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09:29:39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유백온 편: 제1회 주원장을 보좌하러 가다

(사진설명: 유백온의 고향)

천고의 人傑 유백온

인생에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세 가지, 즉 ‘삼불후(三不朽)’가 있다. 덕을 세우는 입덕(立德)과 공을 세우는 입공(立功), 말을 세우는 입언(立言)을 말하는 이 삼불후는 유가학자들의 최고의 이상이다.

천고의 인걸(人傑) 유백온(劉伯溫)이 바로 그 최고의 이상을 실현한 한 사람이다. 그는 모두가 본받을 고상한 품행으로 입덕하고 주원장(朱元璋)을 보좌하여 천하를 통일한 개국공신으로 입공하며 <성의백문집(誠意百文集)>으로 시의 대가가 되어 입언함으로써 이 ‘삼불후’를 행동으로 실천했다.

중국에는 ‘제갈량은 천하를 삼분(三分)하고 유백온은 강산을 통일했다’는 말이 있다. 명(明) 나라 개국공신이자 유명한 책략가와 문학자인 유백온은 제갈량(諸葛亮)과 비견되고 예언가로 유명한 고대 중국인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천고의 인걸 유백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주원장을 보좌하러 가다 

기러기 남으로 나니 나뭇잎 물들어(征雁來時木葉紅) 가을 빛 아련하고(淡淡秋光) 산들산들 서풍 불어오네(裊裊西風). 강남 강북엔 크고 작은 정자(江南江北短長亭) 몽롱한 풀밭엔 낙조 내렸네(煙草低迷落照中).

떠도는 인생살이 돌고 돌아(浮世生涯一轉蓬) 오늘의 젊음(今日韶顔) 내일의 노옹 되네(明日衰翁). 역사도 저 강 건너 다시 못 오니(五丁難挽逝川還) 천고의 영웅(千古英雄) 이 한은 모두 같아라(此恨都同).

늦은 봄날의 어느 날 밤, 불어오는 봄 바람에 유백온은 잠들지 못했다. 봄바람에 나뭇잎이 사락거리고 봄비가 창을 적셨지만 유백온은 전혀 봄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그의 마음에는 오히려 슬픔만 가득해 가을인가 싶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가을에 쓴 <일전매(一剪梅)>를 읊었던 것이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는 12살에 수재(秀才)에 급제하고 22살에 거인(擧人)에 급제했으며 23살에 진사(進士)에 급제했으니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배였다. 하지만 벼슬길에 올라 수십 년을 부침하다가 올해로 반백을 맞는 때 벼슬을 그만 두고 산중에 은둔한 신세가 되었으니 어찌 봄밤에 가을 같은 슬픔을 느끼고 인생을 탄식하지 않겠는가?

유백온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관리가 썩고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도적이 창궐하고 국토를 반이나 잃은 원(元)은 이제 더는 가망이 없다.”

침상에서 내려와 방안을 서성거리던 유백온은 자신이 벼슬을 그만 두게 된 일을 머리에 떠올렸다.

“그 방국진(方國珍)이라는 놈은 강도다. 그래서 나는 그 놈을 잡아 죽일 것을 주장했지. 그 놈은 관군과의 싸움에서 지기만 하면 돈으로 조정의 관리들을 수매해서 관군은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늘 그 놈의 목숨을 살려주고 군사를 철수했다. 그런데 후에는 그 놈이 조정에 귀순해 지방의 수령이 되기까지 했다. 지방관의 실적을 검사하러 조정이 파견한 관리는 방국진의 뇌물을 받은 관원만 승진시키고 유일하게 그의 뇌물을 거절한 나만 군권을 박탈해 사실은 강직이나 다름없다. 이건 방국진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 방국진이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이 나니깐 말이다. 조정이 이렇게 부패하고 관리가 이렇게 후안무치하니 벼슬을 그만 두는 것 말도 다른 방법이 있는가?”

창밖에는 봄비가 멎은 듯했다. 유백온이 창문을 여니 물기를 머금은 봄바람이 쏴~하고 불어 들어왔다. 꽃샘추위의 한기를 머금은 봄바람이 얼음처럼 싸늘해 유백온은 몸을 부르르 떨고 급히 창문을 닫았다.

사흘 전 이선장(李善長)이 찾아왔던 일을 생각하니 유백온의 마음은 더 추워졌다.

“주원장(朱元璋)이 두 번이나 이선장에게 금은보화를 가득 보내 나를 그의 책략가로 초청했다. 주원장이 지금 강남(江南)의 넓은 땅을 차지하고 한 지역의 군벌(軍閥)이 되어 원(元) 왕조를 교체할 가능성을 보이지만 나는 원 왕조의 진사이고 원 왕조의 관리이다. 비록 지금 벼슬을 그만 두고 은둔해 있지만 아직 원은 망하지 않았고 충신은 두 군주를 섬기지 않는다. 내가 어찌 주원장의 책략가가 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피곤한 몸과 마음을 핑계로 벼슬의사가 없다고 완곡하게 사절했다. 이선장은 돌아갔지만 주원장은 마음을 접지 않을 것이다. 주원장이 나를 대단한 인재로 알고 있다고, 나를 다시 태어난 제갈량(諸葛亮)으로 본다고 이선장이 말했다. 그러니 천하통일의 큰 꿈을 가진 그가 어찌 나 같은 사람을 쉽게 포기하겠는가? 그가 또 사람을 보내면 나는 어떻게 해야지? 이건 참으로 큰 일이다. 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유백온은 촛불을 끄고 다시 침상에 누웠으나 생사와 관계되는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온 밤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날이 밝아 우화 산문집 <욱리자(郁離子)> 원고를 정리하던 유백온은 절친 송겸(宋謙)의 서신을 받았다. 서신을 본 유백온은 깜짝 놀랐다. 송겸도 주원장을 보좌하라고 그를 권고했던 것이다. 유백온은 그제서야 주원장이 어떻게 자신을 그렇게 잘 아는지 알았다. 원래 송겸이 주원장에게 자신을 천거했던 것이다.

아들이 고민하는 것을 본 모친 부씨(富氏)가 권고했다.

“천하에 대란이 일어났는데 네가 현명한 군주를 보좌하지 않으면 어찌 온전할 수 있겠느냐?”

유백온은 불현듯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렇구나. 지금 장사성(張士誠)과 진우량(陳友諒), 주원장이 각기 땅을 차지하고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나는 분명 여러 세력이 서로 다투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 혼자 평안하게 산중에 은둔한다고 그들이 나를 그냥 놔두겠는가? 여러 세력을 비해 보면 우리 처주(處州)를 차지한 주원장이 명성도 괜찮고 전도도 유망하니 그를 보좌하는 편이 진우량이나 장사성을 보좌하는 것보다 좀 낫지 않겠는가?”

유백온이 금방 생각을 정리했는데 숯검정 같은 얼굴에 종소리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 손염(孫炎)이 절뚝거리며 걸어 들어와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여보게! 나하고 같이 가세! 지금 나는 처주 총제관(總制官)이네. 자네가 주 총수를 보좌하면 전도가 유망하고 안 그러면 생명이 위험할 것이네.”

유백온은 그 기회에 얼른 그를 따라 응천부(應天府)로 갔다. 그 해는 지정(至正) 20년(1360년), 유백온의 나이는 50살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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