, 누구든지 그를 만나면 모두 죽는 길밖에 없어. 하물며 너는 더!”

“제가 왜요? 제가 어때서요? 제가 제일로 죽어 마땅합니까? 지금 그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가 저를 죽으라고 하면 당장 죽겠습니다! 이렇게 살 바엔 오히려 죽는 편이 더 후련하겠습니다!”

눈에 뵈는 게 없는 조식이 조비를 막 찾아가려고 하는데 내시가 외쳤다.

“황제폐하 납시오!”

내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조비가 걸어 들어와 태후에게 인사했다.

“마마께 문안 드립니다.”

그리고 조비는 머리를 돌려 조식을 보고 말했다.

“너는 왜 아직도 돌아가지 않았느냐?”

조비의 물음에 태후가 급히 대답했다.

“식은 나에게 작별인사 하러 왔다.”

조비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안다.”

“네가 한 일이니 당연히 알겠지. 그럼 물어보자. 둘째 형수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느냐? 죽어야 마땅한 죄를 지은 거냐!”

금방 주선(周宣)에게 몇 가지를 물은 조비는 견씨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조식이 그렇게 밉지도 않았으나 마음 속의 그 고통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 대한 원망을 시로 써서 분풀이를 했다. 죽어 마땅하지 않느냐?”

조비의 말에 조식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그녀가 시 한 수를 썼다고 해서 죽어야 한다면 나는 백 번도 더 죽어야 하는 목숨이다! 빨리 나에게도 죽음을 내려라!”

태후가 끼어 들었다.

“식아, 너 무슨 허튼 소리를 치는 거니? 얼른 돌아가!”

조비가 말했다.

“꿈도 꾸지 마라. 나는 너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조식이 깜짝 놀라 물었다.

“뭐? 선물?”

조비가 내시에게 분부했다.

“하얀 보자기를 가져오거라. 업성에서 가져온 건데 그 속에 베개가 있다.”

내시가 나가자 조비는 조식에게 계속 말했다.

“네 둘째 형수의 베개다. 기념으로 너에게 주마.”

조식은 더욱 놀랐다.

“무슨 뜻이냐?”

“무슨 뜻인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에게 줄 선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는 이미 죽었다. 그러니 우리 더는 서로를 원망하지 말자. 너를 견성왕(鄄城王)으로 고쳐 책봉하고 식읍(食邑) 5백 가구를 더 주마.”

뜻밖의 기쁜 일에 태후가 말했다.

“식아, 얼른 감사하게 받거라!”

조식은 영문을 모르면서도 무릎을 꿇고 사은을 표시했다.

내시의 손에서 베개를 받아 든 조식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말했다.

“그 때 나는 어렸고 둘째 형수는 나를 참 잘 대해주었지. 그는 내가 높은 베개를 좋아하는걸 아셨어. 그러니 이 베개는 내가 기념으로 남겨야 마땅해.”

조식의 말에 또 다시 안색이 어두워진 조비는 말없이 휙 나가버렸다.

그날 저녁 베개를 안고 잠든 조식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는 꿈속에서 낙수(洛水) 강 기슭을 거닐고 있었다. 그 때 아름다운 선녀가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나풀나풀 날아 내려 강물의 물결을 타고 다가왔다. 조식이 놀라서 물었다.

“둘째 형수님이세요?”

선녀가 대답했다.

“나는 낙수강의 신이 되었으니 그대들은 내 걱정을 하지 말거라”.

조식이 선녀를 향해 날아가려 했으나 낙수강이 둘 사이를 가로 막아 다가갈 수 없었다. 조식이 실망해서 멍하니 있는 사이에 그 낙하신은 갑자기 수중으로 가라 앉았다.

임지로 돌아간 조식은 눈물을 머금고 <감견부(感甄賦)>를 썼다. 둘째 형수에 대한 자신의 깊은 정을 깡그리 쏟아 부은 조식의 이 부는 후세에 널리 전해졌고 그 중 많은 구절은 사자성어가 되기도 했다. 견씨의 아들이 황제가 된 후 그는 사람들이 <감견부>의 견(甄)자에 대해 불필요한 상상을 할 것을 우려해 <낙신부(洛神賦)>로 이름을 바꿨다.

천고에 길이 전해지는 그 미묘한 시를 읽고 가자.


내가 알려 일렀다(余告之曰). 그 모양은(其形也) 놀란 거리기처럼 날래고(翩若驚鴻) 노니는 용처럼 아리땁고(婉弱遊龍) 풍성한 눈부심은 가을국화 같고(榮曜秋菊) 반짝이는 무성함은 봄 소나무 같다(華茂春松). 닮았구나 옅은 구름에 감춰진 달처럼(彷佛兮若輕雲之蔽月) 표표하구나 산들바람에 돌아드는 눈처럼(飄飄兮若流風之回雪). 멀리서 보니(遠而望之) 밝기는 태양이 아침 노을 위로 오르는 듯(皎若太陽昇朝霞), 가까이 살피니(迫而察之) 피어나는 빛은 연꽃이 맑은 물결 위로 나오는 듯 하다(灼若芙出綠波). 풍만한 가냘픔은 꽉 차게 맞고(襛纖得衷) 다듬은 작은 키는 섭리에 맞다(修短合度). 어깨는 깎은 듯(肩若削成), 허리는 질박하게 묶은 듯(腰如約素). 솟은 목 아리따운 목덜미(延頸秀項) 눈부신 흰빛으로 들어난다(皓質呈露). 향긋한 기름도 더하지 않았고(芳澤舞加) 화려한 분도 바르지 않았다(鉛華弗禦). 구름머리 높디높고(雲髻峨峨) 다듬은 눈썹 나란히 날렵하다(修眉聯娟). 입술은 붉게 맑고(丹脣外朗) 이는 하얗게 깨끗하다(皓齒內鮮). 밝은 눈동자는 착하게 살피는데(明眸善) 볼은 보조개로 어여쁘고(輔承權) 곱게 빼어난 아름다운 맵시(姿艶逸) 움직이고 멈춤에 몸은 고요하다(儀靜體閑). 부드러운 마음 너그럽게 드러나고(柔情綽態), 어여쁨이 배인 말투(媚於語言), 기이한 옷은 세상에서 멀고(奇服曠世) 골상은 그림에나 있을 듯 하다(骨像應圖). 비단옷을 걸친 눈부심(披羅衣之粲兮), 귀고리, 옥, 벽의 화려한 패물(珥瑤碧之華), 금과 비취를 올린 머리 장식(戴金翠之首飾), 밝은 구슬을 꿰어 몸을 빛낸다(綴明珠以耀軀). 꽃무늬 신발을 신고(踐遠遊之文) 부들한 명주 가벼운 치마를 끈다(曳霧銷之輕). 흐르는 희미한 난초의 향이여(微幽蘭之芳藹兮) 산모퉁이에서 머뭇거린다(步踟蹰於山隅)

<낙신부>의 이 한 부분에서만도 놀라서 날아 오르는 기러기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말하는 편약경홍(翩若驚鴻), 노니는 용처럼 날렵한 모습을 말하는 완약유룡(婉弱遊龍), 산들바람에 날리는 눈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말하는 유풍회설(流風回雪), 푸른 물 속에서 나오는 연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말하는 하출녹파(荷出綠波), 아침 노을 위로 비추는 밝은 태양처럼 밝은 모습을 말하는 일영조하(日映朝霞), 어질고 밝은 눈동자를 말하는 명모선래(明眸善睐), 아름답고 단아한 자세를 말하는 의정체한(儀靜體閑) 등 사람들이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자성어들이 많이 나왔다. 

이로부터라도 <낙신부>는 중국에서 가장 미묘한 부(賦)임을 알 수 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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