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탈출, 그리고 사형
하늘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이 뚫린 듯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화타는 침상에 누워 어둠 속에서 사색에 잠겼다.
“위 왕의 병을 치료하면 벼슬길에 오를 기회가 있어서 평생 공부한 것도 헛되지 않고 더는 사람들로부터 하찮은 의사로 여겨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술이 아무리 높아도 위 왕의 눈에서 나는 어디 내놓을 인물이 아니라 그냥 떠돌이 의사일 뿐이구나. 아, 지금 나는 위 왕의 노예가 되었으니 새가 조롱에 갇힌 듯, 호랑이가 함정에 빠진 듯 하구나! 여기서 조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은 세상을 떠돌면서 의술로 사람을 구하는 일보다도 더 못하구나. 떠돌이 의사는 그나마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세상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데 노예는 조씨 가문의 사람들만 위해야 하니…좋은 관리가 되지 못할 바엔 좋은 의사나 되자. 이번 생에 벼슬은 물 건너갔으니 끝까지 좋은 의사로 살자! 반드시 이 함정과 이 조롱에서 벗어날 핑계를 찾아야 하겠다.”
날이 희부옇게 밝아오자 화타는 집사를 통해 조조에게 아뢰었다.
“오래 전에 집을 떠난 지라 집 사람이 병환에 걸렸다는 서신을 받았습니다. 말미를 청합니다.”
조조가 허락했다.
“그럼 집에 갔다 오거라!”
화타는 날듯이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이른 화타는 하루 하루 시간이 흘러도 더는 위왕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아내의 병세가 심각하다는 핑계로 계속 말미를 늘렸다. 조조가 수차 사람을 보내 빨리 위왕부로 돌아오라고 해도 화타는 들은 체 만 체했고 조조의 명을 받은 지방 관리가 찾아와도 화타는 자신의 명성에 조조가 감히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여전히 조조의 명령을 무시했다.
보고를 받은 조조가 대로해서 명령을 내렸다.
“현령(縣令)이 직접 가서 점검하라. 화타의 아내가 정말로 큰 병에 걸렸으면 말미를 더 주고 화타가 거짓말로 속인 것이라면 당장 그를 잡아다가 관아에 맡겨 죄를 물어라.”
결과 거짓말로 위 왕을 속인 것이 밝혀져 화타는 감방에 갇히게 되었고 자신의 죄를 일일이 다 인정했다. 관아를 속이고 위 왕의 부름을 거절한 것은 당시의 법률에 근거하면 대불경(大不敬) 죄에 속해 참수형을 받아야 했다.
위 왕의 모사 순욱(荀彧)이 조조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인재를 아끼시고 현자를 존중하지 않으십니까? 화타는 얻기 힘든 인재입니다. 그의 의술은 이 세상에서 보기 드뭅니다. 그리고 생명이 달린 일인데 잘 생각하셔서 한 번 만 그를 용서하십시오!”
조조가 대꾸했다.
“그가 무슨 인재란 말이오? 떠돌이 의사도 인재라고? 걱정하지 마시오. 백정이 죽었다고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겠소? 화타가 죽는다고 설마 이 세상에서 그런 쥐새끼 같은 놈을 더 찾지 못하겠소?”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왕을 위해 다시 한 번 생각하십시오. 대왕의 두통이 발작할까 두렵지 않으십니까?”
“다른 사람은 화타의 속마음을 몰라도 나는 잘 알고 있소. 이 소인배는 내 병의 근원을 뽑을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통증만 제거해서 내가 시시로 그에게 부탁을 해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 하고 있소. 또 나의 두통 병을 이용해 큰 벼슬을 요구하고 있소. 하지만 화타의 성격으로 봐서 그는 떠돌이 의사는 할 수 있어도 벼슬은 할 수 없소. 화타가 스스로 말하지 않으니 나도 그냥 모른 체 할 뿐이오. 하하하!”
“그렇다면 더더욱 그를 살려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이 소인배를 죽이지 않는다면 그도 나의 두통 병을 치료하지 않을 것이오. 내가 무엇 때문에 그의 공갈을 참아야 한다는 말이오? 하물며 그는 죽을 죄를 지었는데 내가 어찌 법을 어기고 그를 살려 줄 수 있겠소?”
조조는 끝까지 화타를 용서하지 않았다.
화타는 자신이 죽음에 임박한 것을 알았다. 자신의 의술이 자신을 벼슬길로 인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에로 몰아 넣자 화타는 후회막급이었다! 그는 자신이 평생의 심혈을 기울려 쓴 의서를 꺼내 들었다. 의서를 불에 태우려니 아쉬워 옥졸을 불러 말했다.
“이것은 내가 의사로 있으면서 얻은 경험을 적은 의서요. 이 의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으니 그대에게 선물하리다.”
하지만 옥졸은 화타의 의서를 받지 않았다.
“당신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당신 스스로는 구하지 못하는 군요. 저는 두 번째 화타가 될 생각이 없으니 의서가 저한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화타는 옥졸이 자신의 의서를 받지 않고 또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쓴 웃음을 지었다.
“좋소. 그럼 불을 좀 가져다 주시오. 이것들을 다 태워버리겠소!”
화타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평생의 심혈을 불에 태워 버렸다.
화타가 죽었다. 그리고 조충의 병이 발작했다. 병을 치료할 신의가 죽은 뒤라 조충은 졸도한 후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조조는 사랑하는 아들의 요절에 눈물을 흘리며 탄식했다.
“화타를 죽이지 말았어야 하는데, 너무 후회스럽구나. 지금은 그냥 눈을 뻔히 뜨고 충이 화타를 따라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구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조도 두통 병이 발작해 화타와 충의 뒤를 따라갔다. 조조는 화타를 죽인 쓴 열매를 곧 맛 본 것이다.
번역/편집: 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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