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8 15:42:25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왕실보 편: 제1회 자유를 갈망하는 탕자

(사진설명: 왕실보의 <서상기>책)

‘참사랑’의 극작가 왕실보

원(元) 나라 극작가 왕실보(王實甫)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참사랑’ 스토리이자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유의 송가인 <서상기(西廂記)>에서 봉건사회의 족쇄를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봉건사회의 혼인제도를 용감하게 규탄하며 ‘이 세상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모두 사랑의 결실을 이루라’ 라고 외친다.

원나라 잡극(雜劇)의 황금시대를 연 왕실보의 <서상기>는 애정 심리묘사가 뛰어나며 필치가 참신하고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하늘에는 푸르스름한 구름(碧雲天), 땅에는 누런 국화 꽃잎(黃花地), 가을바람 몰아치는데(西風緊) 기러기 남으로 날아가네(北雁南飛). 새벽녘 가을 숲 누가 붉게 물들였는가(曉來誰染楓林醉)? 모두 이별하는 이의 피눈물이라네(總是離人淚)’라는 <서상기>의 이 구절은 그림 같은 화면과 무궁한 운치로 자자손손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서상기>의 인물 중 한 사람인 홍낭(紅娘)은 총명하고 열정적이며 동정심도 갖춘, 아름다운 사랑을 맺어주는 시녀이다. 왕실보의 <서상기>가 널리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남녀 간의 사랑을 맺어주는 사람을 ‘홍낭’이라 부른다.

‘참사랑’의 극작가 왕실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자유를 갈망하는 탕자 

원(元) 대덕(大德) 14년(1310년) 늦가을의 어느 날 황혼이었다.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오늘의 베이징(北京)을 말하는 원대도(元大都)의 한 골목 왕가후퉁(王家胡同)의 고요를 깨며 달려와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는 한 저택 문 앞에 멈췄다.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린 왕실보는 저 하늘가에 걸린 조각달을 흘깃 바라보더니 몸에 남은 술의 향기를 털어버리듯 옷자락을 털고 높은 문턱을 넘어 태원군후부(太原郡侯府)에 들어섰다.

태원군후 왕적훈(王逖勛)은 부인과 함께 금방 저녁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백의를 입고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아들을 본 왕적훈이 놀라며 물었다.

“네가 왜 느닷없이 돌아왔느냐? 먼저 식사부터 하거라!”

부친의 말에 왕실보가 대답했다.

“벗의 집에서 먹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왕부인이 물었다.

“대도에 돌아와서 먼저 벗을 찾아가다니? 어떤 벗인데 부모보다 중요하냐?”

“기분이 안 좋아서 먼저 벗과 같이 술을 마시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담이 생겨서요. 벗이 부모보다 중요해서가 아닙니다.”

이번에도 왕부인이 왕실보의 말을 받았다.

“아직 너의 대답을 듣지 못했구나. 왜 섬서행대(陝西行臺) 감찰어사(監察御史)를 계속하지 않고 집으로 왔느냐? 백의 차림새를 보니 벼슬을 그만 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냐?”

모친의 말에 왕실보가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네. 저는 벼슬을 그만 둔 탕자예요. 무엇 때문이겠어요? 행대에 있으니 너무 우울해서 돌아왔죠 뭘.”

왕실보의 말에 금방 은퇴하고 집으로 돌아온 왕적훈은 너무 놀라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왕부인이 말을 이었다.

“아들아, 너 이제 마흔 살인데 왜 아직도 세 살 먹은 애처럼 지 마음대로냐? 너 먼저 번에 현관(縣官)으로 있을 때는 잘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모두들 네가 한 개 현을 잘 관리했다고, 실적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 지금 조정이 너를 감찰어사로 보냈으면 현관보다 더 큰 벼슬이고 더 하기 좋은 벼슬인데 왜 오히려 지금 와서 그만 둔거냐?”

“그 행대(行臺)는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예요. 그곳에서 벼슬을 하는 사람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요. 마음이 맞지 않으면 말도 섞기 싫은데(話不投機半句多) 무슨 재미로 그곳에 있어요?”

그 때까지 듣고 만 있던 왕적훈이 화를 버럭 냈다.

“그럼 어떤 곳이 네가 있을 곳이고 어떤 사람들이 너하고 말이 통하냐? 그래. 반가운 벗을 만나면 천 잔의 술도 적지(酒逢知己千杯少). 방금 같이 술을 마셨던 그 벗들과는 말이 통하냐?”

부친의 말에 왕실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숙이자 왕부인이 말을 이었다.

“금방도 서사(西四)의 전탑(磚塔) 후퉁에 갔던거지? 그곳에는 구란(勾欄)이 많아서 너의 그 술친구들 모두 그곳에서 살지 않느냐? 네가 그 곳에서는 물 만난 고기겠구나? 그래서 섬서행대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말이다.”

부모의 지적에 불쾌해진 왕실보가 볼이 부어 대꾸했다.

“네, 그래요. 나는 어디 내놓기 창피한 자식이에요. 나는 행대와 같은 곳보다 구란에서 놀기만 하는 술벗들을 좋아해요. 오늘도 관한경(關漢卿)과 같이 술을 마셨어요. 그들과 같이 있으면 나는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아져요.”

이 때 왕실보의 아들 왕결(王結)이 거실에 나왔다. 궁중에서 시위관(侍衛官)을 하는 왕결은 마침 휴가 차 집에서 쉬고 있었다. 부친의 말을 들은 왕결이 웃으며 물었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진 그 관한경이 바로 전설 속의 그 유명한 동완두(銅豌豆) 콩이예요?”

왕실보가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본 왕결이 시를 읊었다.

나는 쪄도 쪄지지 않고 삶아도 삶기지 않으며 두드려도 펴지지 않고 볶아도 볶이지 않는 출중한 한 톨의 동완두라네…

왕실보는 이 기회에 산곡(散曲)을 빌어 자신의 뜻을 밝히고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자 얼른 아들의 뒤를 이어 관한경의 산곡을 읊었다.

설령 누가 나의 치아를 부수고 나의 입을 막고 나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나의 손목을 잘라버린다 해도 나는 하늘이 준 나의 버릇은 바꾸지 않을 거라네. 만약 염라대왕이 몸소 나를 부르고 귀신이 나를 잡으러 와서 이 내 혼과 백이 모두 저승에 간다면 하늘이여 그 때서야 아마도 더는 기녀가 출몰하는 곳으로 가지 않을 거라네.

왕실보의 아들은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왕실보의 부모는 화가 나서 혼절할 뻔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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