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09:09:48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황도파 편: 제3회 방적·방직의 달인이 되다

(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황도파와 물레)

제3회 방적·방직의 달인이 되다

햇빛은 눈부시고 바다에는 푸른 파도 넘실거렸으며 반달 모양의 황금색 백사장이 바닷가에 고요하게 펼쳐져 있었다. 야자수가 미풍에 한들거리고 파초가 숲을 이루며 바다와 야자나무 숲 사이에는 아담한 초가집이 그림 같았다. 이국적인 아름다운 열대 나라의 풍경에 아황은 놀랍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수중에 돈 한 푼 없고 지인 한 명 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 아황이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멀지 않은 초가집 앞에서 도사 모양의 한 여인이 마당을 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황은 한달음에 달려가 인사하고 공손하게 물었다.

“도사님 여쭙겠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입도(入道)하고자 하니 받아 주시겠습니까? 이 곳에서 빨래하고 밥 짓고 하는 것으로 몸 둘 거처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 여도사가 아황을 아래위로 훑어 보니 생김새가 단아하고 체구가 단단했으며 입은 옷은 남루해도 하얗게 바랠 정도로 깨끗해서 첫 눈에 마음에 들었다. 아황이 간난신고 끝에 천애해각으로 온 사연을 들은 여도사가 입을 열었다.

“네가 입도하면 바로 도우(道友)가 되니 지금부터 우리는 동문 자매이다! 내가 너보다 몇 살 더 먹었으니 묘현(妙玄) 자매라고 불러라. 그런데 너는 도명(道名)을 지을 생각이 없느냐?”

아황이 대답했다.

“아직 입도전이니 어떻게 지을지 모르겠습니다. 묘현자매님께서는 저를 아황이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몸 둘 곳을 마련한 아황은 초가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곳곳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묘현은 기분이 좋았다. 사원의 주지 도사인 묘운선사(妙韵仙師) 선서(仙逝)후 함께 할 짝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아황이 하늘에서 내린 듯 불쑥 나타났으니 말이다. 묘운선사가 아황을 보낸 것이라 생각하니 묘현은 기분이 더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묘현은 야외에 나가서 산나물과 열매를 따가지고 피곤한 몸을 끌고 돌아왔다. 아황은 그 김에 말문을 열었다.

“사원의 소득이 얼마 없어서 자매님께서 너무 고생이 많으십니다. 거기다 저까지 와서 이제부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제가 실을 뽑고 천을 짤 줄 아니 여족인들에게서 기술을 배워 길패면포를 짜면 소득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황의 말에 묘현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날부터 아황은 여족인들로부터 방적과 방직을 배우기 시작했다. 원래 방적과 방직의 달인이었던 아황은 목화씨를 빼고 솜을 타며 실을 뽑고 천을 짜는 여족인들의 공법이 고향에 비해 훨씬 더 선진적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매일 여족인들의 방적과 방직기법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익힌 아황은 여족인들의 방직기법의 오묘함을 금방 장악하고 길패를 짤 수 있게 되었다. 아황은 영리하고 솜씨도 있는데다 지금은 기술을 연찬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서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낮에는 여촌(黎村)에 가서 실을 뽑고 천을 짜며 여족인들과 기술을 교류하고 저녁이면 사원으로 돌아와 등잔불 밑에서 혼자 방적과 방직기술을 연마했다.

과거에는 시부모가 시키는 대로 일하며 밤이면 물레를 돌릴 때 힘들기만 했는데 지금은 저녁에 실을 뽑고 천을 짜는 심경이 그 때와 전혀 달랐다. 아황은 신나고 재미있게 일하며 과거와 전혀 다른 문제를 고민했다.

“목화로 천을 짜려면 먼저 목화씨를 뽑아내고 목화로 솜을 타서 솜을 부풀리고 그 다음 솜으로 가는 실을 뽑아 천을 짜야 한다. 지금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바로 목화씨를 뽑는 일이다. 두 손으로 목화씨를 하나씩 뽑으려면 속도가 너무 늦다. 도구를 만들어야겠다. 목화 속의 씨를 쉽고 빨리 분리할 수 있는 도구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황은 목화씨를 뽑는 간단한 방법을 고안해서 여족 자매들과 공유했다. 그는 밀방망이 모양의 방망이를 많이 만들어 자매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목화를 돌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누르면 목화씨가 쉽게 빠져 나왔다. 도구를 사용하자 목화씨를 제거하는 작업의 속도가 6,7배 이상 향상되었다. 기쁨에 넘친 여족 여인들은 도사가 다르다고 아황을 칭찬했다.

후에 아황은 또 솜을 타는 도구인 솜활도 혁신적으로 고쳤다. 그는 1자5치의 기존 활의 길이를 4자5치로 확대하고 원래 가는 실로 되어 있던 활줄을 밧줄로 바꾸었으며 손으로 두드려서 솜을 타던 방법도 막대기로 두드리게 했다. 큰 활에 굵은 활줄에 막대기로 두드리자 솜을 탈 때 쟁쟁하는 쇠붙이 소리가 났고 솜도 더 잘 탈 수 있었다. 이런 개혁을 거치자 솜을 타는 일은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고 솜이 골고루 잘 부풀려졌다.

그 동안, 남쪽 바다는 수도 없이 밀물이 졌다가 썰물이 지고 파도 소리도 그치지 않았으며 하늘의 달도 둥글었다 이지러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아황은 그렇게 애주에서 십여 년을 지냈다.

어느 날 초승달이 서쪽 하늘에 걸렸다. 아황은 갑자기 고향 오니경의 달이 생각났다. 매일 저녁도 못 먹고 날이 어두울 때까지 일하던 그 때 아황은 하늘에 걸린 조각달을 보면 언제나 저도 모르게 마음이 슬퍼졌다. 그런데 자유롭게 사는 지금도 왜 조각달을 보니 갑자기 마음에 슬픔이 차 오르지? 아아, 아마도 이게 바로 향수(鄕愁)인가 보다. 고향을 그리는 슬픈 마음은 언제나 명월이 교교한 밤이면 피리소리처럼 울려와 천애지각에 홀로 남은 이 마음을 감도는구나. 고향을 생각하면 온통 고통스러운 기억뿐이지만 아황은 그래도 고향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황이 향수에 젖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일어나니 놀라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상(宰相) 육수부(陸秀夫)가 어린 황제를 업고 바다에 투신했으며 그 뒤를 따른 송(宋)의 군민 수가 3만명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송 왕조가 망하고 몽골인들이 이 나라를 차지하고 국호를 원(元)이라 해서 왕조의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바닷물에 밀려 애주까지 온 송의 병사한테서 직접 이 소식을 들은 아황은 눈물을 흘렸다.

“고향에 돌아갈 생각을 하자 송 왕조가 멸망하다니? 나라도 집도 없는 나, 설마 이게 내 운명이란 말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원 왕조의 군사가 애주에 상륙하고 원의 관리가 애주 관아에 자리를 잡았다.

아황은 귀향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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