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0 15:52:57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왕실보 편: 제3회 고관아들의 가출한 부친

(사진설명: 왕실보의 <서상기> 삽화)

제3회 고관아들의 가출한 부친

왕실보(王實甫)의 부모는 세상을 뜨고 아들 왕결(王結)의 관직은 점점 더 높아져서 벼슬이 중서성(中書省)의 참지정사(參知政事)에 이르렀다. 그 날 왕씨 가문에서는 큰 잔치를 베풀어 신분 높은 손님들이 구름처럼 모여왔다. 귀족들은 분분히 왕결이 참지정사가 되어 조정의 최고위층에 진입한 것을 축하했다. 하지만 왕실보는 아들이야 벼슬을 하든 집에서 잔치를 베풀든 관계하지 않고 여전히 구란와사를 오가며 자유롭고 즐거운 생활을 계속했다.

그날도 왕실보가 구란와사에 갔다가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의 잔치가 막 끝나려던 참이었다. 귀족들과 함께 있던 신임 참지정사 왕결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부친이 돌아오자 보고도 못 본체 하며 인사도 없이 지나갔다. 왕실보가 느끼는 바가 있어 불만을 품고 있는데 한 손님이 일부러 아픈 데를 건드렸다.

타실가(朶失哥)라는 이름의 그 손님은 마당에 가득한 귀족 손님과 왕씨 가문의 친척들 앞에서 왕결에게 이렇게 물었다.

“왕 나리, 나리의 부친께서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제가 보기에 여전히 젊으시고 건장하셔서 마치 나리의 형이라 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습니다.”

타실가의 말 속에 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왕결은 못 알아들은 척하며 점잖게 대답했다.

“아버님께서는 반백이 넘으셨으니 젊지 않으시고 근년에 건강도 별로시고 가끔 질환도 앓으시니 어찌 건장하다 하겠습니까? 과찬이십니다.”

타실가가 말을 계속했다.

“나리의 부친께서는 서사(西四) 전탑후퉁(磚塔胡同)에서 이름이 자자한 재자(才子)이십니다. 그가 편찬한 잡극은 구란와사의 기녀들이 너도나도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풍류를 즐기는 경성의 도련님들 속에서도 많이 유행되구요. 에이, 나리의 부친께서 원기가 왕성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거침없는 즐거운 삶을 사실 수 있겠습니다! 나리의 부친께서는 섬서감찰어사중승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관복을 벗고 스스로 신분을 강등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아, 이제 저도 벼슬을 그만 두고 나리의 부친처럼 내 뜻대로 후련하게 살아 보렵니다!”

체면이 깎인 왕결은 타실가의 말에 더 대꾸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다른 손님들 상으로 갔다. 그러는 왕결의 마음에는 부친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차올랐다.

잔치가 끝나고 손님들이 다 돌아가자 왕결은 작은 거실에서 자작하며 홀로 즐기는 부친에게 말했다.

“노인이면 노인다운 모습을 보여야 존경을 받습니다. 연세도 계신데 어떻게 매일 서사의 전탑후퉁과 같은 그런 곳을 다니십니까? ”

왕실보가 아들의 말에 반문했다.

“나 때문에 너의 체면이 깎였느냐? 그럼 좋다. 네가 말해 보거라. 내가 어떤 곳을 드나 들어야 하느냐? 내가 조정에서 벼슬을 해야 하겠느냐? 나는 벼슬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이제 연세가 드셨습니다. 쉬셔야죠. 제가 어찌 조정에 나가 벼슬을 하시라고 아버님께 요구할 수 있겠어요? 저는 아버님께서 어디도 가지 말고 집에서 쉬셨으면 합니다.”

“집에서 쉬라고? 너는 내가 숨이 막혀 죽는 게 무섭지 않느냐?”

“우리 집에는 충분한 돈이 있으니 매일 배우들을 불러들여 집에서 잡극을 보셔도 좋아요. 그리고 정원이 있으니 매일 벗들을 불러 정원에서 꽃 구경을 하셔도 되는데 왜 숨이 막혀 죽겠어요?”

“나의 벗들은 모두 신분이 하구류(下九流)에 속하는 미천한 사람들이다. 누가 감히 너 같은 참지정사 나리의 집 문턱을 넘겠느냐? 각자 갈 길이 따로 있으니 우리 서로 범하지 말자. 네가 나 때문에 체면을 구기고 귀족들 앞에서 머리를 들지 못한다면 미안하다. 그건 부친을 잘못 만난 네 탓이니 너를 탓하거라. 너의 벗들이 이 못난 아비를 보게 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집을 나가 이제 더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마.”

말을 마친 왕실보는 화나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한 아들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하인에게 간단하게 이불만 챙기라 해서는 옥경서회(玉京書會)로 잠자리를 옮겨버렸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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