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08:29:21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송자 편: 제3회 검시로 억울함을 풀어주다

제3회 검시로 억울함을 풀어주다

송자(宋慈)는 또 다시 강서(江西) 감주(贛州)로 부임되었다. 이번에는 강서의 제점형옥(提點刑獄) 겸 지주(知州)를 맡았다. 어깨에 중임을 짊어진 그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로 역시 소금문제를 정했다.

농한기가 되면 현지의 소금 판매업자들은 무장으로 소금을 수송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소금을 지키기 위해서만 무기를 든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소금을 수송하는 도중 수중에 장악한 무기를 이용해 지나가는 행상을 약탈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적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을 ‘염자(鹽子)’라 부르며 그들을 멀리 했다. 하지만 나약한 선비가 아니라 지략과 용맹을 모두 갖춘 행동파인 송자가 그것을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송자는 무기를 소지한 순찰대를 구성했다. 순찰대는 혹은 오솔길을 순찰하고 혹은 편벽한 곳에 매복했다가 염자들이 강탈행동을 시작하기만 하면 즉시 그들을 제압해 죽은 자는 지옥에 보내고 산 자는 감방으로 끌어갔다. 그 바람에 염자들이 더는 강탈을 일삼지 못했고 그러자 복건(福建)과 강서, 절강(浙江)의 도로가 안전하고 거침이 없게 되었다.

어느 날, 송자는 조정의 동문 명령을 받았다. 송자의 방법을 배워 염자들을 단속하고 도로의 원활함을 유지하라고 복건과 절강, 강서의 관리들에게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송자는 약주 몇 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몽롱한 가운데 나는 홍의녀가 눈물을 흘리며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관아에 가서 고소하라고 말해도 그 여인은 머리만 절레절레 흔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깃을 휘저으며 둥둥 떠서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나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듯 해서 나는 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 흑송림(黑松林)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곳의 흑송은 이상한 모양으로 자라고 있었다. 석자 되는 곳에서 가지가 둘로 나뉘어 마치 거꾸로 쓴 사람 인(人)자 모양이었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여인이 갑자기 내 눈앞에 얼굴을 갖다 댔다. 새하얀 백골이었다

송자는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다. 그는 홍의녀의 억울한 영혼이 자신에게 피해장소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송자는 이름 그대로 자비로운 사람이라 꿈속에서 본 그 홍의녀가 너무 슬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샜다.

날이 밝자 송자는 현지 출신의 부하 나(羅)씨를 불러 물었다.

“성 밖 어디에 흑송림이 있느냐?”

“서쪽에 딱 하나 있습니다.”

“좋다. 그 곳으로 가겠다. 좀 있다 안내하라.”

말을 마친 송자는 먼저 몇 년 간 실종된 여인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결과 유일하게 실종 중인 한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감주성의 서쪽 교외에서 멀지 않은 나가장(羅家庄) 나씨 가문의 며느리였다. 나씨 며느리는 3년 전에 남편과 다투고 홀로 친정으로 간다고 집을 나갔는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며 그녀의 친정에서는 그녀가 종래로 돌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조식을 마치자 송자는 몇몇 부하와 오작(仵作)을 거느리고 서쪽 교외의 흑송림으로 갔다. 흑송림에 이르자 과연 송자가 꿈에 본 거꾸로 된 사람 인(人)자 모양의 흑송이 있었다. 송자는 그 흑송의 주변에서 새하얀 유골을 발견했다. 송자는 해골을 거두라고 명했다.

유골을 거두어 관아로 돌아온 오작은 유골을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인체의 구조에 따라 노끈으로 꿰매서 대자리에 펴서 말렸다. 그 동안 송자는 밖에 길이 5자, 너비 2자, 깊이 2자의 구덩이를 파고 불을 지펴 나무가 시뻘겋게 타오를 때 불을 끄고 그 위에 술과 식초를 부었다. 구덩이에서 열기가 안개처럼 뿜어 오를 때 유골을 그 위에 펴고 돗자리를 덮어 네 시간 동안 유골을 쪘다.

구덩이의 불이 다 식자 송자는 돗자리를 거두고 유골을 꺼내서 햇빛이 잘 드는 쪽에 펴고 붉은 종이 우산을 들고 뼈를 살펴보았다. 송자는 유골의 두개골에 붉은 색의 출혈 흔적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이는 피해자가 생전에 머리를 다쳐 죽었다는 것을 말한다.

송자는 피해자의 가족을 관아에 불렀다. 송자는 먼저 피해자의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당신 며느리가 실종되던 그 날 빨간 색의 옷을 입은 거 맞는가?”

노파가 놀라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나리께서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송자는 그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이번에는 피해자의 남편인 나산(羅山)에게 물었다.

“네가 부부싸움 중에 홧김에 무거운 물건을 던져 실수로 네 아내를 때려죽이지 않았느냐?”

나산이 대경실색해서 말했다.

“아내가 친정으로 가려면 반드시 흑송림을 지나야 합니다. 누가 내 아내를 거기서 때려 죽였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유골을 흑송림에서 찾았다는 것을 너는 어떻게 아느냐?”

나산이 우물우물 되물었다.

“그럼 그 유골이 저의 아내라는 것은 어떻게 아십니까?”

“너희 부부에게 아들이 있지 않느냐? 두 사람의 피로 혈연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 네 아들의 핏방울을 유골에 떨구어 그 피가 유골에 스며들면 그 여인은 네 아들의 친모이다.”

나산의 아들은 올해 네 살이었다. 송자는 나산 아들의 손가락에서 피 세 방울을 유골에 떨구었다. 과연 피는 유골 속으로 스며들었다.

“누구의 피든 다 스며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산의 변명에 송자가 말했다.

“그럼 네 모친의 핏방울이 스며드는지 보자. 혈연관계가 없는 피는 유골에 스며들지 않는다.”

송자는 나씨 노파의 손가락을 찔러 피 세 방울을 유골 위에 떨구었다. 노파의 피는 유골에 스며든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더는 변명의 여지가 없자 나산이 털썩 꿇어 앉아 자백했다.

“나리,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저는 제 아내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홧김에 옆에 있던 저울추를 던졌는데 제 아내가 머리를 맞아 죽었습니다. 실수입니다. 관아에서 죄를 추궁할까 두려워 어둠을 타서 아내의 시체를 흑송림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제 아내가 실종되었다고 관아에 신고했습니다.”

송자는 놀라운 검시방법으로 몇 해전의 억울한 사건을 해결해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고 살인자에게 벌을 주었다. 모두들 송자를 신인(神人)이라고 치하하자 송자가 말했다.

“사람의 생명은 하늘보다 중하다.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은 내가 마땅히 할 일이다.”

현대 법의학의 시각에서 보면 송자의 가장 위대한 점은 햇빛아래 붉은 종이 우산을 들고 유골을 검시해 피해자 생전의 상처를 드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법의사들이 자외선으로 유골의 뼈에 있는 상처를 보아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또 핏방울을 유골에 떨구어 혈연관계를 알아낸 것은 현대 혈청 검사법의 맹아라 할 수 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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