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09:06:34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황도파 편: 제2회 홀몸으로 바다를 건너다

(사진설명: 황도파와 그녀가 발명한 물레)

제2회 홀몸으로 바다를 건너다

쌍돛배가 오송구(吳淞口)를 나서자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배는 돛을 활짝 폈다. 범선은 바람을 빌어 파도를 가르며 살같이 바다를 달렸다.

선주는 갑자기 짐칸에서 한 처녀가 불쑥 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물었다.

“너는 누구냐? 왜 몰래 내 상선에 올랐어? 이 배는 천애해각(天涯海角)으로 가는 배야!”

그 처녀가 바로 18살의 아황이었다. 아황은 선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는 아황이라고 합니다. 민며느리인데요 남편이 이제 겨우 여덟 살이에요. 시어머니가 매일 죽도록 일만 시키고 때리기까지 해서 정말로 살 길이 없어요. 저를 천애해각까지 데려다 주세요! 가는 동안 이 배의 허드렛일은 제가 다 도맡을게요.”

선주가 생각했다.

“배에는 여자가 할 일이 적지 않으니 그것도 괜찮겠다. 이 애가 그렇게 힘들게 산다는데 도와주면 사람 목숨 하나 구하는 셈이니 복을 짓는 일이겠다.”

선주가 미소를 지었다.

“바다에는 태풍이 있는데 무섭지 않느냐?”

“복이 그렇게 많으신 선주님도 태풍을 두려워하지 않으시는데요 뭘. 저는 그렇게 귀하지 않아요. 또 바다에서 죽는다 해도 시달려 죽는 것보다 나아요.”

“그렇다면 일어나거라! 한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이 7층 불탑을 쌓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으니. 그런데 이제부터 이 배에서 밥 짓고 빨래하는 일은 모두 네가 도맡아야 한다.”

그로부터 아황은 숙식을 해결하는 대가로 선주와 선원들의 옷을 빨고 하루 세끼 밥을 지었다. 다행히 상선이 해안선을 따라 가면서 식량과 담수를 보충하기 위해 가끔 부두에 정박하는 바람에 아황은 그 동안 육지에 오를 수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시일이 좀 흐르자 아황은 선주에게 대담한 질문을 했다.

“송강부(松江府)에 싣고 간 길패면포(吉貝綿布)를 어디서 샀나요?”

“그건 왜 묻느냐?”

“제가 천애해각에 가고자 한 것은 실을 뽑고 천을 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예요. 안 그러면 왜 범의 굴에서 나와 나와 바다 건너 멀리 가려고 하겠어요? 이 곳을 떠야 저의 시부모님이 저를 찾지 못할거예요.”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이렇게 큰 뜻을 가지고 있다니. 어린 처녀애가 대단하구나. 좋다. 알려주마. 이런 길패는 애주(崖州)에 많단다. 그 곳에는 목화가 많이 나고 여(黎)족인들이 천도 잘 짜서 말이다. 나도 그 곳에 가서 면포를 구입하면 돈은 많이 벌지만 애주로 가려면 풍랑이 거센 바다를 건너야 하기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단다.”

선주의 말에 아황이 웃으며 대답했다.

“선주님께서 돈을 버시고 제가 재주를 배우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죠.”

“나는 바다에 익숙하니 괜찮은데, 이제 너는 고생 좀 할 것 같다.”

“무슨 고생이요?”

“네가 말을 모르는데 무슨 기법을 배운다는 말이냐? 그 곳에서 네가 살아만 남아도 대단한거지.”

“말을 배우는 거야 뭐가 어려워요? 두렵지 않아요. 사람들이 웃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하게 여족인들과 자꾸 대화하면 그들의 말을 빨리 배울 수 있어요.”

“하긴 그럴 것이다. 많이 듣고 많이 말하면 빨리 배울 수 있지. 너는 이제 열 여덟 살이니 더 빨리 배울거다. 참, 또 하나, 애주에는 모기가 많아서 사람이 물려 죽을 수도 있어.”

아황은 이번에는 소리 내서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큰 인간이 설마 그렇게 작은 모기를 두려워하겠어요? 여족인들이 사는 곳이니 저도 살아 남을 수 있을거예요.”

선주가 대견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철이 들었으니 너는 꼭 재능을 배울수 있을거다.”

아황은 다행이 마음씨 착한 선주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에게 마냥 행운이 따르지는 않았다. 애주로 가려면 경주해협(琼州海峽)을 횡단해야 하는데 바다에서 태풍을 만나 배는 점성(占城)으로 흘러갔다. 점성은 오늘의 베트남을 말한다. 풍랑이 잦아든 후 배는 다시 육지를 떠나 바다에서 십여 일 동안 헤매다가 애주에 이르렀고 뱃멀미로 기진맥진한 아황도 끝내 애주의 뭍에 올랐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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